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랑켄슈타인’이 탄생 200돌을 맞았다. 1818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인조인간 모티브를 처음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이 현대 공상과학(SF) 소설의 원조로 꼽히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문학이 그렇듯, '프랑켄슈타인' 역시 그 시대의 산물이었다. 이 작품 속엔 음산했던 19세기 유럽 사회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소설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연금술에 심취한 연구자다. 그런 만큼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겠다는 야심도 적지 않은 인물이다. 번개에 맞고 파괴된 떡갈나무를 통해 생명 현상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독일 유학을 떠난 그는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인조인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물론 그 인조인간은 실험실에서 도망가 버린다. 이후 창조자인 빅터 주변사람들을 연이어 살해하면서 통제못할 ’괴물’이 된다. 수많은 공포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 왔던 스토리라인이다.
■ 시인 바이런과 셸리, 그리고 메리 셸리의 특별했던 인연
이 소설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고딕’ 소설 양식에 충실했다. 공포와 로맨스 요소가 결합된 고딕 소설의 대표주자는 에드거 앨런 포우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공포를 담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설정까지 한 발 더 나갔다. 19세기 초반 과학 수준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이 SF의 시조로 꼽히는 건 이 때문이다. 이후 나온 수많은 작품들은 ‘프랑켄슈타인’에서 자양분을 얻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소설 작가다. 출간 당시 익명으로 돼 있던 이 소설 작가는 18세 여성이던 메리 셸리였다. 바이런, 키츠와 함께 19세기 영국 3대 낭만파 시인 중 한명인 퍼시 셸리의 부인이다.
메리 셸리는 출간 14년만인 1831년에야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자신이 썼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그리고 서문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을 쓰는 과정에 남편인 퍼시 셸리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초판 서문은 남편인 퍼시 셸리가 썼다.
첫 출발은 1816년 스위스 별장에서 있었던 한 모임이었다. 그 모임엔 시인 바이런과 퍼시 셸리, 그리고 메리 셸리(당시엔 메리 골드윈) 등이 있었다. 또 바이런의 주치의였던 폴리도리 박사도 함께 있었다.
당시 그들은 유령 이야기를 함께 읽고선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써보기로 한다. 그 모임이 모티브가 돼 ‘프랑켄슈타인’이란 괴물 이야기가 탄생하게 됐다.
낭만파 시인인 퍼시 셸리가 ‘프랑켄슈타인’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메리 셸리는 남편으로부터 해부한 개구리에 충격을 가하면 다리가 꿈틀거린다는 ‘갈바니즘’ 얘기를 듣고 인조인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탄생한 인류의 걸작은 또 있다. 수많은 흡혈귀 이야기의 원조가 된 ‘뱀파이어’가 바로 그 작품이다. ‘뱀파이어’ 저자는 잘 알려진 대로 바이런 주치의였던 폴리도리 박사다. 그런데 일설엔 폴리도리가 바이런을 모티브로 ‘뱀파이어’를 썼다는 얘기도 있다.)
■ 여러 차례 영화화된 '프랑켄슈타인'…첫 제작자는 에디슨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차례 영화화됐다. 1919년 '발명왕'으로 유명한 에디슨이 처음으로 영화로 만든 이래 여러 감독들이 다양한 작품을 쏟아냈다. 그 덕에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캐릭터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았다. 드라큘라가 그랬던 것처럼, 프랑켄슈타인 역시 영화화되면서 원래 이야기가 상당히 변형된다. 특히 영화와 만화 캐릭터로 여러 차례 탄생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탐구했던 공포의 본질이 희화화된 측면도 있다.
물론 ‘프랑켄슈타인’ 속엔 과학적 지식을 잘못 적용할 경우 어떤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공포가 담겨 있다. 그 무렵 불안했던 유럽의 정세도 이 작품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가가 여성이란 점도 우연으로 치부하긴 힘들다. 연구자들은 여성의 출산을 배제한 생명의 탄생이란 모티브는 작가인 메리 셸리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퍼시 셸리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던 메리는 유아 사망 경험을 통해 출산에 대한 공포를 겪는다. 또 메리 셸리는 탄생 열흘 만에 어머니가 사망하는 또 다른 경험도 갖고 있다. 이런 경험들이 ‘여성을 배제한 출산’이란 모티브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 AI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공포의 출발점이 되기도
이처럼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 뒤에 붙어 있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란 부제가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이 작품에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란 부제가 붙어 있는 건 그 무렵 남편인 퍼시 셸리가 출간한 장편 극시 ’해방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Unbound)’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원작보다 영화와 만화가 더 대중적으로 읽히면서 ‘괴기스런 공포물’로 변질된 측면이 적지 않다.
올해는 ‘프랑켄슈타인’ 탄생 200주년이다. 200년 사이에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낭만주의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은 이젠 상당부분 현실이 됐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유럽에선 아예 ‘AI와 함께 하는 삶’이란 문제의식을 담은 법률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을 둘러싼 오해로부터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AI가 인간을 지배하고 파괴한다는 할리우드적 상상력을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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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00주년을 맞은 ‘프랑켄슈타인’을 제대로 읽어내는 건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소박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게 21세기 AI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PS/ 대표적인 오해 하나. ‘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인조인간을 만든 박사다. 이 소설 속 괴물은 별다른 이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