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지 164일 만에, 그리고 구속수감된 지 약 353일만에 풀려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이 부회장 등의 선고 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전반적인 혐의를 무죄로 인정했다.
우선 원심의 판단이었던 '묵시적 청탁'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없었다"면서 "부정한 청탁 대상으로의 승계 작업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대가로 삼성의 승계 작업이 전제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이라는 최고 정치 권력자가 기업을 겁박해 뇌물 공여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삼성 승계 작업을 매개로 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간 뇌물수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의 출연금은 뇌물공여로 보이지 않는다"며 "삼성이 독일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금액도 재산 해외도피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에 대해선 직무 관련성·대가성이 인정돼 뇌물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에게 지원된 말의 소유권은 삼성에 있다"면서 "그러나 말을 무상으로 사용한 것은 뇌물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지난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이른바 '0차 독대'를 했다는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에서 이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특검은 이 부회장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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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3인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법원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겐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