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가 클라우드 시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SW)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회계연도 2018년 2분기)를 통해 회사의 연간 환산 매출(ARR)이 100억 달러를 초과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이 기록이 "역사상 어떤 엔터프라이즈 SW 회사보다 빠르게 달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20년까지 200억 달러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베니오프의 이 같은 발언은 다분히 엔터프라이즈 SW업계 전통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심발언을 통해 MS와 라이벌 구조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객관적으로 클라우드 세계에서 세일즈포스 보다 MS가 한 수 위다. 세일즈포스는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에 특화됐지만, MS는 ▲오피스SW 오피스365 ▲클라우드 인프라 애저 ▲CRM 및 마케팅 솔루션 다니아믹스365 등 훨씬 다양한 클라우드 제품군을 갖췄다. 이미 클라우드 사업에서 연간 환산매출 200억 달러 목표를 초과 달성할 만큼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세일즈포스의 도발을 가볍게 넘길 수만 없는 이유가 있다. 세일즈포스는 SaaS 업체로 시작했지만, 이젠 관련 데이터 수집, 분석 예측, 앱 개발 도구까지 플랫폼으로 갖췄기 때문이다. 스스로 '지능형 고객 성공 플랫폼'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확장해 나갈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세일즈포스의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IT 전문 외신 테크리퍼블릭은 "세일즈포스가 자사 제품을 확대하는 데 지금처럼 계속 속도를 낼수 있다면, 앞으로 (세일즈포스를 다루는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핵심 기술 스택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세일즈포스, 드림포스서 플랫폼 기업으로 위상 강조
세일즈포스는 지난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컨퍼런스 '드림포스'를 개최했다. 올해 행사에서 세일즈포스가 강조한 변화는 '개인 맞춤화'다. 모든 주력 제품 이름에 마이(My)라는 접두사를 붙여 개인화 기능이 강화됐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제, 마이세일즈포스, 마이아인슈타인, 마이라이트닝이 됐다.
또, 세일즈포스는 개발자는 물론 현업 담당자도 맞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코딩 없이 드래그 앤드 드롭 방식으로 개인화 기능을 구현했다.
특히, 마이아인슈타인을 통해 현업 임원들이 직접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데이터 분석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크게 강조됐다. 분석 모델 추천을 사용하고 클릭 몇 번으로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 협업 플랫폼 큅(Quip)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큅은 지난해 9월 세일즈포스가 7억5천만 달러에 인수한 문서 기반 협업 툴이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업무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캘린더, 세일즈포스 고객 기록, 칸반 프로젝트 관리 보드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불러와서 볼 수 있게 됐다. 이 앱들에서 실시간 데이터가 큅으로 업데이트 되고, 큅에서 변경한 내용도 이들 앱에 반영된다. 또, 큅과 외부 앱을 연동할 수 있도록 '라이브 앱 API'도 발표했다. 아틀라시안 지라, 도큐사인, 루시드차트 등이 이미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다. 사용자들이 '큅 앱스토어'를 통해 외부 툴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세일즈포스는 구글과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세일즈포스는 구글 생산성 제품군 'G스위트'와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양사 고객들은 G메일, 구글 시트 등 구글 생산성 제품에서 세일즈포스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 세일즈포스 영업마케팅 솔루션과 구글의 인기 분석 서비스 '애널리틱스360'을 연동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큅과 G메일,행아웃,구글 캘린더 등 구글 앱과 연동도 이뤄진다.
■2020년까지 200억 매출, 직원 4만5천명 확대 목표
세일즈포스는 행사 기간 중 7월 말 마감한 분기 실적도 발표했다. 회계연도는 1월 끝나기 때문에, 2018년 2분기 실적이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6% 성장해 25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ARR 기준 연간 100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것이다. 이번 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하면 1년에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말한다
실적 발표를 통해 베니오프 CEO는 "경이로운 분기 성장을 이뤘다"며 "세일즈포스가 ARR 100억 달러를 톨파한 첫 번째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회사가 됐다. 회사가 커다란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세일즈포스는 2022 년까지 200억~22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이는 2017 회계연도 84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년만에 2배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세일즈포스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대기업 시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세일즈포스는 회사가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는 전체 시장(TAM) 자체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2018년 기준 720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1천2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이 클라우드 기반 SW 사용을 늘리고 있다는 상황은 호재다. 세일즈포스는 전체 시장 성장의 80%를 대기업시장이 이끌 것으로 봤다.
세일즈포스는 또,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실적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세일즈포스는 유럽 및 중동, 시장과 아시아 (아태,일본,중국 포함) 시장 중 약 7%만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해당 지역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상황이, 점유율을 높일 기회로 보고 있다.
실적달성을위해 위해 외형 확장도 추진한다. 현재 약 3만명 수준의 직원을 2022년 까지 약 4만5천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일즈포스 "CRM은 MS보다 한 수 위"
MS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세일즈포스는 MS를 라이벌로 보고 있다. 베니오프는 MS를 깎아 내리는 공격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드림포스 컨퍼런스 후 애널리스트들과 만난 자리에선 MS를 정조준해 "우리도 경쟁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들(MS)이 관리팀을 제자리에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다이나믹스 베테랑 관리자 중 한명이 빌 패터슨이 MS를 떠나 세일즈포스에 합류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그는 또 "MS CRM은 시장 점유율이 1% 밖에 안된다"며 CRM 분야에 열정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S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따로 있다. 세일즈포스의 주무대인 CRM 영역에서 MS가 야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MS와 세일즈포스는 링크드인 인수를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링크드인을 손에 넣은 MS는 이미 다이나믹스365를 포함에 기존 솔루션에 깊숙이 연동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보다 앞서, MS는 세일즈포스에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세일즈포스는 MS와 지금은 CRM분야서 직접 경쟁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맞부딪힐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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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는 CRM을 기반으로 마케팅,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협업 툴 같이 인접한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IBM, 아마존, 구글 등과 연합해 세일즈포스에는 없는 영역에서 MS에 맞대응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키이스 블록은 좀 더 점잖은 방식으로 자신감을 드러났다. 그는 미국 경제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대형 IT기업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이느냐는 질문에 "그들의 그들의 세계가 있고 그것이 우리의 세계는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는 대체로 과거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세계는 미래에 대한 것이다. 고객 참여와 성장에 관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통계를 보면, 우리는 세일즈, 서비스, 마케팅 CRM 영역에서 모두 넘버원이다. 우리는 우리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