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인의 날, 삼성SDS를 생각하다

[이균성 칼럼] 업계 맏형으로 거듭나길

데스크 칼럼입력 :2017/11/20 13:52    수정: 2018/11/16 11:24

오늘은 ‘제18회 SW산업인의 날’입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SW週間’이 시작되는 날이네요. 유영민 장관은 직접 방송 광고에 나와 SW주간을 홍보하면서 “4차산업혁명이 세계적 화두이고 SW가 그 중심”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중요한 SW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보는 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삼성SDS를 중심으로 SW에 관한 문제 하나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삼성SDS는 국내 최대 SW기업이지만 그 역사가 참 기구한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설립된 것은 1985년입니다. 그룹 각 계열의 전산실을 모아서 회사로 만들었지요. 이런 형태의 기업을 시스템통합(SI) 회사라 불렀구요.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그룹 내 전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첫째고 독자 기업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둘째였지요. 하지만 늘 두 번째 목표가 문제였습니다.

삼성SDS 뿐만 아니라 SI 기업 모두가 그랬죠. 그룹 내부에서는 예산을 많이 가져가고도 전산 지원이 부실하다고 비판했고, 그룹 밖에서는 SW 기업이라 부를 만큼 자체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솔루션은 전부 중소 협력사가 만들고 대형 SI 기업은 중간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만 떼먹는다는 비판이죠. 결국 정부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어졌지요.

홍원표 삼성SDS 사장이 머니20/20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있다

SI 기업들은 또 사업 외적인 비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오너의 2세와 3세에게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지요. 오너 2세와 3세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하고 그룹이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짧은 기간에 기업 가치를 급상승시킨 뒤 계열간 인수합병(M&A)를 통해 이들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컸던 것입니다.

결과론이지만 이런 비판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SI 기업의 흥망성쇠가 그룹의 그것과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절정기를 구가했던 SI 업계는 소속 그룹을 따라 분화해 나갔습니다. 삼성처럼 그룹이 잘 나가면 지속해서 성장했고 대우나 쌍용처럼 그룹이 위태로우면 SI 계열사도 심각하게 쪼그라들어 중소기업이 되었지요.

심지어는 업계 맏형격인 삼성SDS의 경우에도 지난해 심각한 존폐의 기로까지 내몰렸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삼성SDS의 물류 부문과 IT 서비스 부문으로 분할한 뒤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로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접는다고 올 초 공시하기는 했지만 SI 기업의 경우 여전히 설립 두 번째 목표인 ‘독자 기업으로서의 부가가치 극대화’를 보여주진 못한다는 증좌죠.

결국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느냐 못하느냐의 관건은 인건비 베이스의 용역 사업을 주로 하느냐 아니면 부가가치가 큰 상품(솔루션 그리고 플랫폼) 중심의 사업을 펼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후자를 위해 연구개발(R&D)에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독자 기업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이라는 뜻이지요. 자체 상품 없이 SW 기업이라 말하긴 힘들지 않겠어요.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겠지만 대표이사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표가 SW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자체 상품 개발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고 그보다 인사나 재무 전문가라면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다행히 신임 홍원표 대표는 전자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홍 대표가 평소 주장하는 3대 키워드가 솔루션과 플랫폼 그리고 글로벌이라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국내 SW 업계에서 삼성SDS 같은 큰 기업에게 특히 강조되는 것은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큰 솔루션은 직접 개발하되 이미 작은 기업들이 개발한 솔루션을 아울러 전체를 완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업계 맏형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존경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면 더 없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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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제18회 SW산업인의 날을 맞아 삼성SDS가 업계 맏형으로서 4차 산업혁명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또 이 칼럼에서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밤잠 설치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수많은 SW기업인들에게도 따뜻한 축복의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삼성SDS를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SW 기업들이 음양의 조화를 이뤄 크게 뭉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SW인들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에서 첫눈이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