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에서 아시아로…디즈니 꿈꾸는 '캐리소프트'

캐리소프트가 아시아 디즈니 꿈꿀 수 있는 이유

방송/통신입력 :2017/11/13 13:40    수정: 2017/11/13 21:22

"안녕!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캐리에요!"

영유아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에게도 인기있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어느덧 캐리소프트가 만든 유튜브 채널은 9개가 됐다. 구독자 수는 캐리와장난감 친구들 채널만 150만명이 넘고, 다른 채널까지 다 합치면 240만명이 넘는다. 중국에선 1년도 채 안돼 유쿠,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 등 중국 3대 플랫폼에서 350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조회수는 20억뷰를 넘었다.

유튜브 채널에서부터 시작한 캐리소프트는 완구회사, 키즈카페, 프로그램 제작사 등 여러개 자회사를 가진 모기업이 됐다. 구로에 마련된 사무실은 좁아져 층 확장을 계속 진행중이다. 캐리소프트는 크리에이터에 의존하는 1인 방송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도 MCN과는 다르다. 어쩌면 어린이 방송국이면서 캐릭터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키즈 콘텐츠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캐리소프트는 키즈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업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확실한 IP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콘텐츠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라이센스, 게임, 공연, 키즈카페 사업으로 확장 중이다. 중국에서의 활약도 주목된다. 사드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중국 현지화 공략이 맞아 떨어져 한국 콘텐츠라는 부담감을 없앴기 때문이다.

(사진=캐리소프트)

캐리소프트는 지금까지 약 100억원정도 투자 받았다. 작년 매출은 51억원으로 15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회사는 지난해보다 50% 정도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캐리소프트는 영미권 중심인 키즈 콘텐츠 시장에서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고자 한다. 캐릭터 모습도 아시아 스타일로 만들었다. 미국 보다는 중국과 아시아를 먼저 잡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 크리에이터 의존에서 벗어난 캐릭터 중심 콘텐츠

캐리소프트의 자산은 콘텐츠다. 지난 4월, 1대 캐리언니인 강혜진씨가 떠나고 새로운 캐리언니 김정현씨가 유튜브 동영상에 등장했을 땐 술렁임도 있었다. 익숙한 얼굴에서 새 얼굴로 바뀌자 시청자들 다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연연하지 않았다. 조회수 등 순간적인 타격을 받긴 했지만, 오히려 꼬마 캐리 캐릭터가 주목받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 동요도 없었다. 회사의 목표는 크리에이터 육성이 아닌 캐릭터 중심 콘텐츠 제작이다.

이러한 캐릭터중심 콘텐츠로 캐리소프트는 장난감 유통과 판매에 뛰어들었다. 자회사 구로완구를 만들고 장난감이나 캐릭터 제품 제작에 나섰다.

캐리소프트는 공연사업에서도 가능성을 봤다. 지난해 4월부터 뮤지컬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공연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뮤지컬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시즌1’은 서울, 인천, 광주, 부산 등 전국 17개 지역에서 148차례 진행돼 총 15만명의 유료 관객을 모았다.

캐리소프트는 올해도 전국 단위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시즌2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뮤지컬과 콘서트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키즈카페도 계속해서 확장 중이다. 1호점은 인천 청라에 있으며 지난 4월 21일에 문을 열었다. 2호점은 수원 아이파크 시티에 9월 말 오픈 완료했으며, 여의도 IFC 몰에는 내년 2월말에 오픈될 예정이다.

캐리소프트에 따르면 회사 측은 처음부터 콘텐츠를 자산으로 생각하고 제작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4년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할 때부터 캐리소프트는 풀프레임 DSLR 캐논으로 영상을 찍었다. 콘텐츠를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메니지먼트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촬영된 소스를 네트워크 스토리지에서 관리하도록 만들었다.

캐리소프트는 촬영한 소스와 편집 완성본까지 회사 중앙서버에 담아두고 여러 PD들이 관리하도록 했다. 고화질로 촬영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었다. 촬영된 소스가 잘 관리돼야 나중에 재편집하거나 플랫폼에 맞게 컨버팅하는 등 멀티 유즈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촬영된 영상에 목소리 입히는 작업을 할 수 있고, BGM도 바꿀 수도 있으니 로우파일 관리가 매우 중요했다. 캐리소프트는 COPE(크리에이트 원스, 퍼블리싱 에브리웨어)라는 제작라인을 만들고 영상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UHD로 제작된 콘텐츠 덕분에 VOD 시장에도 빠르게 진입했다. 유료방송사업자중에서 SK브로드밴드와 가장 먼저 손잡고 유료 VOD 상품을 출시했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동영상을 굳이 TV서 유료로 결제해서 본다고?"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큰 화면에서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었다. SK브로드밴드에서 유료 키즈콘텐츠 수익모델 성공 후 KT와 LG유플러스, 케이블TV VOD에도 들어갔다.

