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를 두고 각 사의 휴대폰 사업부에도 봄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회사는 지난 6일 올해 1분기 잠정치를 발표한 데 이어 오는 26일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1분기는 통상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계절적인 비수기로 꼽혀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지난 달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9 시리즈의 판매량, LG전자는 차기 전략폰인 G 시리즈 신제품 모델의 출시 지연에 따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갤S9' 부진 속 예상치 상회…"출시국 확대·경쟁 제품 없어"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1분기 매출액 26조~27조원대, 영업이익은 3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인 매출 23조5천억원과 영업이익 2조700억원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처럼 호조를 기록한 데는 지난 달 출시한 삼성전자의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의 영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9은 갤럭시S8 대비 큰 차별점이 없고 스마트폰 시장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출시 초기 차분한 시장 분위기를 이어갔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갤럭시S9 시리즈 1분기 출하량은 당초 예상했던 700만대보다 많은 900만~1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갤럭시S9은 갤럭시S8 대비 개선점이 미미하고 초기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전작 대비 초기 출시국이 대폭 확대됐고, 경쟁 업체들도 눈길을 끌만한 제품이 없다"고 분석했다.
올 초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공개해왔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시장 선두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제품 발표를 미루면서 갤럭시S9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애플은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플래그십 모델을 발표하고 화웨이, 샤오미 등은 지난 달 말에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했다.
또 1차 출시국을 크게 확대하면서 셀인(Sell-In, 제조사가 유통망에 공급하는 물량) 출하 호조가 예상된다. 갤럭시S9은 지난 달 16일 전세계 70여개국에서 동시에 출시됐다. 전작인 갤럭시S8은 지난해 1차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3개국에서만 우선 출시된 이후 일주일 뒤 유럽, 싱가포르, 홍콩 등 50개국에 상륙했다. 증권가에서는 갤럭시S9 시리즈의 1분기 출하량이 1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S8의 출시 첫 해 판매량은 3천750만대를 기록했다.
갤럭시S9 연간 판매량은 저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9 판매량이 전작인 갤럭시S8 성적의 60~70%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초기 예약판매 부진으로 연간 4천만대 이상 예상됐던 갤럭시S9 출하량에 빨간 불이 켜졌다"며 "갤럭시S9은 전작보다 카메라 기능 외에는 차별점이 없는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실제 중국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기존보다 3~4개월 증가했다"고 전했다.
마케팅 비용 축소도 IM 부문 영업이익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IM 부문은 플래그십 모델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 확대를 위한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는 기존 방식 대신 꾸준한 마케팅 비용 지출과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률을 상승시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가 퀄컴과 특허를 재계약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와 인프라 장비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권 상호 사용) 계약을 확대하기로 지난 2월 발표했다. 송 연구원은 "지난 1월 말 발생한 퀄컴과의 크로스 라이선스 재계약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 1분기 이익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LG 1Q 전년比 적자폭 확대…"연간 수익성은 개선될 것"
LG전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1분기 매출액 2조원대, 영업손실 1천억원 중반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전년 동기 영업손실 2억원의 실적보다 적자폭이 확대된 수치이며, 전분기(영업손실 2천132억원) 대비 줄어든 수준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부문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확대된 것은 플래그십 모델의 출시가 지연된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MC사업부의 플래그십 모델의 출시가 2분기로 예정돼 1분기는 부진할 전망"이라며 "다만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3천억원 가량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매년 2월 G시리즈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고 3월에 출시했지만 올해엔 5월 초 G7 씽큐를 선보인다. 경쟁사의 출시 시기와 상관없이 완성도를 높인 제품으로 내실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초 지난해 출시한 V30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더한 V30S 씽큐를 선보이긴 했지만, 주요 성능과 디자인은 동일하며 소프트웨어 기능과 저장용량을 업그레이드한 정도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적자폭이 축소됐다. 중가 스마트폰 매출 확대, 플래그십 모델의 롱테일 전략의 영향이 큰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G7 씽큐를 1분기가 아닌 2분기에 출시하면서 마케팅 등 투자 비용이 절감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노경탁 연구원 "LG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2분기 말로 예상되면서 1분기 매출액은 15.9% 감소하겠지만 부품과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적자폭은 축소될 것"이라며 "제품 모듈화와 플랫폼 개선으로 고정비 부담을 감소시키고, 제품 개발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가 변화하고 있어 연간 적자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LG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오디오,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기본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내실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재료비 혁신과 플랫폼 효율화를 통해 조기 턴어라운드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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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전방위 사후지원을 강화하며 소비자 신뢰 쌓기에도 나섰다. 회사는 지난 달 신속한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와 체계적인 스마트폰 고객 케어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를 가동했다. 최근에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믿고 오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신뢰를 보여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DB금융투자 권성률 연구원은 "LG전자는 성장보다는 수익성 회복, 중가 제품 매출 확대, 플래그십 모델의 롱테일 전략으로 올해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1천700억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라며 "다만 매출액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 통제만으로 손실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