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배상액 산정 소송' 어떤 전략 쓸까

5월14일 재판 앞두고 '증거배제' 3건씩 신청

홈&모바일입력 :2018/04/24 15:14    수정: 2018/04/24 17: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3억9천900만 달러 중 얼마를 줄일 수 있을까?

삼성전자와 애플 간 디자인 특허소송 마지막 승부가 오는 5월14일 열린다. 2012년 이후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소송은 1심만 세 번째 열릴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재판의 기본 전제는 아래 두 가지다.

첫째. 삼성 스마트폰은 둥근 모서리 등 애플 디자인 특허 세 건을 침해했다.

둘째.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제품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

(사진=씨넷)

둘째 기준만 놓고 보면 삼성의 배상액이 줄어드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특허법 289조가 디자인 특허 침해 기준으로 제시한 ‘제조물품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이 중요한 건 이런 공방 때문이다. 애플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디자인 특허 괴물’들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삼성은 디자인 특허는 제품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애플은 ‘디자인=제품 전체’란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 애플 "아이폰 이전 삼성 개발 특허 증거배제" 요청

상반된 목표를 갖고 있는 두 회사는 증거배제신청(motion in limine)을 통해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재판을 담당한 루시 고 판사는 두 회사가 각각 세 건씩의 증거배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삼성이 아이폰 이전에 독자 개발한 디자인 관련 증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증거들은 2012년 재판 때도 증거 배제됐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이 아이폰 공개 전에 이미 비슷한 디자인을 개발한 증거가 나온다. 이 증거가 사용될 경우 배심원들에겐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전 재판 때도 허용되지 않은 증거였던 만큼 이번에도 사용하긴 힘들 것이라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아이폰 등장 이전에 삼성이 개발했던 디자인들. 2012년 재판 때 이 증거가 사용됐더라면 승부가 상당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사진=포스페이턴츠)

애플은 또 삼성 측이 ‘주장되지 않은 특허(unasserted patents)’를 언급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장되지 않은 특허란 다른 특허권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애플은 피해 발생 시기 이후에 나온 증거들도 쓰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포스페이턴츠는 이 부분에 대해 “(애플이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외부에선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삼성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교체 케이스를 싸게 판매하는 스크린 샷을 증거 자료로 제출한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삼성 "애플 특허침해 덕에 점유율 상승 주장 막아달라"

삼성의 첫 번째 요구는 ‘애플 특허 침해 덕분에 삼성 점유율이 상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 측은 2012년 1심 재판 기간 내내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베낀 덕분에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을 했다. 이 부분을 막아달라는 것이 삼성의 요청이다.

삼성은 이런 주장을 못하게 해달라는 이유도 분명히 밝혔다. 잘 아는대로 2012년 재판은 애플이 상실한 손실 분석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자료들이 허용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디자인 특허 배상금 재산정을 위한 소송이 열리게 될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사진=씨넷)

하지만 이번 재판은 디자인 특허 침해의 기준이 되는 제조물품성을 다루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선 그 주장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삼성은 또 미국 특허청과 이전에 재판을 했던 법정이 이미 제조물품성에 대한 개념 규정을 했다는 주장 역시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삼성은 애플의 핀치 투 줌 특허(915특허) 역시 거론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언뜻 보면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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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화면을 늘리는 핀치투줌은 미국 특허청에서 특허권이 거부된 상태다. 연방항소법원 역시 이 결정을 지지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이부분을 거론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하는 걸까?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이번 재판은 915특허의 효력을 둘러싼 공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