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서 빛난 ‘韓 5G’..."선점효과 기대"

5G 한국 주도권 강화, 수익모델 찾아야

방송/통신입력 :2018/03/01 09:05    수정: 2018/03/01 09:08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한국이 5G 통신에 가장 앞서있고, 디지털 경제의 모범적 사례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제공된 5G 통신 시범 서비스를 체험했다. 놀라올 만큼 진일보한 ICT를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올림픽 경기를 즐겼다.” (매츠 그랜리드 GSMA 사무총장)

“ “평창올림픽은 5G 상용 표준과 네트워크의 글로벌 출시를 위해 성공적인 예선 무대였다.” (아이샤 에반스 인텔 최고전략책임 수석부사장)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ICT 전시 컨퍼런스인 MWC 2018에서 한국의 5G 이동통신 준비 상황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5G 통신 상용화를 1년여 앞두고 있는 한국을 두고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과 미국 등이 5G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였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은 한국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5G 통신이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제에 따라 정부의 조기 상용화 의지가 강력하다. 모바일 통신 기술의 선두권 자리를 지켜온 통신사도 리더십을 유지하고, 신산업 기반을 일으키겠다고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다.

미국 이통사도 고정형(버라이즌)이나 이동형(AT&T)이나 상용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의 주파수 공급 계획이나 관련 장비 수급 등을 살펴보면 한국보다 이른 시기 상용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초 경쟁이 치열했던 중국과 일본은 한국의 상용화 계획보다 1년여 후인 2020년에 상용 서비스를 내놓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 5G 선점,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

각국이 5G 상용화 최초 경쟁을 벌인 이유는 시장 선점 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음성통화와 무선 데이터 활용 등 4G LTE 시대와는 전혀 다른 네트워크 기반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 이를테면 완성차 OEM 회사들이 자율주행을 이야기하지만, V2X와 같은 5G 기반 차량 통신이 갖춰진 커넥티드카를 빼고 논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5G 통신은 현재 수준의 개인 이용자의 휴대폰 쓰임새 수준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5G 통신에 쓰이는 주파수 특성과 현재 기술 발전 속도, 5G 통신의 추구하는 방향을 볼 때 다량의 사물이 통신에 연결되는 쪽에 가깝다. 궁극적으로는 개인 소비자보다 산업용 통신이 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새롭게 나타날 산업적 변화가 예고될 경우, 최초 타이틀과 기술 리더십은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장이 열린 뒤 후발 사업자나 국가는 최초 타이틀의 축적된 노하우에 기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5G 통신 세계 최초 타이틀이 마케팅 문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 산업 지형도의 중심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5G의 주체를 통신사만 두고 보면 한국은 단연 앞선다. 하지만 5G는 통신사 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비스 측면 외에도 네트워크 장비와 모뎀을 포함한 단말기까지 함께 봐야 한다.

때문에 각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괄목할 발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모뎀 시장을 꾸준히 지켜온 퀄컴의 자리를 인텔이 수시로 노리고 있고, 화웨이는 자체 칩셋을 내놓기도 했다.

네트워크 장비에서도 전통적인 강자 노키아, 에릭슨, 시스코 외에도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 괄목할 기술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드론이 주된 사업인 것처럼 보여진 인텔은 새로운 시장 선점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통신사가 5G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경우 5G 필수 기술인 네트워크 가상화(NFV)를 위해 인텔의 고속연산처리 칩셋이 탑재된 코어 플랫폼 구입을 바라고 있는 식이다.

■ 5G 청사진, 어두움 걷어내야

5G 통신 최초 상용화를 통해 시장 선점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5G 통신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거둬들이고 재투자로 돌아가는 순환 과정이 필요한데, 당장의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다. 통신사들이 저마다 새로운 사업 모델(BM)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운 과정이 아니다.

뚜렷한 정답이 보인다면 글로벌 통신사들이 이같은 고민을 할 이유가 없지만 서비스의 수익화 셈법이 복잡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치열하게 선점 경쟁을 펼쳤던 각국의 통신사들 전시 부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의 전시 부스는 5G 기술력 과시와 함께 서비스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의 미디어 관련 서비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포큘러원 경주용 자동차를 들여와 커넥티드카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은 거대한 산업용 로봇을 부스 중앙에 배치했다.

각각의 서비스 모두 5G 시대에 예상되는 서비스라는데 이견은 없지만, 뚜렷한 서비스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시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 통신사 내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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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은 조기 상용화를 노리고 있는 만큼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서비스 모델 찾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통신사 한 고위 임원은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의 기본 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주저할 수가 없다”면서도 “정부나 업계나 최초 상용화 계획에만 매몰돼 비용 순환 구조도 만들지 못하고 일정만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