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온라인 유통업계는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전이 펼쳐졌다.
소셜커머스의 오픈마켓 변신과 거래액 2위 오픈마켓인 11번가 분사·매각설, 업체들의 잇따른 거래액 발표 등이 일례다.
이에 경쟁 과열에 따른 부작용도 초래됐다.
쿠팡은 올 상반기 동안 자사 핵심 경쟁력인 자체 배송 인력 '쿠팡맨'의 부당 처우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홈쇼핑 업계의 경우 지난달부터 전병헌 전 수석에 사업 재승인을 위한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2017년의 온라인 유통업계 이슈를 한 자리에 모아봤다.
■'위험 덜고 거래액 확대' 소셜커머스 시대 종결
올해 소셜커머스 3사로 불리는 쿠팡·티몬·위메프는 오픈마켓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가장 먼저 쿠팡이 지난 2월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쿠팡은 지역별 쿠폰 판매를 종료하고 사업자 분류를 통신판매업자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 즉 오픈마켓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위메프도 같은 달 통신판매중개업으로 업태를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오픈마켓 형식의 상품 판매 중개 서비스 '셀러마켓'을 지난 14일 추가했다. 티몬도 9월 오픈마켓으로의 업종 전환을 알렸고, 연내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변신에는 최근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동안 각 사업자의 서비스가 거의 흡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 간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에 차이가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온라인상 거래를 중개할 뿐이라 원칙적으로 상품에 대한 책임이 없는 반면, 소셜커머스는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했다.
또 책임질 수 있는 상품만 판매해야 하는 만큼 상품군을 오픈마켓처럼 폭넓게 확장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주요 유통업체로 성장한 소셜커머스들이 태생적 한계를 탈피,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1위" 위메프·쿠팡·11번가, 거래액 발표
올해는 특히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거래액을 발표하면서 1위 업체 자리를 두고 신경전이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위메프의 지난 6월 월 거래액이 3천700억원 규모에 달했다고 알려지면서 같은 달 거래액 4천억원을 기록한 쿠팡과 300억원 수준으로 격차를 크게 좁혔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쿠팡은 7월 월 거래액이 역대 최고인 4천5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월 사내 메일로 알리는 등 '소셜커머스 거래액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한편 오픈마켓 중 거래액으로 2위인 11번가도 지난 7월 말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4조2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 실적 홍보에 나선 바 있다.
■11번가 분사·매각설에 업계 들썩
지난 6월 등장한 11번가 분사·매각설은 유통업계 전반을 들썩이게 했다.
특히 11번가의 모회사인 SK플래닛과의 협상 상대가 롯데 또는 신세계라는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로 알려지면서 크게 관심을 모았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약 7조원 규모의 온라인 유통 거래액을 기록하는 11번가가 약 12조원의 거래액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오프라인 강자와 온라인 강자가 손을 잡는 만큼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주목받았다. 작년 마케팅 지출 확대로 대폭 적자를 기록했던 11번가가 신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업계는 SK플래닛이 신세계·롯데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현재는 11번가의 인수·매각 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맨 처우 논란
업계가 안타까움을 표한 이슈도 있었다. 쿠팡맨 처우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 4월 2016년도 실적을 발표, 약 5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연이은 수천억원대의 적자로 재정이 빠듯해진 쿠팡이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의 처우를 악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과거 쿠팡맨은 일반 배송기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처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불리한 실적 평가제도 변경, 난이도 높은 정규직 전환 평가와 그로 인한 부당해고 등으로 인해 회사 발표보다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지난 5월말 쿠팡맨 76명으로 구성된 쿠팡사태대책위원회는 국민 제안 접수 창구 '광화문 1번가'에 탄원서를 제출, 현재 인력 상황이 사측의 약속과 다르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쿠팡맨들의 주장에 쿠팡은 일방적 부당해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소비자·업계는 서비스와 상생, 물류업계 선도까지 책임져온 쿠팡맨 체제에 잡음이 발생하는 과정에 우려를 표하는 반응이 많았다.
■전병헌 전 수석 뇌물 수수 의혹...뒤숭숭한 홈쇼핑
홈쇼핑 업계는 지난달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사업 재승인 목적의 뇌물 5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은 이후부터 검찰 수사 흐름을 신중히 관망하는 모습이다.
전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당시 홈쇼핑 사업 재승인에 영향력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자 한국 e스포츠협회의 명예 회장을 맡고 있었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에게 협회 '케스파컵 대회' 협찬비 3억원이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고, 사업 재승인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3년에도 e스포츠협회 기부금 형식으로 GS홈쇼핑에게 1억5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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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 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추가해 다시 영장을 청구했지만 또 다시 기각 당했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홈쇼핑 업계는 과중한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재승인이 내년 4월로 머지 않은 롯데홈쇼핑의 경우 사업권 재승인도 확신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