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VR(가상현실) 체험은 헤드셋이나 스마트글래스를 통한 시각과 이어폰·헤드폰을 이용한 청각으로 구성된다. 시각과 청각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입체음향 기술을 통해 최근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오감 요소가 있다. 바로 촉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각과 청각에 촉각까지, 세 가지 감각이 결합한 상태를 VR의 1차 완성 단계로 꼽는다.
■ "VR과 햅틱 기술은 상호 보완 관계"
20일 서울 VR·AR 컨퍼런스에서 VR용 햅틱기기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 비햅틱스 곽기욱 대표(박사)는 "촉각은 향기(후각)나 맛(미각)과 달리 진동이나 압력 등을 통해 현재 단계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에 퍼져 있는 촉각은 신경의 민감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문제는 이런 기준에 맞춰 각종 기기를 정밀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이미 여러 기기들이 산업용, 혹은 연구용으로 시장에 나와 있지만 수백 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걸림돌로 꼽힌다.
곽 대표는 "신체에서 가장 먼저 진화하는 감각이 촉각이지만 실제로는 시각에 더 기민하게 반응한다. 눈과 귀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에 진동을 더하면 보다 사실에 가까운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과 햅틱 기술이 상호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손아귀 속 진동에서 벗어나라"
오큘러스나 오디세이 HMD, 플레이스테이션VR 등 대부분의 VR 헤드셋은 전용 컨트롤러를 이용해 햅틱 반응을 전달한다. 주된 전달 방식은 진동 모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에 공을 맞거나 얼굴에 어퍼컷을 맞아도 손에만 진동이 전달되기 때문에 현실감은 떨어진다.
서브팩이 개발해 2016년 국내 진출한 제품인 서브팩은 3.5mm 오디오 케이블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음향기기를 연결하면 전용 헤드폰으로는 소리를 들려주고 등에 닿는 부분에서는 진동막을 이용해 떨림을 전해준다. 비교적 간단하게 구현되지만 진동을 정밀하게 제어하기는 어렵다.
비햅틱스가 개발한 택트수트는 몸통과 팔·얼굴에 장착해 진동을 전달하는 장치다.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가 없고 신체 부위마다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의류에 전자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의류를 통해 햅틱 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오는 2021년 스마트의류 시장이 매년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2021년 이후 전신형 제품 본격 보급될 것
전신에 진동을 전달하는 수트 형태 기기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가격이 꼽힌다. 2016년 출시된 조끼형 기기인 서브팩 M2는 60만원이 훌쩍 넘었다. 보급형 VR 헤드셋보다 비싼 가격 탓에 부진을 면치 못하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VR 헤드셋이 제조사의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보급되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VR 햅틱 기기는 B2B 시장을 우선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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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는 "택트 수트는 지금까지 개발자킷만 300개를 만들어 그 중 70%를 해외 시장에 팔았다. 여러 체감형 기기에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일반 소비자용 시장에는 진동이나 압력을 전달하는 장갑 형태 기기가 먼저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가락에 압력이나 진동을 주는 다양한 기술이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전신형 햅틱 기기는 VR 헤드셋 보급이 진전된 오는 2021년 이후에나 빛을 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