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0년부터는 맥에도 자체 생산한 칩을 탑재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가 나오자 2일(현지시간) 인텔 주가는 한 때 9%까지 폭락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이 기사를 게재한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의 칩 자체 생산 로드맵 관련 특종 보도를 계속 쏟아냈다. 블룸버그는 지난 해 12월엔 애플이 iOS와 맥OS에서 동시에 구동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란 소식을 전했다.
일단 블룸버그 보도를 한번 살펴보자.
애플의 ‘칼라마타 프로젝트’는 2020년부터 모든 맥에 자체 생산 칩을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회사 경영진의 승인이 떨어진 상태다.
그 동안 애플은 칩 자체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맥프로에 있는 터치 바 기능을 구동하는 T1이 대표적인 결실이다. 애플은 아이폰에선 8 모델부터 자체 생산 A11 칩을 탑재했다.
당연히 애플의 이런 노력은 인텔로부터의 독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그 동안 애플은 인텔의 로드맵 때문에 맥 후속 모델을 내놓는 주기가 지나치게 길었다.
긴 기간을 기다린 고객들에게 전작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제품을 내놓는 건 애플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텔 칩 로드맵의 지배를 받는 애플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칩을 차제 생산할 경우 이런 부담을 던져버릴 수 있다.
■ 작년엔 맥OS-iOS 동시 구동 앱 프로젝트도 공개돼
하지만 이건 표면에 드러난 부분에 불과하다. 애플이 그리고 있는 더 큰 그림은 따로 있다. 바로 iOS와 맥OS를 긴밀하게 통합하는 것이다.
블룸버그 역시 애플이 2020년까지 모든 맥에 자체 생산 칩을 탑재할 것이란 사실을 보도하면서 “iOS 기기와 맥이 좀 더 비슷하면서도 끊김 없이 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된 계획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이미 애플은 이런 계획은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해 12월 소개한 마지팬(Marzipan) 프로젝트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마지팬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iOS와 맥OS에서 동시 구동하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다.
애플은 연내에 마지팬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이길 원하고 있다. 이럴 경우 오는 6월 열리는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그 기능이 소개될 가능성이 많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블룸버그는 칼마타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애플이 내년에 맥프로 신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그럴 경우 이 제품은 애플이 개발한 칩이 포함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애플이 이처럼 iOS 기기와 맥을 좀 더 긴밀하게 통합하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iOS 앱을 맥에서도 사용하게 될 경우 맥의 사용성이 한결 향상될 수도 있다. 현재 맥에선 몇몇 앱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쓸만한 것들이 없는 상황이다.
■ 인텔 칩 덕에 주류 부상한 맥, 자체 칩 위험부담 없을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애플은 32비트 맥 앱 지원 중단 방침을 확정했다. 따라서 iOS 앱과의 호환이 없을 경우엔 사용 환경이 더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인텔과 애플은 무게중심이 다른 편이다. 인텔 칩 전략의 핵심은 성능이다. 반면 애플은 사용성이나 디자인 쪽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애플의 인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건 이런 전략 차이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iOS와 맥OS를 통합하는 것 역시 애플의 오랜 숙원이다.
결국 칼라마타 프로젝트는 이런 오랜 염원을 실현하려는 애플의 야심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라고 봐도 크게 그르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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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애플은 이런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까? 아스테크니카 지적대로 맥이 주류로 부상한 것은 파워PC에서 인텔 칩으로 전환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인텔 칩을 자체 생산 칩으로 전환하려는 건 그 때와는 반대 행보를 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애플이 이런 부담을 어떻게 이겨낼 지 지켜보는 것도 자체 칩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의미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