‘드루킹’ 댓글조작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를 통한 뉴스 유통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됐습니다.
3분기부터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가 빠지게 됩니다. 대신 사용자들은 네이버 모바일 앱 두 번째 화면(뉴스판)에서 자신이 설정한 언론사의 뉴스를 볼 수 있습니다.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를 보기 싫다면, 또 보다 내 취향에 맞고 다양한 소식들을 접하고 싶다면 다음 화면인 ‘뉴스피드’로 이동해 새로운 소식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구글 방식’의 뉴스 아웃링크 도입도 적극 검토될 예정입니다. 아웃링크란 네이버 페이지가 아닌,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 뉴스가 보이는 방식을 뜻합니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급검)를 클릭해 자연스럽게 뉴스를 보던 이용패턴도 바뀌게 됩니다.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실급검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기존대로 실급검을 보고 싶은 사용자는 설정을 바꿔 다시 예전처럼 실급검을 볼 수도 있지만, 네이버를 통한 뉴스 소비량은 현재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 비난 여론에 뉴스 힘 빼는 네이버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를 뒤로 밀고, 사람 편집을 없애고, 시간별 이슈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실급검을 없애게 된 배경은 공정성 이슈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를 인위적으로 편집해 여론을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고, 실급검을 통한 어뷰징 활동을 방치해(혹은 조장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비판이 높았습니다. 또 기계적인 댓글 조작을 알고도 모른체 했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드루킹 사태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지면서, 1등 사업자인 네이버 책임론이 대두됐습니다.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로 막대한 광고 수익을 독식한다는 문제 제기도 이뤄졌습니다.
유력 매체부터 전문지까지 다양한 뉴스 콘텐츠를 악성코드 감염이나 지연 없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던 네이버는 결국 뉴스 콘텐츠를 뒤로 감추고, 편집권을 완전히 내려놓기로 결정했습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전체 트래픽에서 뉴스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PC가 3%, 모바일이 7% 수준입니다. 생각만큼 높지 않은 수치입니다. 비난의 중심에 서느니, 뉴스 서비스를 상당부분 내려놔도 대안을 찾아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 선다 피차이 “뉴스는 우리의 핵심 미션”
네이버 발표 직전 구글은 뉴스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소식을 개발자 연례 행사인 구글 I/O에서 공개했습니다. 뉴스 앱인 ‘구글 플레이 뉴스스탠드’에 인공지능 기술과 콘텐츠를 강화한 새로운 ‘구글 뉴스’ 앱을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비슷한 시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뉴스 서비스 후퇴를 선언했고,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뉴스는 우리의 핵심 미션”이라며 뉴스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사실 지금도 구글은 구글 앱과 웹, 뉴스스탠드 앱 등을 통해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에만 익숙한 사용자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구글은 네이버처럼 언론사에 콘텐츠 사용료를 제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링크와 아웃링크의 중간 단계인 ‘AMP’(Accelerated Mobile Pages) 방식의 모바일 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트래픽을 해당 언론사에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나눠갖는 방식입니다.
구글은 새로운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고도화된 AI 기술을 통해 뉴스를 잘 모으고, 사용자에게 잘 맞는 뉴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시간으로 뉴스를 분석하고 스토리 라인을 짜 정보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 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구글은 "AI기술로 정보를 종합한다"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에 대한 영향이나 반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고 있을 때 'For You' 기능을 사용하면 관심 있는 뉴스를 한 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구글 뉴스에서는 중요한 헤드라인이나 현지 뉴스, 관심있는 주제에 관한 최신 뉴스 등 총 5개를 추천해줍니다. 또한 뉴스 스탠드 탭에서는 모바일 최적화된 방식으로 1천개 이상의 잡지를 볼 수도 있습니다.
■ AI 전략은 비슷...뉴스 전략은 정반대
네이버와 구글 모두 AI 기술을 이용해 개인별 맞춤형 뉴스를 제공한다는 방향은 같아 보입니다.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이용자가 알기 쉽게 잘 정리하고 보기 좋게 디자인하려는 노력도 똑같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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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네이버는 기존의 구글처럼 뉴스를 메인에서 빼기로 결정하고, 구글은 현재의 네이버처럼 뉴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취하려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뉴스영역에 있어 얼핏 구글은 네이버를 따라하고, 네이버는 구글을 따라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 회사의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전략이 실현된 시점, 네이버에서 뉴스를 주로 소비하던 이용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구글로, 페이스북으로, 아니면 다음 포털로 분산될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의 네이버 뉴스에 적응할지 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