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도입을 두고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마무리 단계에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협의회 8차 회의는 4개 소비자 시민단체가 집단으로 항의를 표시하고 퇴장하면서 종료됐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두고 이동통신사가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 협의회 퇴장 예고한 시민단체
이날 시민단체의 항의 퇴장은 예견됐다. 앞서 지난 8일 참여연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 협의회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보편요금제를 두고 만족할 수준의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협의회 밖에서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통사들이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 초기부터 요금 재량권 박탈을 비롯한 위헌적 요소를 이유로 법 제정을 줄곧 반대 해왔기 때문에 협의회 내 논의가 의미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책협의회 활동이 종료되는 시점이 됐기 때문에 협의회 밖에서라도 계속해 논의를 끌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본료, 보편요금제 논의 되풀이
협의회가 사회적 논의기구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첨예한 입장을 가진 문제에 대해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기본료 등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이슈를 다룬 탓도 있지만 단지 찬반 양론을 서로 주장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는 22일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이날 시민단체들이 기본료 폐지 요구 대신 보편요금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 외에는 협의회 구성 이전과 비교해서 진전된 논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 대신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새로운 주장도 아니다. 결국,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가 발표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을 하지 못한 셈이다.
이날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기본료의 단계적 또는 순차적 인하 또는 폐지가 필요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대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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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통사들은 이동전화 표준요금제 상의 기본료는 소량 이용자를 위한 요금플랜의 일환이며, 통신산업은 장치산업이므로 특성상 요금수익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정부는 통신비 부담 경감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기본료 폐지 주장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