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공해?…채널 연번제가 답일까

이미 실패한 연번제 또 다시 부상

방송/통신입력 :2018/01/20 08:42    수정: 2018/01/20 10:37

한 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홈쇼핑 연번제가 또 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홈쇼핑 채널 수가 증가하면서 일반PP가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시청권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실패 경험 있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또 한번의 연번제 실시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연번제란 특정 유형의 채널을 한꺼번에 몰아 넣는 것을 의미한다.

19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내 홈쇼핑 운영실태 진단 정책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홈쇼핑 채널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사업자(PP)가 로우(Low) 번호대(40번대 이하)에 진입할 통로가 줄어들고, 다른 프로그램 시청에 방해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료방송 이용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홈쇼핑 채널 주시청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홈쇼핑 채널을 특정 번호대에 연속 편성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하며, 연번제를 도입을 찬성했다.

이 교수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홈쇼핑 채널 확대 자제 및 홈쇼핑 채널의 연번제 시행으로 시청권 침해를 막고 콘텐츠 다양성을 구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채널편성위원회를 운영해 이러한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한석현 YMCA 팀장 또한 채널 연번제에 찬성했다. 한 팀장은 "지난 정권 때는 홈쇼핑이 들어가 있는 황금 채널에 종편을 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반대가 있었지만, 종편이 의무재전송 채널이라 그런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연번제에 반대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상혁 케이블TV협회 국장은 "이 교수가 앞서 주장한 채널편성위원회는 플랫폼 입장에서 상당히 우려된다"며 "플랫폼 사업자와 PP간 결정되는 채널 편성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라는 것은 법에서 채널을 아예 명시해야 한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 협회 실장은 "예를 들어 홈쇼핑 채널이 연번제 실시로 인해 100번대로 간다고 해도 플랫폼에 내는 송출 수수료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홈쇼핑 때문에 PP가 앞번호대로 진입하지 못한다는 의견과 관련해서는) PP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경필 T커머스 협회 국장 또한 "TV홈쇼핑 채널 수를 줄이는 해결 방안이 연번제인지는 의문"이라며 "T커머스가 홈쇼핑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있지만 기술 적으로도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 이런 측면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황큰별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팀장은 "외국에서는 정부가 연번제를 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준 건 아니다"라며 "연번제 도입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홈쇼핑 업계의 아픈 기억 '연번제'

홈쇼핑 채널은 2000년대 초, 위성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가 200번대에 몰아넣은 연번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의 시청가구당 홈쇼핑매출이 케이블TV에 비해 절반에 머무르고,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자 다시 되돌렸다.

2004년 방송위원회가 케이블TV에도 홈쇼핑 연번제를 실시하도록 하는 채널 정책을 발표했지만, 업계 반발로 시행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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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10년 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채널 연번제를 도입해 유료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도입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종 이해 당사자인 유료방송업계와 홈쇼핑 업계는 난색을 표명했다. 지상파, 종합편성 방송사들 중간에 배치된 홈쇼핑 채널을 연번제로 전환할 경우, 취약한 유료방송 매출구조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