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함께 대규모 ICT단지 건립하자"

남북 정상회담 기념 긴급 IT 교류 좌담회

컴퓨팅입력 :2018/04/26 10:09    수정: 2018/04/26 17:07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27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2000년 김대중 정부와 2007년 노무현 정부에 이어 세번째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때마다 남북 경협은 급물살을 탔다. 1차 남북 정상회담 두 달 뒤인 2000년 8월 남북은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두 달 뒤엔 개성 관광과 경의선 운행을 시작했다.

덩달아 남북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ICT) 협력도 물꼬를 텄다. 통신, 컴퓨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여러 남북 사업이 진행됐다. 모 통신사는 2004년 평양정보센터와 손잡고 전화선을 이용한 초고속통신망을 무상으로 설치했고, 한 중소기업은 연간 36만개 전자부품 위탁 생산도 시작했다. 한때 평양에선 남북 합작 PC방도 운영됐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등이 터지며 남북 ICT 교류 및 협력도 빙하기에 들어갔다.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남북 평화 무드가 11년만에 다시 찾아왔다. 남북ICT협력도 재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디넷코리아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남북 ICT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을 초청,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25일 오후 서초동 소재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솔루션팀장이 맡았다.

◇참석자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국방부 북한전략정보자문위원, 전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

-이상산 핸디소프트 부회장(전 남북개발합작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하나프로그램센터 총 경리)

-최성 동북아공동체 ICT포럼 연구소장(한국어 정보학회 회장)

-유완영 남북경제연구원장(세한대 특임부총장)

-구교광 동북아공동체 ICT포럼 상근부회장(평통자문위원)

-사회: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솔루션팀장, 정리:황정빈 지디넷코리아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한 남북 ICT 교류에 대한 좌담회가 25일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경제 이슈가 빠져있지만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협 기대가 솔솔 나오고 있다. 한때 남북ICT 협력은 북한에 합작 PC방을 개설할만큼 활발했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그동안 남북간에 어떤 ICT 협력이 있었는지 말해달라.

이상산 핸디소프트 부회장=중국 단둥에서 북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활용한 SW개발 사업을 했다. 중국회사를 만들어 2001년부터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과 교육 사업 등 두 종류 일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은 민간 기업에서 용역을 발주 받아서 한 것이다. 교육사업은 정부에서 지원 받았다. 소프트웨어 용역 개발은 10년간 북한 개발자 약 100명과 함께 했다. 교육사업은 북측 개발자 50여 명을 데려다 여러번 교육시켰다.

평양 과학기술대학 전자정보학부 커리큘럼을 만드는 일도 참여했다. 또 전자정보학부와 관련한 교육 기자재 후원도 했다. 평양 과학기술대학은 2011년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이상산 핸디소프트 부회장.

유완영 남북경제연구원장=1997년부터 2006년까지 평양에서 컴퓨터 모니터 LCD를 제조하는 공장을 운영했다. 거의 10년간 노트북에 들어가는 회로를 공동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하나로통신을 진출시키며 애니메이션 뽀로로 제작을 성사시켰다. 남북체육교류위원장도 하면서 북한과 교류를 많이 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북한에 있던 2001년부터 남북한 교류가 적극적이라고 체감했다. 북에 있을때, 대학에 가면 남한 책들이 서가 한 쪽에 쫙 구비돼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한국 책을 읽어봤다. 책 뿐만이 아니었다. 2002년에는 북한으로 컴퓨터 300대 정도가 들어왔다. 남한 컴퓨터를 직접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주어져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북한에는 2000년 초반에 컴퓨터를 본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남한에서는 이런 것들이 다 일반적으로 제공된다는 걸 알고 북한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생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남한의 전자회로 만드는 기술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구교광 동북아 공동체 ICT포럼 상근부회장=2001년에 남북한 IT기술 협력이 진행될 때, 동북아공동체 ICT포럼 전신인 통일 IT포럼이 결성됐다. 이후 남북 ICT 교류가 여러번 있었다. 2006년에는 IT 과학 기술 도서를 북한에 3만 권 기증했다. 2007년 11월에는 중국 연변에서 북한 IT관계자를 초청해 국제 IT컨퍼런스도 개최했다. 그 다음해인 2008년에 평양에서 컨퍼런스를 하기로 합의했었는데, 남북관계가 안 좋아 무산됐다.

