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글로벌 시장에서 내세울 무기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0년 이상 게임 라이브 서비스를 하며 쌓은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25일 이정헌 넥슨 코리아 대표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올해 전략과 비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신임경영진 미디어 토크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의 노하우는 PC 온라인에 국한되지만 이용자의 성향과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노하우를 데이터로 분석 중이며 추후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에 적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2018(NDC2018) 현장에서 진행된 미디어토크는 지난 1월 취임한 넥슨 이정헌 대표를 비롯해 신규 조직 인텔리전스랩스와 라이브 서비스를 총괄하는 강대현 부사장, 게임개발을 총괄하는 정상원 부사장이 참석했다.
Q. 대표가 된 소감을 한마디 부탁드린다.
이정헌: 12월 초 처음 대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초 가량은 너무 좋았는데 그날 밤부터 고민과 두려움이 심했다.
대표가 된 후 처음으로 김정주 NXC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했더니 회사가 변하려면 매출이 지금의 10분의 1 이하가 돼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간 고민해보니 압박을 내려놓고 마음껏 생각을 펼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언제 볼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책임지고 10분의 일로 만들어드리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Q. 사원에서 시작해 대표까지 올랐다. 넥슨에서 원하는 리더란?
이정헌: 나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회사 DNA자체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강대현: 어떤 외부적인 요소보다 정말 일을 잘하는지 본질적으로 깊이 보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차이점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네오플 시절부터 같이 일을 했었는데 다른 사람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징이 사업을 할 때 이용자의 감성을 이해하거나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이용자의 숨은 요구를 발견하는데 탁월했던 것 같다.
Q. 사업자와 개발자 출신 대표가 번갈아 가며 취임했다. 이에 따른 내부 차이가 있는지
이정헌: 개발자와 사업가 출신 대표가 차례로 취임을 했고 이를 통해 넥슨이 성장한 것 같다. 다만 내부 기조나 방향성이 바뀐 것은 체감하지 못했다.
내가 취임하고 나서도 핵심성과지표(KPI)를 받은 것이 없어서 뭘 해야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현재는 게임 개발사로서의 넥슨이 어떤 게임을 서비스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Q. 매출이 지나치게 네오플 의존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이정헌: 한편으로 기분 좋으면서 가장 두려운 숫자기도 하다. 열심히 노력해줘서 좋은 성과를 지속해서 내주는 만큼 감사하다. 하지만 정상이 있으면 내려오는 만큼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그런 관점에서 넥슨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할 것이고 우리만이 가진 무기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유일하게 20년 이상 게임 라이브 서비스하며 쌓은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인텔리전스랩스에서 무형의 노하우를 실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Q. 모바일게임으로 흐름이 바뀐 후 대형 흥행작이 많지 않다는 평이다.
정상원: 큰 타이틀이 없다는 것은 동의한다. 넥슨은 다른 게임사와 다르게 경영진이 자주 바뀌어오면서 색과 방향성도 자주 달라진다. 하나의 게임에 집중해 달리는 문화는 적은 형태다.
최근 게임 시장이 대규모 투자와 지식재산권(IP)에 사운을 걸고 투자해 성과를 높이는 게임이 늘면서 비교적 재무적인 성과가 부족해진 모양이다. 그보다 우리는 생명체가 DNA를 섞어가며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성을 유지하듯이 다양한 장르와 방식의 게임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Q. 콘솔시장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현재는 우리가 그동안 개발해온 온라인 기반 이용자 간 대결(PvP) 게임을 개발 중이다. 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건 일반 콘솔게임처럼 스토리텔링이 있고 엔딩이 있는 새로운 방향의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다.
Q. 다양성을 위해 스튜디오 체제로 바꿨다. 스튜디오의 재량은 어디까진가?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수준까지는 별도의 보고 없이 스튜디오에서 알아서 만드는 구조다. 인력 채용도 재량껏 할 수 있으며 추후에는 각 스튜디오의 이름을 앞세운 브랜드화도 강하게 추진하려 한다.
현재 스튜디오로 가지만 각 법인은 내부에서 유지가 되고 있다. 분사시켜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계획은 전혀 없다.
Q. 돈슨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이로 인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나 싶다.
이정헌: 돈슨 탈피는 이용자보다도 내부에 강한 메시지를 주자는 의미가 컸다. 실제로 내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매출 성과가 좋진 않지만 듀랑고를 즐기는 이용자는 지금도 많다. 초기부터 10년 이상 서비스를 목표로 한 만큼 추후 글로벌 출시를 비롯해 한국 서비스도 치열하게 고민해 이용자에게 더 사랑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려 한다.
언제까지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투자와 의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Q. 올해 투자 계획이 있다면?
이정헌:넥슨은 어떤 게임이 잘된 것 같다 등의 전략을 가지고 움직이진 않는다. 세상에 없었거나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멤버에겐 투자는 늘 열려있다. 큰 규모 투자도 검토되고 있지만 주로 스타트업 등 소규모 업체를 많이 보고 있다.
정상원: 기존에 투자를 할 때 큰 매력은 매출이 있는 업체였지만 현재 매출보다 앞으로 늘어나거나 우리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업체를 많이 보고 있다.
Q. 인텔리전스랩스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정석원: 모든 사람이 각자 하는 일과 가치관을 다르지만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는 것은 같다. 병원에 가야 어디가 아픈지 알고 치료할 수 있듯이 인텔리전스랩스는 AI를 이용해 이용자 패턴을 확인해 이탈이유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강대현: 신규 개발을 위한 AI개발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지금 우선 순위가 높은 것이 무형으로 가진 노하우를 유형화해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노하우는 라이브서비스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적용하지 않으면 빨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Q. 가상화폐 등 신규 사업 진출 계획도 있는가?
이정헌: 넥슨은 가상화폐와 게임을 연계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과 연결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관련 연구는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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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정헌: 97년 처음 게임을 했는데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때 로고를 봤을 때부터 넥슨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20년 이상 넥슨과 함께 해왔다. 지금 생각하면 넥슨이 첫사랑인 것 같다. 이제 넥슨에서 인생을 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