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두 인터넷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주총회를 통한 사내이사 교체 카드로 각기 다른 사업전략에 힘을 쏟는다.
네이버는 이해진 전 의장이 사내이사에 물러나는 것으로 국내 사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글로벌 투자와 사업 발굴에 방점을 찍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과 오래 인연을 쌓아온 광고 전문가인 여민수 대표와 브랜딩 전문가인 조수용 대표를 투톱으로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 국내서 힘 빼고 글로벌 개척에 온힘 이해진
네이버는 이달 23일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에서 제19기(2017년)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비롯해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의결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대신 네이버 비즈니스위원회 리더인 최인혁 해피빈재단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또 임기가 만료되는 숙명여대 이종우 교수(사외이사) 대신 카이스트의 이인무 교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이해진 GIO가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한 배경은 날로 빠르고 격해지는 글로벌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 국내 사업을 위한 주요 의사결정은 지난해 선임된 변대규 의장과 한성숙 대표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이사에게 맡기고, 이 GIO는 일본, 태국, 프랑스 등 해외 사업에 전념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이해진 GIO는 지난해 3월부터 글로벌 투자 및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내이사로 등기이사로서의 역할만을 해 왔다”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GIO로서의 직무에 더욱 전념하기 위해 사내이사직도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는 네이버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이후 개발경영진을 역임했다. 또 서비스 운영, 비즈니스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인무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고려대, 싱가포르 국립대, 카이스트에서 재무 분야를 연구해 왔고, 미국 투자회사(Dimensional Fund Advisors) 부사장직을 역임했다. 또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은행 외화자산운용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기업재무, 투자에 대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네이버는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 ‘프렌즈’ 등에 통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별정통신사업’을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도 이번 주총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해진 GIO의 사내이사 연임 포기와 회사 지분율 변동(4.31%→3.27%)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준대기업 동일인(총수) 지정에 대한 부담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글로벌 사업에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대기업 총수’란 타이틀을 벗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이다.
■ 브랜드 파워, 광고 수익 극대화 노리는 김범수
카카오는 16일 제주시에 위치한 스페이스닷원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제23기 감사보고 및 영업보고를 한 뒤, 이사 선임과 사업목적 추가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 이후 사내 조직을 재정비해왔던 임지훈 대표를 대신해 조수용, 여민수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다. 신임 두 대표는 김범수 의장과 NHN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끈끈한 인연을 가진 인물이다.
먼저 조수용 공동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현재 카카오 공동체브랜드센터장도 맡고 있다.
또 브랜드 컨설팅 회사 제이오에이치(JOH) 경영도 맡고 있는 조수용 내정자는 프리챌 디자인 센터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NHN(현 네이버)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의 상징인 녹색 검색창과, 분당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건축이 그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는 김범수 의장의 제안으로 2016년 카카오에 들어와 카카오 본사와 자회사의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총괄하는 공동체브랜드센터를 진두지휘했다.
여민수 공동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광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그 역시 NHN에서 eBiz 부문장을 맡았던 광고사업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범수 의장과의 인연은 2000년 NHN에서 시작됐으며, 지난 2016년 카카오에 합류해 카카오가 광고에 기반한 수익성을 찾지 못하던 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카카오의 광고 플랫폼 매출은 5천95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광고 수익의 극대화와 카카오가 가진 다양한 브랜드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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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카카오는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이자 패스모바일 대표의 사내이사의 1년 연임안과 피아오얀리 텐센트게임즈 부사장 사외이사 1년 연임안 등이 의안으로 오를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번 주총을 통해 이사의 수를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늘린다. 또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일반여행업을 추가하며, 이사회 구성 조항도 이사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일부 수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