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휴대폰 스캐너 사기 예견된 人災

기자수첩입력 :2018/04/06 17:24    수정: 2018/04/06 20:01

760여명, 피해금액만 약 16억원에 달하는 휴대폰 사기 판매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아이폰X을 구매하면서 단말 일부대금을 선불로 지급한 뒤 잔여 할부금을 페이백으로 면제해 준다는 약속을 믿었다가 낭패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범인들은 신분증 스캐너의 허점을 이용했다. 스캐너가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만 인식하고 여권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 피해자들로부터 여권 사본을 넘겨받아 서비스 개통을 진행했다. 때문에 일부 가입자들은 휴대폰조차 받지 못해 피해를 더 키웠다.

신분증 스캐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 3사가 2016년 12월부터 대리점·판매점에 의무 구축토록 하면서 사용되고 있다. 가입자의 개인정보보호, 위·변조와 명의도용을 방지하겠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때문에 현재 대리점·판매점에서는 스캐너를 통해야만 가입·개통업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스캐너는 도입 당시부터 허점투성이임이 드러나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게 범인들이 악용한 여권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 위·변조나 훼손된 신분증을 사용해도 개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외국인이나 신분증이 없는 이들을 위해 여권으로 수작업 개통을 허용할 경우 스캐너 도입 취지와 어긋나고, 스캐너가 훼손되거나 위·변조된 신분증을 감지해도 대리점·판매점이 이를 무시할 경우 개통업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본지 2016년 11월23일자 기사 참조)

더욱이 방문판매나 특판에서 활용하는 앱 기반의 모바일 스캐너는 위·변조마저 감별하는 기능이 없어 무용지물이란 지적도 제기됐다(본지 2016년 12월7일자 기사 참조)

때문에 당시 판매점들은 여권이나 훼손, 위·변조된 신분증을 이용해 개통할 경우 이통사가 차감정책을 적용하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오히려 판매점의 관리, 감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스캐너 도입을 반대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스캐너가 명의도용 방지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개인정보 집중관리, 스캐너 성능 오류, 이통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스캐너를 강제 구입토록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라면서 도입 철회를 주장키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방통위는 스캐너 도입은 이통사가 주체가 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그동안 이동전화 가입 시 신분증을 복사하면서 발생했던 불편법 영업행태가 해소된다는 점만 강조하면서 지적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통사 역시 위변조 감별 기능의 개선이 이뤄져 문제가 없고, 위변조 감별을 하지 못하는 앱 기반 스캐너는 향후 이동형 스캐너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해결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스캐너가 인식하지 못하는 여권의 경우 기존 방식대로 가입시키면 된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결국, 1년여 전에 제기됐던 문제점들은 760여명을 대상으로 한 16억원이란 사기 피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스캐너는 여권을 인식하는 기능도 없고 앱 기반 스캐너는 위변조를 걸러내지도 못한다.

사기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방통위는 현장점검에 나서 판매점의 책임뿐만 아니라 이통사도 최소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판매점들의 책임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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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통사들은 앱 기반 모바일 스캐너의 사용을 중단시켰다. 방문판매나 특판을 하는 이들은 거점 지역 대리점 등에서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선량한 유통상들만 소비자들로부터 사기 판매를 의심하는 눈총과 함께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번 휴대폰 사기 판매 사건은 방통위와 이통사들이 스캐너 도입 당시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촉박한 일정으로 밀어붙이지만 않았다면 막았을 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