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 때와 같은 형량인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2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에 직접 출석해 "이번 사건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 등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박 특검은 "피고인들이 제공한 뇌물의 액수, 뇌물의 대가로 취득한 이익, 횡령 피해자인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끼친 피해 규모, 횡령액 중 상당 금액이 아직 변제되지 않은 점, 국외로 도피시킨 재산의 액수, 피고인들이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박 특검은 "오늘 이 법정은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기 위한 자리"라며 "단적으로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단계부터 항소심 공판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은 계속해서 진실을 외면해 왔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한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승계작업 현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 등 그룹 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총 433억2천800만원의 뇌물을 건네기로 약속하고, 이 중 298억여원을 최 씨 측에 건넨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날 최종 의견을 통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첫 독대가 2014년 9월 12일 이뤄졌다고 계속해 주장했다. 이는 두 사람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만난 날(9월15일)보다 3일 앞선 시점이다.
특검은 "2014년 9월 12일 단독 면담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원심 때부터 명확히 증언했던 내용"이라며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 단독면담을 주관하고 책임졌던 경제수석의 명확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지난 18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도 관련 근거로 제시했다. 안 전 비서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당시 청와대 안가에서 만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어 특검은 "이 부회장은 객관적인 여러 증거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독대 사실을 계속해 부인하고 있다"며 "앞서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독대를 최초 독대라고 했다가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특검은 삼성 측이 애초에 말 소유권을 최 씨 측에게 넘길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항소심 법정에서 '박 전 사장으로부터 말을 사줬기 때문에 탄핵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며 "이는 매우 구체적인 증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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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등에게 뇌물 89억원을 준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인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놓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