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블록체인으로 P2P 신뢰 높인다”

김준범 대표 "자체 토큰 모든 거래에 사용"

중기/벤처입력 :2018/03/15 06:00    수정: 2018/03/15 16:17

블록체인 기술을 P2P 거래에 접목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 있다. 덕분에 P2P 거래의 약점인 신뢰를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장담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9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지퍼(ZPER)가 그 주인공이다. 지퍼는 탈중앙화 P2P 금융 생태계를 표방하면서 야심찬 첫 발을 내디뎠다.

최근 싱가포르와 국내에 각각 법인을 설립한 지퍼는 오는 17일엔 자체 토큰인 지퍼(ZPR)도 공개할 예정이다.

지퍼는 P2P 플랫폼을 운영하던 김준범(올리펀딩 대표), 이승행(미드레이트 대표), 박성준(펀다 대표) 세 대표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지퍼 생태계에는 현재 미드레이트, 올리펀딩, 펀다를 포함해 총 11개의 P2P 업체가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20~30개 업체로 몸집을 불려나갈 계획이다.

지퍼 김준범, 이승행 공동대표

지퍼는 각 P2P 업체들의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것. 이런 바탕 위에 지퍼가 협력사들의 상품에 분산투자 하는 방식이다.

분산투자로 투자자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지퍼는 앞으로 해외 P2P 업체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다단계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해외 P2P 업체의 상품을 소개할 수 있어 불필요한 유통마진을 줄인 다는 것.

지퍼는 국내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큰 해외 P2P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김준범 지퍼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Q. P2P 금융 생태계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P2P 업체들이 하는 일이 많다. 투자자 모집 및 심사, 대출관리, 추심 등을 도맡아 한다. 자체적으로 분산투자 알고리즘을 만든 뒤 투자자를 모으는 일도 한다. 그런데 이 자체가 중앙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지퍼는 업체들의 중앙화된 업무들을 좀 떼어내고 싶은 거다. 우리가 투자자를 모아준다면 P2P 업체는 심사만 잘하면 된다. 채권관리도 신용관리사가 지퍼에 들어와서 할 수 있다.

P2P업의 본질은 기존 금융기관이 사용하지 않는 어떤 대안적인 신용을 활용해 보다 합리적인 금리에 대출해주는 것이다. 그것만 잘할 수 있게 부수적인 일들을 찢어놓고 싶은 거다. P2P 대출을 하면서 발생하는 자금 이동, 수수료 등 정보들을 어느 나라에서 어떤 업체도 다 취합하고 있진 않다.“

Q. 지퍼를 출범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굉장히 큰 금융기업이 P2P 업체를 통해 투자를 하고 싶어한 적 있다. 그 금융기업은 고객들의 예치금을 P2P로 운용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P2P 업체의 규모나 상품 규모가 금융기관이 봤을 때는 너무 작다보니 서로 연결이 잘 안됐다. 큰 규모의 자금을 분산 투자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10월 경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P2P 업체 10곳이 모였다. 그중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3개 업체가 펀다, 미드레이드, 올리펀딩이다. 우리끼리 이 프로젝트로 사업화를 해보자 해서 시작한 게 지퍼다. 필요한 사업 자금은 ICO를 통해 모았다.”

김준범 지퍼 공동대표

Q. P2P에 어떻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건가?

“전 세계 P2P 업체들의 거래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 올린다면 위·변조를 막을 수 있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만약 블록체인화 하지 않고 ‘투자자 모아드릴 테니 대출자 정보, 회사 재무정보를 달라’고 하면 P2P 업체들은 절대 주지 않을 거다. 우리한테 데이터가 쌓일수록 갑을 관계가 바뀌기 때문이다.

데이터들을 블록체인에 올려서 투명하게 관리하고, 여기 사용된 데이터는 업체가 제공할 뿐 아니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참여를 유도하려고 한다.”

Q. 블록체인 개념을 도입하면서 얻게 되는 긍정적 효과는?

“3년 간 P2P업을 하다 보니 재미있는 점이 있다.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리면 투자자들이 실제 돈을 넣는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가 유명할 때도 아니었다. 투자자는 상품이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업체를 무작정 믿고 투자하는 거다.

