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요나트(Erik Jonnaert)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ACEA) 사무총장이 "우버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했지만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28일 한-유럽 미래 자동차 포럼 기조연설을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요나트 사무총장은 27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사고 중 70%는 인간의 잘못으로 이뤄진 경우"라며 "기술이 인간의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자율주행차 자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요나트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템피 지역에서 일어난 우버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고, 사고 책임 유무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이에 대한 시각은?
"자율주행차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신뢰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유럽 자동차 제작사들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유무를 가려내고 판단하는 일은 정말로 어렵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제작사와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는 부품업자들이 좀 더 안전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럽에서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이전에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자율주행차 시범운영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자율주행차 자체의 실험대상이 되기 보다는 안전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차 사고방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차량간의 정보 공유 플랫폼이다. 차량간 정보 교환을 통해 사고 소식이나 도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숙제는 바로 해킹 가능성을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유럽에서는 현재 클라우드와 연동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중인데, 향후 이에 대한 표준화도 논의돼야 한다."
Q. 안전도 중요하지만, 유럽에서는 자율주행차 구동을 위해 어떤 기술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유럽 제작사들이 수 많은 자율주행차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다른 대륙과 차별화 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두 국가와 연결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자율주행차 주행 시험을 위한 협약을 해서 자율주행차가 국경을 넘어 테스트 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구축됐다. 이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 현재 가장 이상적인 자율주행차용 통신 네트워크는 5G지만, 천재지변 또는 데이터 해킹에 따라서 5G 네트워크를 못 쓸 경우가 생길 수 있다.
5G 네트워크가 활용 불가능하면, 도로 시설에 마련된 별도의 무선 네트워크와 곧바로 연결해 차량 간 네트워크가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아무래도 자율주행차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도전과제가 아닌가 싶다."
Q. 매번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는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테슬라의 영향을 꽤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유럽이 테슬라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테슬라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 이유는 바로 다임러가 테슬라 초기 성장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테슬라의 등장을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시장에 전혀 존재하지 않은 '프리미엄 전기차' 영역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모든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EV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같은 업계 동향은 최근에 개최된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Q. 전기차가 향후 자동차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지난해 유럽 전체 차량 판매 비중 자료를 보면 48%는 가솔린, 45.7%는 디젤, 그리고 5.6%가 친환경차다. 친환경차중 1.4%가 순수전기차다. 아직까지 이 수치만으로 볼 때 전기차가 모든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우리 ACEA에서 내부 조사를 해본 결과 전기차 활성화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되는 것은 판매가격이다. 또한 테슬라, 쉐보레, 현대차 등등 장거리 주행 가능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장거리 주행 전기차가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유럽에서도 전기차 판매 뿐만 아니라 충전 인프라 확대에 대한 고민이 매우 많다. 도전적 숙제나 다름없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는 28개 회원국에 강제사항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장 계획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전기차 전용 번호판과 전기차 전용차로 확보 등도 전기차 판매에 향후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
Q. 유럽 자동차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자동차 업체 중 현대자동차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현대차는 유럽에 공장과 디자인센터 등을 구축했기 때문에 ACEA 회원사다. 유럽에 본사를 두지 않아도 유럽 내 자체 시설물을 확보해놓으면 ACEA 회원사가 될 수 있다. ACEA 회원사인 현대차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자동차 시장 진입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에서 보기에 현대차는 우선 가성비가 매우 좋은 차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에선 현대차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미 수소차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기 때문에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Q. 내일(28일) 한-EU 미래 자동차 포럼에서 모빌리티에 대한 기조연설을 한다고 들었다. 모빌리티 시대 활성화를 위한 과제에 대해 언급해달라.
"우선 디지털화가 잘 갖춰져야 한다. 도심 지역에서는 네트워크 연결이 활발하지만, 아직 교외 지역에서는 네트워크 연결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카셰어링 활성화를 위해 해당 차량의 원활한 주차를 위한 전용 주차공간 확보가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사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국가별 지형 특성 상 카셰어링용 차량을 세울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에릭 요나트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 사무총장 프로필
벨기에 태생인 그는 2013년 10월부터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1985년에 벨기에 링크레이터스(Linklaters) 로펌에서 변호사직을 시작했고, 180년 역사의 소비재 기업 프록터 앤드 갬블(P&G)에서 25년간 공공외교, 규제, 커뮤니케이션,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업무를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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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를 대표해 브렉시트 이후 유럽 자동차 시장 침체 우려를 제기했고, 전세계 자동차 컨퍼런스와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혀 해외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에릭 요나트 사무총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한-EU 미래자동차포럼에서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모빌리티 시대 활성화 방안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