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문 경영인을 사외 이사로 영입하고 이사회 중심의 다양한 경영 활동에 나서는 등 대외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액면분할을 실시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선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연결기준으로 매출 239조5천800억원과 영업이익 53조6천500억원 달성 등 경영 성과 보고와 함께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발행주식 액면분할과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변경의 건 등 의안을 처리했다. 지난해 550억이던 이사 보수한도는 올해 465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삼성전자 사내 이사진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신규 선임된 김기남 다바이스 솔루션(DS)부문장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장 사장,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까지 5인체제로 구성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끝으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직은 대외적 논란에도 유지됐다. 이 부회장은 예상대로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초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삼성을 둘러싼 대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는 한편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이날 주총은 총 116분 동안 진행됐으며, 의안은 모두 원안대로 처리됐다.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권 회장은 주주들의 발언권 요청에 대부분 기회를 주고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삼성전자는 ▲5조8천억원의 배당 ▲총 9조2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2020년까지 배당 확대를 비롯해 주주중시 정책을 공고히 하기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확정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 주당 가격이 높아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배당 혜택 증가를 비롯해 투자자 저변 확대, 유동선 증대 효과 등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업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회장은 "삼성전자는 많은 부분을 기관투자자들이 갖고 있어서 소액주주분들께서 불평 아닌 불만을 해오신 분들이 있었는데 그동안 분할을 안한 이유는 소각 중심으로 해와서 소액 주주분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봤던 것"이라며 "이제 소각보다는 주식 배당을 중심으로 하기로 했으며, 10대 1도 검토했었지만, 50대 1로 결정한 이유는 소액 주주들이 훨씬 활성화되고 올해부터 배당액이 거의 1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외 이사에는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후임으로,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새롭게 선임됐다. 김종훈 회장과 김선욱 교수는 각각 외국계 기업 대표, 여성 전문가로 삼성전자 사외이사로선 이례적이다. 지난해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는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 선임 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어 이날 주총에서는 의안 상정에 앞서 김기남 다바이스 솔루션(DS)부문장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장 사장 등 각 사업부문별 대표이사가 직접 지난해 경영 현황과 올해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지난해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은 5G, 사물인터넷(IoT), 전장 등 새로운 응용처 확대와 고용량, 고부가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 사업은 2세대 10나노급 D램, 5세대 V낸드 등 고부가 제품을 확대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내년 세계 최초로 7나노 극자외선(EUV) 적용 제품 양산을 위해 공정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구축과 고객 다변화를 추진한다. 시스템LSI 사업은 확보하고 시스템온칩(SoC), 이미지센서 등 차세대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한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스마트폰 업체들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기술 차별화와 신규 응용처에 대한 기술 역량도 강화한다. 액정표시장치(LCD)는 고부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판매 비중도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발표 도중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는 "최근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전 반도체 부문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반도체 사업은 대규모 투자만으로 기술 벽차의 벽을 쉽게 허물 수 있는 것으로 보진 않는다.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력과 차별화가 유지돼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평택 반도체공장 정전 사태에 대해서는 "현재 평택 단지는 완전히 복구된 상태이며 직접적인 손해 금액은 50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지난 35년간 여러 번의 사고를 통해 물샐틈없이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자만하지 않고 반성하며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QLED TV를 중심으로 75형 이상 초대형 시장과 8K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마이크로LED TV 등 차세대 TV 기술 개발에도 매진한다. 또 B2B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신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IoT 등 차세대 기술 기반의 냉장고로 시장을 선도하고 북미 건축업자와의 제휴 확대, 구주 빌트인 시장과 시스템 에어컨 시장 판매 강화로 B2B 부문에서의 리더십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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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은 ▲최근 출시한 갤럭시S9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리더십 강화 ▲기업간거래(B2B)와 온라인 시장 대응 등 육성 사업 성과 가시화 ▲미래 신사업과 서비스 사업 기반 구축 ▲설계·검증·검출 능력의 지능화·고도화를 통한 품질 문제 단절 ▲극한 사업 환경에서도 성장 가능한 경영 체질 구축 등을 강화한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 둔화에 따른 경쟁이 심화돼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나, 혁신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조직 책임자를 다 교체하고, 영업조직을 빠른 의사결정체계로 바꿨으며 갤럭시S8이나 갤럭시S9 등으로 두 자릿수에 근접할 수 있는 시장 성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는 과정이다. 저희가 한 번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가 더 책임지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