물론 예민한 투자자라면 ‘저 채권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고,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런 의문 때문에 P2P 투자를 안 할 수도 있다.

반대로 P2P업체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투자자가 한정된 신용을 가지고 이런 저런 P2P업체에 투자 신청을 하면 곤란하다. 어떤 사람의 신용 이력을 봤을 때 1천만원까지만 가능한데, 업체 두 곳에서 이중 계약을 맺는다면 상환 여력이 없을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P2P업체가 자의적으로 대출계약을 바꿀 수 있다. 임직원이 나쁜 마음을 먹고 이자율을 위변조하고 뒷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에 거래 내역을 기록을 하면 원천적으로 이 모든 상황이 차단된다. 이로써 채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Q. 지퍼가 발행하는 토큰인 지퍼(ZPR)는 지퍼 생태계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P2P 투자 및 대출을 하는데 지퍼코인이 중간에서 쓰인다. P2P 채권의 투자금, 원리금 수취권의 거래대금, 정보제공자에 대한 보상, 부실채권(NPL) 매입 약정자 수수료 지급 등 모든 거래에 지퍼 코인을 사용한다. 만약 1천만원 투자하겠다고 하면 수수료율 1%에 해당하는 10만원을 수수료로 내는데, 이 수수료를 지퍼코인으로 지불할 수 있다."

Q. 암호화폐로 P2P 거래를 할 수 있나?

“물론이다. 근데 꼭 암호화폐를 통해서 거래하는 게 반드시 좋은 거냐,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냐, 하면 그렇진 않다. 암호화폐를 통해 글로벌 P2P 투자 가능하게 한다고 했을 때, 무조건 암호화폐를 쓰도록 하진 않는다. 암호화폐를 썼을 때 어떤 기존의 송금 시스템을 사용한 것 대비 시간적으로나 비용 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이 되면 그 때 암호화폐를 쓸 수 있다.

꼭 지퍼가 아니어도 된다. 예를들어 리플이어도 상관없고,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목표는 지퍼라는 코인이 적어도 글로벌한 P2P 생태계에 참여하는 투자자, 차입자, P2P 업체들 간에 가장 편하고, 효용가치가 있는 코인으로 쓰이는 것이다.”

Q. 지퍼가 해외 P2P 업체의 상품을 가져오는 메커니즘은?

“P2P 산업이 각 나라에서 많이 성숙해있는 건 아니다. 글로벌하게 자금이 이동하려면 환전 수수료, 환헷지 수수료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다 커버할 만큼의 규모가 아직까지 안 나온 것 같다. 예를 들어 P2P 금융시장이 발전한 미국 같은 경우 하루에도 굉장히 큰 채권이 발생한다. 예상 수익률이 14%인 미국 채권 포트폴리오에 한국 투자자가 투자하길 원한다면, 여기에 투자자 전문 운용사, 브로커가 달려들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수수료를 다 떼면 5%의 수익률만 남는다. 그런데 미국 P2P업체와 협약을 맺고 직접 상품을 소개해 중간 유통과정을 줄일 수 있다면 같은 리스크의 채권이라도 미국의 채권은 투자 수익률이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여태껏 P2P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유통 마진을 줄여보려는 시도는 없었다. 미국에서도 없었다.”

Q.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한 P2P 시장을 가진 나라는 어느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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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만 상품을 구성하려면 금액 규모도 작고, 투자자 풀 자체도 작다. 지퍼는 이걸 글로벌하게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려 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대출시장에 가면 베트남은 은행 예금 금리가 15%다. 기준금리가 높다 보니 은행에서 커버할 수 있는 대출자도 적다. 그럼 커버가 안 되는 대출자들은 일종의 대부업체 같은 데 가서 돈을 빌리는데, 베트남 대부업체 최고 금리는 베트남은 굉장히 높다. 예를 들어 60%가 될 수도 있다. 베트남에도 P2P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 업체에서 60%의 금리를 30%로 낮춘 상품을 만든다면,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그 30% 금리는 엄청난 거다.

지퍼는 한국 투자자가 동남아시아의 P2P 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중간다리를 하는 거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