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 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고 모두가 당연히 여기다. 복잡한 실내와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알 수 없는 각종 입·출국 절차 때문이다.
승객의 불편을 어쩔 수 없다고 봤던 공항업계와 다른 생각을 가졌던 게 제이미 리 갠코 대표다. 갠코는 올해 4월 공항 실내 정보 제공 앱 '에어와피'를 출시했다.
에어와피는 지금껏 온라인에서는 알 수 없었던 보안 검색 소요 시간과 인포데스크, 면세점 등 공항 실내 시설 길안내 및 비행기 탑승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앱이다.
공항업계에서 종사하며 쌓은 전문 지식과 자체 개발한 실내 위치 측정 기술을 통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제이미 리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잦은 비행기 출장으로 겪은 불편함, 창업 아이디어로"
제이미 리 대표는 공항 민영화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미국 휴스턴 소재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다. 자연히 국경을 넘나드는 출장도 무수히 다녀왔다. 한 달에 8~10번 꼴로 비행기 출장을 다니며 스스로 느낀 불편함이 창업을 도왔다.
"웹에도, 앱에도 공항 내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고객 불만은 계속 들어오는데, 보수적인 공항에서는 그런 서비스를 개발하기 힘들었어요. 일단 다른 공항을 경유하면 항공권이 싸지니까 경유 항공권을 택하는 승객들이 상당수 있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한 공항의 내부 정보만 제공하는 앱은 주기적으로 쓰기 힘들죠. 비행기를 타면서 옆자리 승객과 공항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서비스의 구체적인 방향을 잡았어요."
공항 관계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평균적으로 30~40년의 경력을 보유한 공항 고위 임원진들은 대개 보수적이었고, 보안과 밀접히 연관된 공항의 특성도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이에 제이미 리 대표는 지난 2015년 하반기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 시작부터 어떻게 실내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두고 난관에 부딪쳤다. 시행착오 끝에 실내 지도 앱 스타트업 인도어아틀라스의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구 자기장 기반의 공항 실내 위치 파악 기술을 상용화했다. 공항 건설에 사용된 철근 구조의 자기장 정보와 스마트폰 내 나침반을 연계 활용해 실내 위치를 계산해내는 기술이다.
"나중에 공항을 리모델링해도 기본 구조인 철골은 바뀌지 않으니까 매우 실용적이에요. 여기에 와이파이를 활용해 위치 오차 범위도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현재 에어와피는 인천공항과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 미국에는 LA 공항을 포함한 4개 공항의 실내 정보 및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여기에 8개 공항의 정보를 추가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대표적인 편의 서비스 중 하나는 '플라이트래킹'이다. 전세계 운항 중인 항공편을 추적해 보여주는 기능으로, 무작정 미리 공항에 마중갈 필요 없이 예상 도착 시간을 알 수 있어 이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갠코 측은 밝혔다.
갠코는 이런 서비스 품질을 인정받아 최근 벨기에 공항 앱 심사에서도 45팀 중 1등을 차지했다.
"꼭 필요한 기능으로만 구성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또 팀원들이 공항 출신이라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협업할 때 업계 전문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고, 이 업계의 문화나 운영 방식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선정 이유가 됐습니다. 보통 공항들이 이런 경우 주거 등 추가 지원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현지 스타트업을 선정하는 편인데,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저희를 선택해준거죠."
제이미 리 대표는 에어와피를 각지 상황에 맞게 공항 편의 서비스 일체를 제공할 수 있는 앱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섬세한 여행 계획을 짤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이 되도록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방침이에요. 근처 상점 추천이나 입국 카드 작성 안내 기능도 고려해볼 수 있겠죠. 미국 같은 경우 주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고, 유럽은 기차·세금 환급 관련 정보에 대한 수요가 큽니다. 또 유럽은 보안 검색 대기줄이 긴 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고민해볼 수 있을 거에요."
아시아 지역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갠코 측은 미국과 유럽 등 공항업계에서 선도적인 지역에서 10개 내외의 공항 정보를 확보한 내년 하반기 이후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 공항 진출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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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리 갠코 대표는 에어와피를 통해 공항업계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항처럼 보수적인 업계에서 한국, 그리고 여성 위주로 구성된 이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불리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공항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투자 비용이 고액인 경우가 많아 보수적인 성향이 짙었는데, 앱은 비교적 투자 비용이 저렴한 데 반해 사용자는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수단이에요. 에어와피라는 앱 하나로 공항 서비스의 질을 대폭 향상시키겠다는 게 저희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