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놓고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정책 가운데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내용이 급증해 주목된다.
11일 오전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 ‘4차 산업혁명’으로 검색해본 결과 총 192건의 글이 올라왔다.
192건의 국민청원과 제안 가운데 암호화폐와 관련한 게시물은 약 70건 가량이다. 특히 최근 일주일 사이에 올라온 글만 20건에 달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은 여론의 지표 역할을 맡아왔다. 상반된 내용의 청원이 오르더라도 추천 의견 수에 따라 국민적인 관심사를 가늠할 수 있고, 실제 정책으로 입안되는 공론장이 되기도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코너가 생긴 이후 지난해에는 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인 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 폭등과 거래소 등이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암호화폐 관련 내용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암호화폐 초기 게시글은 적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범정부 차원의 거래소 단속 움직임이 나온 이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화폐를 무조건 막는 것은 옳지 않다는 청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테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거래소는 폐쇄돼야 한다”, “미성년자 등 예외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최근에는 “암호화폐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취급하지 말라”, “오히려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검색 키워드를 제외하고 ‘암호화폐’나 ‘가상화폐’로 검색했을 경우 같은 시각에 각각 96건, 555건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단순히 게시글의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을 두고 반발하는 이들이 기관장 교체까지 요구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는 기존 자산 시장과 비교해 가치 상승폭이나 하락폭이 매우 큰 편이다. 실제 암호화폐는 수년 전에 이미 등장했었지만, 최근 들어 실시간 단위의 가격 등락으로 많은 이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됐다.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 수준이 낮은 편이고, 화폐 가치를 노린 해킹 공격이 빈번하다. 투기 수준의 화폐 거래 시도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반면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타당한 측면이 크다.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국가적으로도 발전을 촉진시켜야 하는데 암호화폐와 분리해 볼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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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에서는 블록체인은 정책적으로 진흥시켜야 할 기술이란 내부 방침도 있지만, 암호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ICT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고민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을 짓고 피해 방지만 제도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사회적인 합의로 최소한의 철학을 갖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