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얹은 인텔리전스 금융 시대 열릴 것"

인공지능(AI)에 대한 연구는 금융 분야에서도 화두다. ICT와 금융서비스 간 융합을 통해 성장 중인 핀테크가 더욱 진전된 다음에는 빅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AI가 알아서 필요한 금융상품을 제안하고 관리하는 '인텔리전스 금융'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지디넷코리아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파이낸스 이노베이션 컨퍼런스(FIC) 2017'에서 '핀테크4.0 금융플랫폼 경쟁과 변화 예측'을 주제로 발표한 핀크 권영탁 부사장은 "AI나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ICT 기술이 진화하면서 앞으로는 바둑판 모양 메뉴 대신 고객이 필요한 형태로 대화형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가 조만간 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순서대로 모든 메뉴가 바둑판처럼 표시되고 이 중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골라야하는 방식 대신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거꾸로 5% 금리 대출 상품을 쓰고 있는 사용자에게 3% 대출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권영탁 부사장은 "지금은 전통적인 금융서비스가 가진 밸류체인과 비즈니스 모델을 ICT를 활용해 어떻게 와해시킬 것이냐와 함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파이를 가져갈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권 부사장에 따르면 현재 핀테크 시장에서 발을 들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전통 금융사다. 그는 "금융은 라이선스 비즈니스인 만큼 이러한 라이선스를 갖고 십 수년 간 경력을 쌓아왔다는 점은 강점"이라면서도 "ICT이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핀테크 기업들이다. 간편결제나 송금은 물론 로보어드바이저, 인슈테크 등 단일 서비스로 승부를 보려는 기업들이 그렇다. 이들은 금융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한 라이선스가 없거나 따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ICT 경쟁력을 내세워 특정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다. 권 부사장은 "여러 스타트업들이 난립하면서 수익모델을 탐색 중인데 일정 규모 경제를 갖춘 소수만 생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제조사, 유통사들이다. 이들은 간편결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며 자사가 가진 핵심 비즈니스에 핀테크 기업들이 침투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네번째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정부로부터 은행업 라이선스를 받은 정식 사업자라는 강점과 함께 ICT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권 부사장은 "금융시장에서 초기에 가능성을 확보한 것은 맞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이대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두고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권영탁 부사장은 SK텔레콤에서 15년, 하나금융그룹에서 5년을 근무했다. 지난해 두 회사가 조인트벤처로 구성한 핀테크 기업 '핀크'는 두 기업이 가진 강점을 조합해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텔리전스 금융으로 한번에 가보겠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SK텔레콤이 가진 통신 데이터, AI 및 ICT 전문역량과 하나금융그룹이 가진 금융 데이터, 금융서비스 기획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한 노하우, 라이선스를 확보했다는 점을 합쳐서 데이터 기반 생활금융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다.

핵심은 고객 동의를 전제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프로파일링 하고 핀고(Fingo)라는 AI 에이전트를 업데이트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은 물론 다른 은행, 핀테크 기업들, 전자상거래 기업들까지 제휴해 사용자들에게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해주고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포레스터 리서치는 "2020년까지 모든 기업은 디지털 약탈자 또는 디지털 희생자 중 하나의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