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업계가 그리는 제4이통 시나리오

佛 프리모바일 모델…필수설비 개방 정책 영향

방송/통신입력 :2018/04/13 15:35    수정: 2018/04/13 15:36

케이블업계가 제4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모바일이 없는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만으로는 방송통신 융합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유다.

계기는 신임 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데뷔하는 첫 공식행사 자리를 활용했다.

김성진 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케이블이 이 시점에 해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얘기하겠다”며 “제4이동통신 참여로 유효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MSO와 개별SO는 물론 이동통신에 관심 있는 다른 기업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원가를 최소화함으로써 보편요금제와 정보복지에 기여하고 케이블TV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 보편요금제는 케이블 몫이다

특히, 이날 제4이통을 화두로 꺼낸 김성진 협회장은 보편요금제를 언급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저소득층의 통신복지 강화를 위해 월 2만원대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정도를 제공하자는 상품이다.

지난 22일 100일간의 활동을 끝으로 막을 내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협의를 했으나 향후 실무논의를 해나가는 것으로 잠정 휴업 상태다. 이통사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향후 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도 불투명하다. 이미 올 상반기까지 도입하겠다던 정부의 당초 계획은 물 건너 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업계가 보편요금제 얘기를 꺼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소매규제를 통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제하지 말고 4이통이란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보편요금제를 도입하자는 정반대의 안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진 회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각 케이블사업자들의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4이통 진입비용을 낮출 수 있어 충분히 보편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 “한국판 프리모바일 만들겠다”

케이블업계는 4이통 진출 선언을 하면서 롤모델로 프랑스의 프리텔레콤을 꼽았다.

김 회장은 “MSO 대표들도 제4이통이 필요하고 모바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프랑스의 프리모바일 모델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프리모바일은 프랑스텔레콤의 'Orange', 세계 5대 복합미디어그룹인 비벤디그룹과 글로벌 통신사인 보다폰이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SFR’, 부이그(Bouygues) SA의 자회사인 ‘부이그텔레콤’ 등 3개사가 과점하는 이동통신시장에 2012년 1월 4이통 사업자로 본격 참여해 현재 3위 사업자로 뛰어올랐다.

프리모바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모회사가 프랑스의 초고속인터넷 2위 사업자로서 통신사업에 대한 경험과 인프라, 인지도 등을 갖추고 있었고, 결합상품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당시 프리모바일은 음성과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19.99유로의 정액 상품으로 신규 가입자의 60%를 유치할 만큼 돌풍을 만들어냈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당시 프리모바일의 모기업인 일리아드(iliad)의 초고속인터넷 ARPU는 약 35유로로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모바일과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해 저렴한 요금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도 프리모바일과 유사하게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등과 묶은 결합상품으로 포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프리모바일이 내놓았던 19.99유로의 정액 상품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와 흡사하고, 전체적인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제4이통 선언, 왜 지금인가

특히, 케이블업계가 현 시점을 4이통 진출 적기로 판단한 데는 크게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의 폭발적인 증가 ▲지난해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에서 확연해진 알뜰폰 성장의 한계 ▲최근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뤄진 ‘신규 설비 공동구축 및 기존 설비의 공동 활용제도 개선방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를 비롯해 케이블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마저 언제든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더해지면서 배수의 진을 치게 된 것이다.

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계약 건수는 2011년 418건에서 869만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동전화가 포함된 TPS(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방송) 상품은 같은 기간 31만건에서 333만건으로 10배가 뛰었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케이블업계가 모바일 진출을 미뤘다가는 모바일과 IPTV,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시장을 모두 내주게 될 판”이라며 “지금도 늦은 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통사가 알뜰폰의 영역을 중저가 시장으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 정부가 여기에 동의했기 때문에 지난해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알뜰폰으로는 결합상품을 앞세운 통신사의 진격을 막아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부가 5G 조기 상용화와 효율적인 자원의 투자를 위해 필수설비 개방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된다.

4이통 진출 이후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 정책이 절실하고 그 중에 대표적인 게 기존 사업자들로부터의 로밍과 필수설비 임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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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프리모바일의 경우 당시 프랑스 정부는 주파수 우선 할당 배정, 1년간 한시적 접속료 차등 적용, 단계적 망구축이 가능하도록 커버리지 조건을 완화하고 로밍을 허용해 준 것이 도움이 됐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통신사의 투자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방안의 하나로 필수설비 개방 정책을 확대하고 있고 이는 4이통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필수설비 논의 과정에서 정부지원이 뒷받침된다면 4이통 진입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