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다른 분야보다 교육과 실습이 훨씬 더 어렵다. 2~3년마다 새롭게 바뀌는데 그때마다 교수와 조교들이 모든 걸 새롭게 바꿔야 하지만 지금 대학교의 소프트웨어 교육 인력은 너무 부족하다. 대학 평가에 교수와 조교 배분율을 반영해 교육을 위한 노력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 또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위해 '무크(Mooc)'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고건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한국정보과학회가 개최한 '대학, SW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의 비전공생 대상 코딩교육에 수강생 800명당 102명의 조교가 투입되고, 예일대는 하버드대 강의영상을 사용해 400명 수강생을 가르치는데 조교 47명을 투입한다"며 "한국의 대학교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르칠 교수도 부족한데다 실질적인 멘토 역할을 할 조교가 너무 부족해 실질적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의 요구로 스탠포드대학교에 요청해 만든 '한국 소프트웨어 전략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86명, 버클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71명이다. 같은 시기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6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국내 대학교의 컴퓨터 학과 교수의 부족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고 교수는 "당시 보고서는 한국 대학교의 소프트웨어 교육자 부족을 지적하면서, 획기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 소프트웨어 교육이 '엉망'일 될 거라 경고했다"며 "소프트웨어는 처음부터 인력을 어떻게 만들어낼거냐의 문제인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위시로 여러 대학교에서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거 수십명의 전공 학생만 가르치면 됐던 컴퓨터관련 학과 교수진은 수천명의 비전공자에게 코딩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고 교수의 지적은 교육인력의 태부족으로 코딩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굴뚝산업, 메모리 반도체, 이동전화 등 그동안 한국의 산업 먹거리들은 언제든 후발주자에게 넘어갈 수 있는 산업이거나, 미국이 일본과 유럽을 견제하기 위해 시장과 기술을 한국에 줬던 것"이라며 "행운으로 잠시동안 우리에게 먹거리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에서도 그런 행운이 계속될거냐 자문해볼 때 소프트웨어는 오로지 고급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사람위주 정책을 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마이스터고로는 불충분하고, 현재 교수나 조교의 수로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을 확보할 방안으로 대학교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부족한 교육 커리큘럼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공개 수업인 '무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교의 교수들은 승진, 프로젝트 보상, 정년 보장 등을 위해 오로지 SCI 논문만 생각한다"며 "연구 외 교육에 대한 노력은 대학 평가에서 반영되지 않으니,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평가나 대학 구조개혁 평가할 때 합당한 규모의 교수와 스탭을 투입하는 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에서 인공지능, 머신러닝, 보안 같은 걸 가르친다고 하지만 실상 자료로만 커리큘럼이 존재한다"며 "무크를 통해 부족한 교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전국의 개발자에게 계속 교육 인프라를 제공해 자기 몸값을 기술에 따라 올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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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프트웨어가 천하지대본야인 시대에서 소프트웨어란 분야는 한번 뒤지면 영원히 뒤진다"며 "소프트웨어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고, 인력양성은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4차산업혁명에 대비가 돼 있나 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는 고건 이화여대 석좌교수, 홍봉희 한국정보과학회장(부산대), 노경원 과기정통부 SW정책관(국장),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최백준 틸론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