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미래 'LG사이언스파크'에 거는 기대

데스크 칼럼입력 :2017/12/01 15:53    수정: 2017/12/03 11:43

LG그룹의 미래 자존심이자 융복합 R&D 메카를 자처하는 LG사이언스파크가 1단계 공사를 마치고 최근 입주가 한창입니다.

지난 2014년 10월 첫 삽을 떴으니 어느 덧 3년 만에 문을 열게 됐네요. LG사이언스파크는 3단계 공사까지 모두 마무리 되려면 아직도 2년이란 시간과 4조원이란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그런 곳입니다.

16개의 연구동이 모두 완공되면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 연구 인력 2만5천여명이 이곳에 한데 모여 앞으로 세상을 바꿀 융복합 연구,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불철주야 불을 밝히게 됩니다.

구본무 LG 회장도 이 곳을 방문할 때 마다 "마곡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가 달린 현장"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입니다. 구본준 부회장은 "LG의 미래 사업을 이끄는 기술 융복합 성공 사례를 (이곳에서)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만큼 향후 LG가 글로벌 인재를 모으고, R&D 기술을 고도화 시켜 싸움의 판을 바꿔,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결의(結義)의 장이자 그룹의 R&D 심장부와도 같은 곳이라 할까요.

구본무 LG 회장이 9월 5일 오후 LG사이언스파크 마무리 건설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은 연구동 연결 다리에서 연구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왼쪽 두번째부터 하현회 (주)LG 사장, 구

그런 까닭에 LG사이언스파크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LG그룹이 창업 정신을 기리고 미래를 내다보며 다시 도약하는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또한 그룹의 시장선도 제품과 차세대 성장엔진을 고민하는 마당인 만큼 그룹 내에서 갖는 위상도 남다른 곳이죠.

그런데 최근 이곳을 다녀온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습니다. 이들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화장실 안에 써 붙여진 글귀들입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여기에 '권토중래'의 결연함과 위기 의식이 배어 있다는 겁니다. 가령 이런 겁니다. '빼앗긴 시장을 반드시 되찾아오자'라는 메시지부터 '1등 LG, 1등 품질', '두번의 기회는 없다' 등등 절박한 심정이 느껴지는 내용이 다수라는 전언입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조감도(사진=LG)

물론 각 사업부의 본부장이나 CEO들의 형식적인 격려 차원의 메시지일 수 있겠지만 '뭔가 해 보자', '할수 있다'는 결의가 느껴진다는 것이죠. LG전자 전장사업(VC) 연구동에는 밤 12시가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목격담도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추가 전언도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최초로 화학과 전자산업을 개척한 기업이 바로 LG입니다. LG는 국산 라디오, 전화기, 흑백TV, 세탁기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70~80년 어려웠던 시절 금성사(LG전자 전신)의 황금 빛 '골드스타' 딱지가 붙어 있는 텔레비전과 세탁기는 남부럽지 않았던 살림살이기도 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LG의 시장 지배력과 선도 기업의 이미지가 흐릿해 지고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뒤늦게 전자산업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현 매출 규모는 4분의 1, 영업이익은 20분의 1 정도 수준입니다. 격차가 많이 벌어진 셈이죠. 여기엔 20년 전 IMF 직후 우여곡절 끝에 반도체 사업을 내주고, 모바일 산업의 모멘텀이 바뀌는 2000년 중반엔 스마트폰 부문에서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등 여러 성장 타이밍의 기회를 놓친 탓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이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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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G에게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 세상에 핵심 자산이 될 사업군에 오래전부터 투자하고 B2C에서 탈피해 B2B 기반 역량을 잘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IT·전자, 디스플레이(OLED)와 첨단 화학소재, 자동차 전장(VC), 미래 에너지(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이 대표적이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봤을 때 미래 시너지가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아마도 LG사이언스파크를 융복합 R&D 단지로 만든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은 LG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라는 겁니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LG는 아직도 북미나 유럽, 중동에서 잘 알려진 기업 브랜드입니다.

앞으로 2~3년은 전 지구적 격변기라고들 합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의 패러다임이 IT·과학 기술과 충돌하면서 일대 개벽을 할 거라는 전망들도 많습니다. 기업이나 집단, 그리고 개인이 모두 이런 사회 변혁기에 놓여 있다는 겁니다. 동시에 모든 게 불투명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앞장서서 횃불을 든 기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LG사이언스파크가 이러한 불투명한 미래를 '옳은 미래'로 바꿔 놓을 수 있을까요. 당장에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융합의 시대에 대한 LG의 성찰과 고민이 깊을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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