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장기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업체) 업체들이 지난해에도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무대에서 종횡무진하는 메모리 기업들과는 달리, 이들은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정부 지원도 미비한터라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당국이 팹리스 업계 진흥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코스닥에 상장된 15개 업체 중 절반이 넘는 8곳이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업체도 2곳이나 됐다.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곳은 제주반도체와 통신 반도체 전문 기업 아이앤씨테크놀로지 등에 불과하다.
팹리스 업체들의 불황은 국내 상황에 국한된 것일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이웃 나라인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또 10개의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상위 50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팹리스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 역시 이들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46억 달러(약 4조9천억원)로 추산된다. 올해는 100억 달러(약 10조7천억원) 매출 달성과 함께 대만 TSMC에 이어 업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팹리스 산업 지원 예산을 지난해 39억원에서 올해 53억원까지 늘리고, 이를 오는 2020년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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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 있는 산업 발전을 위해 팹리스 업체들로의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없다"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어 답답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직도 다수의 업체들이 영업손실에 허덕이고 있어 문제라는 게 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에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다른 팹리스 업체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사례처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