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미국 실리콘밸리 유튜브 본사. 무명의 한국인 IT 개발자가 유튜브 직원들 앞에서 본인 기술을 시연했다.
조심스럽게 바라본 객석에서는 "원더풀"과 함께 질문이 쏟아졌다. "영어가 서툴다"며 양해를 구하자 "괜찮다, 우리는 한국어 전혀 모른다"는 위트가 돌아왔다. 그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것.
이날 시연자는 영상기술 스타트업 '삼십구도씨'의 우승원 대표㊶. 고가 촬영장비 대신 스마트폰으로 다중화면을 생중계하는 플랫폼 '릴레이'가 그의 역작이다.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컨퍼런스 'MWC'의 화제작이기도 하다.
"올림픽이나 예능 방송처럼 다각도 장면을 생중계합니다. 수천만원 대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 몇 대와 애플리케이션만으로 가능하죠. 누구나 다각도의 생방송을 진행하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비법은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술이다. 최대 4대의 스마트폰을 유무선 공유기 없이 와이파이로 연결한다. 애플리케이션이 중계차이고, 스마트폰은 카메라맨 어깨 위의 장비인 셈이다.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찍은 영상을 다른 스마트폰으로 거의 실시간 전달한다. 스마트폰 간 와이파이 그룹을 만들어 다른 기기의 접속은 차단하기에 방송이 원활하다.
파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유튜브의 사례처럼 시연회마다 환호가 이어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100여건의 생중계를 진행했다. 장소는 컨퍼런스, 방송국, 지역축제 등 다양했다. 중계의 질은 높이고 싶은데 자금은 부족한 행사 기획자들의 호응이 특히 컸다.
"학술 컨퍼런스에서 영상 중계에 얼마나 큰돈을 투자할 수 있겠어요? 대부분 카메라 한 대를 발표화면에 맞춰 놓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 내내 발표화면만 보는 셈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1인 방송도 진행자 정면 모습만 계속 나오는 게 일반적이죠. '릴레이' 플랫폼이라면 이들도 쉽게 다각도 생중계를 할 수 있어요."
릴레이의 판은 입 소문을 타고 계속해서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페이스북으로부터 뉴스라인에 방송을 중계할 수 있는 허가를 획득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으로의 방송만 허용했던 페이스북이기에 더욱 놀라운 사건이었다. 페이스북으로부터 이 허가를 받은 기술은 릴레이가 세계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다고 우 대표는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허가 역시 스마트폰 다각도 생중계의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세계에서 개척 가능한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어요. 미국의 유명 기업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직장에서는 새로운 무인발급기를 개발하는 등 역량을 펼쳤으나 엉뚱하게도 관심사는 방송이었다고. 대학 방송국에서 일했던 때가 그리워 개발자 생활 5년 만에 방송PD로 전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방송국에 들어서자 IT 개발 욕심이 났다. 연극과 콘서트 중계가 주 업무였는데, 뭔가 만들면 고가의 방송장비를 현장에서 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무선통신을 다룬 해외 논문들을 찾아보며 '릴레이'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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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구도씨는 창업 당시의 한국 나이 39살에 열정의 의미를 더한 회사명이다. 카페24로 구축한 홈페이지에는 짧은 기간에 기록해 온 투자, 인증, 시연 등의 이력이 상당 규모다.
"저는 고급 개발자가 아니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할 때에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죠. 하지만 목표 달성 의지는 분명히 강했어요. 논문을 파고들수록 기술이 보였고, 좋은 동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국산 IT 기술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