최성 동북아공동체 ICT포럼 연구소장= 북한 학자들과 1994년도부터 언어표준, 컴퓨터 자판 등 IT 표준을 위해서 학술대회를 해왔다. 북한학자들과 14차례 정도 많은 표준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 동북아 공동체 ICT포럼에서는 북한의 공개 소프트웨어 리눅스를 가지고 2008년에 3일간 학술대회를 한 적 있다. 북한이 개혁, 개방이 진행된다면 IT분야에서 세계적인 국가가 될 능력이 있다고 본다. 미래의 4차 산업혁명은 북한이 선도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북 경협 및 ICT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흥광=경협을 돈 벌 수 있다는 결과로만 접근하면 망치기 쉽상이다. 먼저, 장소를 북한에 둘 것인지, 경제특구라고 하는 곳에 둘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또 대상을 기업 연구원으로 할 것인지, 대학하고 할 것인지, 사업체와 할 것인지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연구원을 대상으로 먼저 해보면서 점차 산업체, 국가 기관으로 확장해 나가는게 좋을 것 같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유완영=우리가 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북한도 다 갖고 있다. 10년 전에는 북한 지원을 우리밖에 안했지만 지금은 10년간 중단했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툴이 마련되지 않으면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어렵다. 이미 북한의 소프트웨어 인력 단가는 많이 높아졌고, 기술력도 상당히 높아졌다. 북측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실제 중국에 공급되고 있다. DB자료 구축하는 사업도 중국통신망과 하고 있다. 우리가 한 단계 앞서가는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해야 한다.

이상산=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보면 북한 개발자를 쓰는 것이 도움 되냐 , 안되냐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역대 성공한 케이스를 보면 매출이 100억에서 1000억 원 하는 어느 정도 규모의 기술중심회사다. 반대로 실패한 케이스는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아주 크거나 혹은 규모가 아주 작은 기업이다.

대기업은 더 많은 일을 맡기길 바라는 북측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실패했고, 규모가 아주 작은 기업은 적어도 1, 2년은 같이 배우면서 버티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해서 실패했다.

중국에서 북한 개발자들과 같이 일했는데, 중국이 북한 개발자들에게 비자를 안내줘 체류 기간을 제한하는 등 견제를 해 중간에서 중국의 컨트롤이 많았다. 그래서 평양에서 원격으로 일을 주고 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IT 성격상 힘들다. 개성공단에 IT 협력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면 굉장히 크고 좋은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성=국가에서 상시로 할 수 있는 남북 IT교류 협력센터를 만든 다음, 남북공동표준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남북이 같이 학술대회도 하고 IT교류센터를 만들어 상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IT밸리라고 하는 곳에는 상시 만날 수 있는 북중 교류센터가 있다. 우리나라도 빨리 상시 협력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최성 동북아공동체 ICT포럼 연구소장 겸 한국어 정보학회장.

구교광=남북간 경협이 이뤄진다고 금방 평양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신뢰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 3국에서라도 컨퍼런스를 개최해 교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북한의 ICT와 컴퓨팅, SW 수준이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한 사람이 많다. 북한의 ICT 수준과 경쟁력은 어떻게 되나.

김흥광=북한이 완제품 생산기획은 어렵지만, 소스만 주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북한은 수학과 로직이 남한보다 우수하다. 또 패턴인식,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임베디드 하드웨어 집적 제어 등도 잘한다. 약한 부분은 UI나 모바일 쪽이다. 블록체인 기술도 일부는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본다.

