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를 리눅스PC로....삼성, 개발자 유혹

개발자, PC 들고다니는 셈…생산성 향상 기대

컴퓨팅입력 :2017/11/29 17:24    수정: 2017/11/30 14:44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소식을 하나 내놨다. '리눅스 온 갤럭시'라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며 곧 공개할 예정이란 발표다. 리눅스 온 갤럭시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리눅스 OS를 작동시키는 게 목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삼성 덱스의 역할이다. 덱스는 스마트폰을 PC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주변 기기다.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덱스와 리눅스 온 갤럭시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언제 어디서든 완전한 리눅스 PC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안드로이드폰을 리눅스PC로 바꿔주는 이 프로젝트는 정확하게 개발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주머니속에 리눅스 PC를 넣고 다닐 수 있으면 생산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란 메시지다.

덱스 플랫폼에서 우분투를 실행한 모습. IDE 이클립스도 작동한다.

리눅스 온 갤럭시는 기업 시장에 갤럭시폰과 덱스를 밀어 넣을 비밀병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침체돼 있는 리눅스 스마트폰 및 데스크톱 시장의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리눅스 온 갤럭시 컨셉 데모 영상 보니....'개발자 정조준'

"개발자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모든 컴퓨팅 작업, 심지어 앱 개발까지 할 수 있게 해준다."

삼성은 리눅스 온 갤럭시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삼성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컨셉 데모 영상을 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리눅스 온 갤럭시 프로젝트가 어떻게 작동하고 개발자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내용이다.

영상을 보면, 스마트폰을 덱스에 도킹시킨 후 모니터 화면에서 리눅스 온 갤럭시 앱을 선택하면 리눅스 배포판을 선택할 수 있다. 영상에선 우분투16 버전을 선택하는데 다른 배포판을 추가할 수 있는 '플러스'버튼도 보인다. 우분투 PC 환경이 생성되고 인기 통합개발환경(IDE)인 이클립스를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소스 코드 트리에서 C/C++ 프로젝트를 생성"할 수 있고 "네이티브 ARM 개발을 위해 데스크탑 IDE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영상에서 주목할 첫번 째 포인트는 이클립스 같이 무거운 개발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리눅스 배포판이 안드로이드OS가 사용하는 것과 똑 같은 리눅스 커널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최상의 성능을 보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상화나 에뮬레이션 기술로 구동되는 게 아니라 성능 보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하드웨어 성능이 웬만한 노트북 수준이라 불가능할 것도 없어 보인다.

두 번째로 '네이티브 ARM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눅스 온 갤럭시를 이용해 앱을 개발하면서 바로 실행과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덱스에 붙여서 데스크톱 IDE로 개발하고, 떼어 낸 후 실행이 잘 되는지 테스트해 보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리눅스 온 갤럭시 앱을 통해 개발자가 선호하는 리눅스 배포판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할만 하다. 우분투뿐만 아니라 페도라, 민트, 수세, 아치 등 다양한 배포판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멀티 OS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OS를 설치해 놓고 원하는 것을 불러와 작업할 수 있다. 원하는 리눅스 배포판을 모두 주머니속 스마트폰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김프, 문서작성 도구 리브레오피스, 음성 녹음 및 편집 프로그램 오다시티, 출판 편집 툴 스크라이버스 등 원하는 리눅스 프로그램도 모두 이용할수 있다.

리눅스 온 갤럭시, 삼성과 리눅스 진영에 모두 중요한 프로젝트

삼성은 기업 모바일 시장에서 아이폰을 이길 무기로 덱스를 활용하고 있다. 갤럭시폰과 덱스만 있으면 모빌리티 업무 환경이 구축된다는 점을 기업시장에 강조하고 있다.

실제 기업에서 많이 쓰는 윈도PC 환경을 덱스 플랫폼에서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가상데스크톱(VDI) 기술 업체인 시트릭스·VM웨어와 협력하고 있다. 갤럭시S8에는 두 업체의 VDI 리시버 소프트웨어(SW)가 기본 탑재돼 있다. VDI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데스크톱을 네트워크로 접속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가상이라고 하지만, 실제 개인 컴퓨터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덱스 플랫폼에서 리눅스를 지원하는 것 또한 궁극적으로 기업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기업 내부 시스템에서 리눅스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개발자들이 리눅스 PC를 항상 들고 다닐 수 있으면 생산성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다.

우분투 엣지

리눅스로 모바일과 PC의 '융합(컨버전스)'를 꿈꿔온 리눅스 진영에도 삼성의 이번 프로젝트는 중요하다.

관련기사

리눅스 온 갤럭시 프로젝트는 사실 2013년 캐노니컬이 출시하려 했던 '우분투 엣지(☞관련기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분투 엣지가 프로젝트 펀딩에 실패하면서 리눅스 배포판을 통해 PC와 모바일 간 '컨버전스' 이뤄보려는 시도가 위축된 게 사실이다. 충분한 리소스를 가진 삼성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동참한 것은 리눅스 진영에 분명 반가운 일이다.

삼성은 리눅스 커널 스폰서 기업 중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리눅스 재단이 발표한 리눅스 커널 개발 보고서(☞관련기사)에 따르면 삼성은 인텔, 레드햇, IBM 등과 함께 최근 배포된 리눅스 커널 발전에 가장 많이 기여한 업체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