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채굴에 따른 그래픽처리장치(GPU)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를 사용하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지디넷은 지난 16일 과학 발견을 위해 고급 하드웨어를 필요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과학자들이 그 하드웨어 공급을 가로채고 있는 암호화폐 채굴자들에게 좌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문보기]
GPU 제조사 엔비디아에 따르면 과거 GPU 공급은 뛰어난 렌더링 및 확장성을 요구하는 게임용 고급 PC 시스템과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시스템에 달려 있었다. 이제는 암호화폐 채굴이 GPU 공급에 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건 개인 차원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모네로(Monero)나 이더리움(Ethereum)은 적절한 GPU 탑재 시스템을 채굴 장비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원래 GPU는 이런 용도로 설계되지 않았지만, 이는 채굴에 뛰어든 대다수에게 그 작업을 위해 손쉽게 다룰 수 있는 하드웨어 부품으로 통용된다.
이에 따라 GPU 수요가 커졌고, 엔비디아 및 AMD를 포함한 제조사의 GPU 가격이 상승했다. GPU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을 유통하는 소매업체에게 GPU를 판매시 그 대상 우선순위를 채굴자보다 게이머로 두도록 요청했다. GPU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에 게이머들만 실망한 건 아니었다. 과학연구를 위해 GPU를 필요로하는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우리 은하를 관찰하는 전파천문학자와 과학자들은 이 핵심 부품 부족때문에 연구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버클리 소재 외계지적생명탐사(SETI) 프로젝트는 관측소를 늘리고자 했지만 데이터를 처리할 최신 GPU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없이는 그 확장 규모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여러 전파 주파수에서 얻은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고급 GPU를 써야 한다. 일부 망원경에는 이런 데이터 분석 작업에 GPU 100대 이상을 쓴다.
SETI의 댄 워트하이머 박사는 "최신 GPU를 쓰려고 했는데 (중략) 구할 수 없었다"며 "주문을 하려고 지난 몇달간 시도하는 동안 발생한 새로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 있었고, 공급처에 연락했지만, 그들은 '갖고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연구자인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의 아론 파슨스 교수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그는 영국, 남아프리카 과학자들과의 협력아래 수소재이온화기어레이(Hydrogen Epoch of Reionisation Array, HERA) 전파망원경 활용 연구를 수행중인데, 하드웨어 가격이 2배로 뛰면서 예산 사용에 부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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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슨스 박사는 당장 연구의 다음 단계에 GPU 구매 비용이 대략 3만2천달러까지 증가하더라도 연구팀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보다 더 비싸지면 향후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암호화폐 채굴 수요가. 기술장비 공급업체들의 관심사안으로 떠오른만큼 이같은 상황이 향후 개선될 수 있길 기대해 봄직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암호화폐 채굴장비를 위해 특화한 주문형반도체(ASIC) 칩 생산 계획을 세웠다. 이 하드웨어가 주류로 확산한다면 GPU 제조업체의 생산 압박은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