유완영=초창기 북한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은 섬세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와 거의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재미난건 북한이 인터넷 게임시장에도 뛰어들고 있고, 웹 엔진을 통해 하는 부분도 중국과 함께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소프트웨어를 보면 주로 게임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이다. 낚시, 장기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데이트 해나가고 있다. 스크린골프도 만들어 중국에 판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생각보다 다변화되고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 중 인식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중국에도 상당히 많이 공급한다.

유완영 남북경제연구원장.

최성=양자정보통신도 북한이 강하다. 세계적 학자들도 있다. 이를 우리만 모르는 것 같다. 중국에 상해 교통정보 시스템이 문제 많았는데 북한 개발자 20명이 들어가 8개월간 일해 해결했다. 상해 교통흐름이 30% 좋아졌다고 들었다. 이 정도로 북한 개발자들이 뛰어나다.

또 인공지능을 하려면 통계 미적분을 깊이 있게 알아야 하는데 북한이 미적분도 잘 한다. 인공지능 쪽을 중심으로 최첨단 소프트웨어 산업 쪽을 잘 협업하면 상당한 발전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북측과 여성인력을 협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북한의 여성인력들이 손끝이 상당히 좋고, 사명감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VR콘텐츠 등을 여성인력에게 집중적으로 아웃소싱 준다면 애니메이션 인력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산=북한은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중에 특별히 비즈니스 로직이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반면, OS나 리눅스는 빨리 습득한다. 리눅스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북한 개발자들은 그런것들에 대해 쉽게 이해하며 시스템에 관련된 것을 굉장히 잘한다. 고객 지향적인건 남한이 맡고, 밑단에 들어가는 시스템은 북한이 맡으면 훨씬 좋을 거라고 본다 .

=남북ICT협력에 대해 일각에서 하이테크 기술을 북한에게 넘겨줘 위험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이상산=평양 과학기술대학은 보안 과목 자체가 없다. 우리가 가르쳐줘서 북한이 뭘 했다는 건 상상속 이야기다. 현실이 아니다. 남북간 협력 포커스는 상용화와 국제화에 주력해야 한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재능 리소스를 충분히 활용해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완영= 북한은 이미 핵을 개발했고, 많은 해커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 해커 역량을 높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미 그들은 스스로 충분한 그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갖지 못한 역량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상업화 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력해야 한다.

김흥광=10년 전이면 그런 우려가 있을 법 했다. 여러가지 데이터 처리가 그 땐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한의 은행과 같은 중요 시설이나 교통, 가스 등 국가 기반 시설을 북한에게 맡겼을 때 얻어진 코드를 그대로 검토없이 쓸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상품 지향적인 부분으로 먼저 협력을 하고 신뢰가 생기면 그 때 국가 기반 시스템 등으로 한 단계씩 나아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남북간 ICT 및 경협을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 등에 제안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최성=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표준을 함께 제정해야 한다. 남북이 같은 표준을 쓸 수 있도록 표준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유완영=해커 걱정하지 말고 남북이 같이 모여서 서로 비즈니스를 창출해 돈벌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줘야 한다. 공동개발 창구를 만들어서 연속성 있게 소프트웨어 인력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 또 그런 방향 설정을 경험있는 사람들과 기업인들한테 맡겨 자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한테 맡겨서 자율적으로 갈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면 좋겠다.

구교광=남북한 ICT 협력 민간위원회 만드는 것에 적극 공감한다. 정부와 민간이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하더라도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성을 보장해주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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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광 동북아공동체 ICT포럼 상근부회장.

이상산=개성공단이 남북 협렵의 성공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쪽에 창구가 있고 북쪽에 카운터파트가 있어 일대일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협의체가 남쪽에 만들어져 남쪽에 공단이나 특구를 만들어 협상력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김흥광=DMZ 남측 지역에 남북 교류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북한 협력 관계자들은 과학계 사람들만 데리고 해서는 안된다. 탈북 IT관련 전문가를 비롯한 자문 혁신 그룹을 만들어 하는게 핵심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모든 IT는 김정은으로 통한다.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가 합심만 한다면 새로운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북한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처리 기술,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함께 협력하면 굉장한 시너지가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