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뒤늦게 아일랜드에 세금을 낸다. 액수만 130억 유로(약 17조원)에 이르는 거금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애플이 5월부터 아일랜드에 미납 세금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5월부터 시작해 9월말까지 총 130억 유로를 납부하게 됐다.
그런데 세금 납부 방식이 독특하다. 애스크로 계좌 송금 방식이다. 에스크로는 거래가 원활하게 종료될 때까지 제삼자가 자금을 보관하도록 한 제도다.
이렇게 복잡한 방식을 택하게 된 덴 이유가 있다. 세금을 내는 쪽(애플)이나 받아야 할 쪽(아일랜드) 모두 이번 조치를 그다지 탐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아일랜드까지 세금 추징에 소극적인 건 언뜻 보기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 아일랜드, 세금 특혜 주면서 애플 등 다국적 기업 유치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선 2016년 8월로 거슬로 올라갈 필요가 있다. 당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애플이 아일랜드를 ‘세금 회피 창구’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문제가 됐다.
일단 아일랜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법인세율이 턱없이 낮은 부분이 문제가 됐다.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12.5%로 독일(29.27%), 프랑스(33.3%) 같은 나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일랜드가 법인 세율을 낮춰 잡은 건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서다. 별다른 공업 시설이 없는 아일랜드 입장에선 다국적 기업 유치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에 공을 들였다.
두 번째 부분은 애플의 회계 관행이었다. 애플은 법인으로 신고되는 수익 중 상당 부분을 헤드오피스로 옮겼다. 헤드오피스는 어느 나라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과세 대상이 아닌 셈이다.
애플은 이런 방식으로 유럽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 부분을 탈세했다는 게 EC의 판단이었다. 아일랜드는 애플의 이런 회계 처리 관행을 알면서도 묵인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EC는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했다. 애플은 이런 방식으로 2011년 한 해 동안 유럽에서 160억 유로를 벌어들이고도 과세 대상은 5천만 유로에 불과했다. 나머지 돈을 전부 헤드오피스로 이전한 때문이다.
결국 EC는 2016년 8월 애플에 130억 유로에 이르는 세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추징 주체는 EC가 아니라 아일랜드 정부다. 아일랜드 정부에 2017년 1월 3일까지 애플이 미납한 세금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이 조치에 대해선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 모두 유럽사법재판소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 유럽재판소 소송 감안해 애스크로 방식 납부
애플은 유럽재판소 제소와는 별도로 지난해 12월 “일단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세금납부와 관련한 애스크로 펀드 운영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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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유럽재판소에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한 만큼 제3에게 자금을 맡겨두는 애스크로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애플이 5월부터 아일랜드에 세금을 납부하기로 한 것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 끝에 나온 조치다. 애플은“내라니까 내긴 하겠지만,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