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 삭제 가능한데"…채널 선택 방송법 발의 논란

업계, 방송편성권-영업자유권 침해 우려

유통입력 :2018/03/08 17:18    수정: 2018/03/08 17:44

시청자가 직접 선호하는 채널에 별도 순번을 부여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홈쇼핑 채널이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근거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채널편성권이나 영업자유권이 침해될 수 있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또한 인지도 제고와 시청률에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국회 등에 따르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시청자 TV 채널 결정권 보장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시청자가 선호하는 채널의 별도의 순번을 부여하거나 차단하는 기계적 운영 체계를 사업자가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SBS는 1번, KBS2는 2번, JTBC는 3번 등으로 시청자가 자의적으로 번호를 정할 수 있는 옵션이 의무적으로 마련되는 것이다.

신경민 의원실 측은 "홈쇼핑 업체의 과도한 채널 경쟁은 시청자에게 채널을 돌릴 때마다 연속해서 나오는 홈쇼핑을 강제로 시청하게 해 불편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다양한 콘텐츠 접근을 가로막는 등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의원은 “다양한 채널 공급이 시청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주기보다 오히려 침해하고 있어 그 문제가 심각하다”며 “시대 흐름과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시청자가 직접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법안에 난색을 표했다. 홈쇼핑과 T커머스 사업자들은 홈쇼핑 업계를 겨냥하는 방송법 개정이라고 반발했고, 중소PP사업자도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는 의견이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시청자가 리모컨을 통해 메뉴에서 채널을 숨기거나 삭제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즐겨찾기를 통해 선호하는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며 "법으로 명문화 한다는 것은 옥상옥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의 공공성을 채널 선택권에 적용하는 것은 방송편성에 대한 규제나 간섭을 금지하고 있는 방송법에 어긋날 수 있다"며 "사업자간의 개별 계약인데 송출수수료나 시청률, 광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 맞지 않는 법안이다"라며 "채널 선택은 현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중소 PP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P 관계자는 "법안이 실행된다면 지상파나 종편, CJ E&M 등 인기 채널들이 우선적으로 선택될텐데, 제작 환경이 열악한 개별PP들은 인지도나 시청률 제고 측면에서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도 반발했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셋톱박스에 해당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건데, 시스템 개발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 개발 비용이 가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도는 신선하지만, 시청자 편익을 도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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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 또한 "방송 편성권과 영업 자유권을 침해하는 법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에서는 아직 해당 법안에 대해 논의가 안 된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당 법안을 검토하고 사업자 의견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