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2일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더라도 선택약정할인을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놔 그 배경이 주목된다.
현행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상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에 해당하는 요금할인’이기 때문에 지원금이 필요없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자연적으로 선택약정할인도 없어지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가 그동안 완전자급제 도입에 유보 입장을 보여 온 까닭도 그동안 공들여 키워온 선택약정할인이 없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완전자급제 도입 시 선택약정할인율에 상응하는 할인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KT는 논의가 재개될 경우 정부와 협의, LG유플러스는 종합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박홍근 “정부 입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
즉,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없어져 통신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는 과기정통부의 전망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박 의원은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단말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완전 분리하는 완전자급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박 의원은 통신사가 지원금으로 지불하던 마케팅 비용을 요금경쟁에 사용할 경우 연간 최대 4조300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 또 제조사간 가격 인하 경쟁으로 단말 가격이 평균 20만원 인하될 경우 연간 4조원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홍근 의원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하지만 정작 이통사는 선택약정할인 혜택을 유지하거나 검토,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하는지 여부만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급제 시행되면 가입자 모두 선택약정할인 대상”
현행 단통법의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가입자가 단말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을 경우 통신요금을 25% 할인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의 단말 보조금 지원이 사라져 이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도 함께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반대로 박홍근 의원은 이통사의 지원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가입자들 모두가 선택약정할인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통신사 입장에서도 (보조금이 없어지는 대신) 선택약정할인에 상응하는 통신요금 할인 혜택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단통법 폐지로 근거 규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선택약정할인이 없어질 것이라는 과기정통부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 이통사 선택약정할인 유지 입장, 왜
하지만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이통사의 선택약정할인 유지 입장을 살펴보면, 그 행간의 의미는 ‘선택약정할인의 유지’보다는 ‘고객 혜택이 줄지 않도록 하겠다’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됐다고 일시에 선택약정할인을 폐지하는 것은 가입자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에 맞는 요금할인 설계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SK텔레콤은 “완전자급제 시행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할인혜택 유지 등에 대한 결정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며 “다만, 완전자급제가 시행된다면 고객 혜택이 줄지 않도록 방안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완전자급제 도입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선택약정할인에 상응하는 할인혜택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다만,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경우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완전자급제 도입 시 단통법에 대한 법률적 재검토가 필요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선택약정할인 또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가계통신비 인하는 사업자간 자율경쟁 환경을 구축해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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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완전자급제 도입보다 자급제 활성화로 방향을 잡은 것에 대해 국회의 추가적 논의를 기다리겠다며 불씨를 살려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는 이통사 입장에서 요금설계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이라며 “보편요금제보다 차라리 완전자급제가 자율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