캐리소프트는 양질의 TV콘텐츠로 평가받고 싶은 욕심이 들어 PP사업에 진출했다. 캐리TV라는 자회사를 차리면서다. 9월 초부터 KT IPTV인 올레TV 채널번호 143번에서 캐리TV가 자체 제작한 여러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편성 부담감을 덜기 위해 다른 콘텐츠를 들여오지는 않을 예정이다. 이 채널에선 오직 캐리TV 콘텐츠만 볼 수 있다. 자체 콘텐츠만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 중국에서 가능성 본 캐리소프트, 아시아로 뻗어 나간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는 당분간 미국 진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캐릭터 시장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고 싶어 했다. 영미권 중심으로 형성된 캐릭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고 한다. 아시아 캐릭터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캐리소프트는 K콘텐츠보다는 아시아의 콘텐츠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때문에 중국 스튜디오에도 로컬화를 위해 현지직원들을 채용했다. 중국에는 중국인 캐리 역할을 하는 연기자가 있다. 동영상만 보면 한국이 모기업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캐리소프트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되, 콘텐츠 이외의 영역에서 수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콘텐츠에 계속해서 투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캐릭터 상품 (사진=캐리소프트)

구로완구도 그 이유로 만들어진 회사다. 콘텐츠가 인정받기 시작하면 굿즈(goods) 사업은 알아서 잘 되기 마련이다. 중국 시장에 완구나 키즈카페가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캐리소프트는 올해 안에 중국 OTT 플랫폼에 접점을 더 많이 만들 계획이다. OTT는 개방적이라 방송 규제이슈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중국 진출 성공 가능성을 바탕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TV 진출도 준비 중이다. 곧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TV 채널에서 현지어로 제작된 영상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앞으론 유용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키즈 콘텐츠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계획도 있다. 공부가 아닌 놀이로 쉽게 언어를 배우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캐리와 엘리, 캐빈의 가족이 나오는 스토리라인 구성도 이미 완성됐다. 가족이 등장하는 웹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가족이 함께 보고 경험하고 체험하도록 만들고 싶은 계획이다.

■ 인생 계획 세울 수 있는 고용불안 없는 회사

캐리소프트 모토는 메이크 키즈 해피(Make Kids Happy)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는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주고 직업에 대한 안정성을 100%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누구보다도 강하다.

통상 영상 프로덕션이나 외주제작사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그러나 캐리소프트 직원들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채용돼 있다. 평균 연령은 20대 중후반 정도.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전에 취업한 직원들도 많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는 직원들이다.

박창신 대표는 뚜렷한 회사 비전으로 20살인 막내 직원도 1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내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편인데, 예를 들어 이 직원들이 결혼하고, 출산하고, 다시 복귀해 근무할 수 있는 인생의 계획 말이다.

이 회사에는 비공식적인 사회 공헌 활동이 많다. 크리에이터나 캐릭터 연기자가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아픈 아이들을 위해 병원에 찾아간다. 병원에서 하는 행사도 참여하지만, 병실에 직접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정말 아픈 아이들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이를 통해 본인 일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은 사내 교육 효과도 있다. 직원들은 캐리소프트 콘텐츠가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이 된다는 생각에 더 밝고 유쾌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캐리소프트는 이런 사회공헌 활동이 키즈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당연히 해야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박 대표는 회사가 더 커진다면 복지재단을 만들고픈 희망도 있다. 세계적으로 어린이 복지 관련된 사단법인이 많은데, 캐리소프트는 캐리소프트만의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이 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캐리소프트 크리에이터들 (왼쪽부터 캐빈, 엘리, 줄리, 캐리) (사진=캐리소프트)

■ "비전 없는 회사는 그만둬라"

“유튜브는 이미 레드오션입니다. 파이가 정해져 있고, 나눠먹는 개념이라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죠. 유튜브에 의존하면 안되고, 지속성이 강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회사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공유한다는 박창신 대표. 비전 없는 회사는 과감히 그만둬야 한다고 얘기하는 그는 지속성이 강한 콘텐츠로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박 대표는 미디어산업 분야 출입을 오래 했고, 뉴미디어 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았던 터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컸다. 공동대표이자 부인인 권원숙 대표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캐리소프트 회사를 단단하게 만들어 나간 박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외부 노출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회사 내부 살림을 챙기는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약 100억원 정도. 박 대표는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신규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느끼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략적 투자는 환영이다. 캐리소프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는 언제든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기업의 본질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캐리소프트는 투자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내년엔 그 투자가 빛을 발할 것 같다"고 자신했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 (사진=캐리소프트)

그의 옆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많다. 부인 권원숙 대표 외에도 김동진 부사장, 이민환 이사, 김양순 공연팀장이 등이 있다.

김동진 부사장은 캐리TV 편성책임자를 맡고 있다. 김 부사장도 기자 출신으로,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책 '1923년 경성을 뒤흔든 사건'의 작가 이기도 하다. 올해 2월에 캐리소프트에 합류해 캐리TV의 편성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콘텐츠 제작 총괄은 이민환 이사가 맡고 있다. KBS 영상 편집 감독 출신으로 콘텐츠 제작 능력이 뛰어난 감독 중 하나다. 김양순 공연팀장은 여러 키즈 뮤지컬 공연 기획을 맡았던 공연 기획 분야의 실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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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대표는 구로를 좋아한다. 파이팅 넘치는 기운이 느껴지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지역이라서다. 캐릭터 상품을 만드는 자회사 명칭도 구로완구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박 대표는 "캐리소프트 콘텐츠를 가지고 오프라인에 모든 것이 구성된 테마파크 조성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캐리소프트가 그려나가는 그림들이 디즈니와 비슷하다. 키즈 콘텐츠로는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