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세금폭탄'에 왜 아일랜드가 반발할까

낮은 법인세가 경쟁 포인트…EC 견제에 '항소' 밝혀

인터넷입력 :2016/11/09 11:34    수정: 2016/11/09 14: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금 폭탄은 애플이 맞았는데 왜 아일랜드가 항소한 걸까?

아일랜드 정부가 8일(현지 시각) 애플에 130억 유로(한화 약 16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도록 한 유럽연합(EU) 결정에 반발해 항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우리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개별 국가에 선택권을 주지 않는 이번 결졍에 대해 항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는 EC가 지난 8월 구글에 130억 유로 세금 추징 결정을 내릴 때부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아일랜드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일부 언론들은 EU를 탈퇴하는 ‘아이렉시트(Irexit)’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할 정도였다.

이 대목에서 당연히 궁금증이 제기된다. 왜 세금 폭탄을 맞은 애플보다 아일랜드가 더 거세게 반발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애플의 유럽 사업 구조와 함께 아일랜드의 법인세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애플, 유럽서 번 돈 모두 아일랜드 법인 매출로 계산

1980년 설립된 애플 아일랜드 법인에는 직원 5천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 법인은 애플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플은 EU 회원국 내에서 벌어들인 돈은 전부 아일랜드 매출로 계산하고 있다. 한마디로 애플의 유럽 사업 전진기지인 셈이다.

애플이 유럽 내 수입을 전부 아일랜드 법인 장부에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일랜드는 다른 EU 회원국들에 비해 법인세율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12.5%로 독일(29.27%)이나 프랑스(33.3%) 같은 국가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 입장에선 ‘합법적 절세’를 위해 아일랜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일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애플에 특혜를 줬는지 설명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자료. (사진=EC)

아일랜드 역시 역내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EC에겐 눈엣 가시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EC가 문제 삼은 건 또 있었다. 아일랜드가 애플의 ’합법적 탈세’를 도와줬다는 것이다.

EC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애플 법인으로 신고되는 수익 중 상당 부분은 ‘헤드오피스’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런데 ‘헤드오피스’는 어떤 국가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과세 대상이 아닌 셈이다.

애플은 이런 방식으로 유럽 수익 중 상당부분을 아일랜드 정부 묵인 하에 ‘탈세’할 수 있었다는 게 EC 주장이었다.

E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11년 유럽에서 160억 유로를 벌어들었다. 하지만 이 중 과세 대상은 5천만 유로에 불과했다. 159억5천만 유로를 ‘헤드오피스’ 수익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해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납부한 법인세는 1천만 유로에 불과했다. 연간 수익의 0.05%만 세금으로 냈다는 얘기다.

■ 거액 세금징수보다 더 중요한 건 다국적기업 지속 유치

그렇다면 아일랜드는 왜 이런 혜택을 제공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다국적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세금 천국인 아일랜드에 유럽 법인을 두고 있는 기업만 700개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규모에 비해선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셈이다.

세금 혜택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기업 유치는 아일랜드 경제에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EC 결정대로 애플에 세금을 추징할 경우 다른 기업들에도 같은 정책을 적용해야만 한다. 그렇게 될 경우 다국적 기업들이 굳이 아일랜드에 터를 둘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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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가 애플에 추징한 130억 유로는 아일랜드의 한 해 보건 분야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아일랜드에겐 엄청나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겐 이런 일회성 ‘추징’보다는 장기 수입 기반을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C 결정에 대해 ‘아이렉시트’까지 거론하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