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한계인가, 아이폰의 한계인가

'아이폰 사상 최대 판매량'에 숨겨진 깊은 고민

또 다시 사상 최대 분기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동시에 사상 최소 성장률이란 고민도 함께 떠안았다. 애플과 아이폰 얘기다.

이에 따라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거침 없는 하이킥을 계속해 왔던 애플이 ‘저속 기어’로 변속을 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은 26일(현지 시각) 201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 184억달러(약 22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월가 전망치 182억 달러도 웃도는 수치다.

매출도 759억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월가 전망치 765억달러엔 못 미쳤지만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사진=씨넷)

■ 아이폰 판매량, 또 사상 최고 기록했지만…

가장 관심을 끈 아이폰 판매량은 7천478만대를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던 지난 해 같은 기간 수준(7천450만대)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같은 판매량은 월가 전망치인 7천650만대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 IDC 등 대표적인 조사 전문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보단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이들은 애플의 1분기 아이폰 출하량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 해 수준을 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해 1분기에 워낙 뛰어난 실적을 선보였다. 종전 5천만대 남짓한 수준이었던 분기 최고 판매량을 7천450만대까지 끌어올렸다. 더 이상 기록을 깨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이번 분기에도 자신들이 훌쩍 높여 놨던 분기 최고 판매량 기록을 또 경신했다. 그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장기 성장 전망이다. 현재 아이폰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웃돈다. 그 얘긴 아이폰이 한계에 달하면 애플의 성장 엔진도 멈출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누구나 다 아는 애플의 고민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현재 매출 구조로는 아이폰 실적에 따라 출렁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이다.

애플은 이날 3월 마감되는 2분기 매출 전망치를 500억~530억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전망대로라면 작년 같은 기간 매출 580억 달러보다 8.6%~13.8% 가량 줄어든다는 얘기다. 애플은 아이팟 사업이 호조를 보이던 2003년 2분기 이후 단 한 차례도 매출이 줄어든 적 없다.

왜 이런 전망이 나왔을까? 아이폰 판매 전망치를 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씨넷에 따르면 파이퍼 제프레이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2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5천만~5천200만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아이폰 판매량 6천100만대였다. 예상대로라면 지난 해에 비해 14~18% 가량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결국 아이폰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IT 매체인 더버지는 “‘아이폰 판매량은 잊어라, 애플은 가장 흥미로운 수치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의 이런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씨넷 역시 지난 해 4분기 출시된 아이폰6S와 6S 플러스가 소비자들을 확 끌어당길 정도로 뛰어난 성능 개선이 이뤄진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뛰어난 스마트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폰 이전 모델 이용자들이 만사 제쳐 놓고 업그레이드할 정도로 매력적이진 않다는 얘기다.

■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이젠 포화 상태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젠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성장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예사로 기록하던 ‘좋았던 시절’은 끝났다는 것. 이젠 교체 수요를 공략하면서 소폭 성장을 기록하는 것에 만족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가 이런 부분을 잘 지적했다. 가트너는 올해 세계 휴대폰 출하량이 2.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금액 기준으로 할 경우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전처럼 피처폰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고속 성장하는 상황도 아니란 의미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애플은 지난 해 12월 마감된 1분기에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눈치 없이 신기록을 확 높여 놓은 뒤에 또 다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장대높이뛰기 선수와 비슷한 실적을 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 분기에 13년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전망한 것 역시 지난 해 같은 분기 실적이 워낙 뛰어났던 부분과 관련이 깊다. 애플이 지난 해 3월 분기에 기록한 아이폰 판매량 6천100만대는 한해 전보다 30% 가량 증가한 수치였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은 ‘제국의 몰락’을 점치는 전망이 다소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90일 단위로 계획을 짜는 게 아니다”고 항변한 것도 이런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 억울한 애플, 그래도 성장 한계는 분명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애플이 성장 한계점에 온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13년 동안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거쳐 다시 아이폰으로 바뀌었던 성장엔진을 대신할 다음 제품이 쉬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내놓은 애플TV나 애플워치 같은 ‘기타 제품’들은 아직 역할이 미미하다. 극비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자동차 사업도 결실을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폰의 성장 동력이 꺼지기 전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애플 입장에선 하루 하루가 초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불경기를 감내해야 하는 대다수 기업들에겐 ‘사치스런 고민’처럼 보일 순 있다. 하지만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게’ 기업이다. 애플의 지금 고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