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무제한 요금제’ 출시 어려워졌다

중저가 도매대가 평균 11.7%p↓…고가 평균 1.7%p↓

방송/통신입력 :2017/11/09 11:39    수정: 2017/11/09 13:39

알뜰폰 사업자가 중저가 요금제를 더 저렴하게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반면, 이통사의 주력 상품군 중의 하나인 소위 ‘무제한 요금제’는 알뜰폰 사업자가 손실을 감내하지 않는 이상 출시가 불가능하게 됐다.

알뜰폰 도매대가에서 LTE 요금제에 적용되는 6.5GB 이하의 ‘수익배분 도매대가’가 전년대비 평균 11.7%p가 인하된 반면, 11GB 이상 고가요금제에서는 1.7%p 밖에 내려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사업자가 SK텔레콤에 지급하는 ‘종량 도매대가’는 음성이 전년대비 12.6%, 데이터 16.3%, SMS는 0.8% 인하되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LTE 도매대가 10% 인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SK텔레콤이 10% 도매대가 인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량 도매대가는 중요하지 않았고 LTE 도매대가를 결정짓는 수익배분 도매대가가 문제였다”며 “결과적으로 LTE 도매대가에서 중저가요금제는 국정자문위의 10%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선에서, 고가요금제는 SK텔레콤의 요구가 관철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 복잡해진 ‘수익배분 도매대가’

올해 2G, 3G 서비스에 적용되는 ‘종량 도매대가’는 지난해 기준을 바탕으로 예년 수준의 인하가 이뤄진 것과 달리, 4G 서비스에 적용되는 ‘수익배분 도매대가’는 지난해와 기준이 달라져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해까지 4G 도매대가는 ▲3만원 미만(저가) ▲4만원대(중가) ▲5만원 이상(고가) 등 3분류에 각각 한 가입자당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기본료로 나뉘어 도매대가가 정해졌다.(하단 표 참조)

하지만 올해는 ▲300MB ▲1.2GB(이상 저가) ▲2.2GB ▲3.5GB ▲6.5GB(이상 중가) ▲11GB ▲16GB ▲20GB ▲35GB(이상 고가) 등 총 9개 구간으로 세분화돼 각각의 도매대가가 결정됐다. 또 지난해 고가로 분류됐던 3.5GB, 6.5GB 구간이 중가로 편입됐다.

이렇게 나뉜 이유는 알뜰폰 업계를 대신해 협상에 나섰던 정부와 SK텔레콤이 각각 실리를 취하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 된 탓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정기획위의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지키면서 알뜰폰 업계가 중저가 요금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3.5GB, 6.5GB를 중가요금제에 편입시켜 평균 10%p 이상 도매대가 인하를 끌어냈고, SK텔레콤은 고가요금제의 도매대가를 평균 1.7%p 인하하는 선에서 막았다.

결국, SK텔레콤은 3.5GB와 6.5GB 구간을 중가요금제에 편입시켜 평균 10%p 이상의 도매대가 인하를 허용한 대신, 알뜰폰 사업자들이 11GB 이상 데이터가 제공되는 무제한 요금제에 진입할 수 없도록 장벽을 친 셈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중저가 부분에서는 국정기획위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평균 10% 이상 도매대가가 인하된 반면, 고가 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폭은 최대치가 3.3p%에 불과하다”며 “결국 알뜰폰 사업자가 무제한 요금제를 만들어 기존 이동통신사 영역에 침범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한시 상품이기는 했지만 CJ헬로비전이 2만9천원짜리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이통사와 직접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며 “SK텔레콤이 고가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폭을 최대한 줄인 것은 CJ헬로비전을 견제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수익배분 도매대가 기준을 분배율과 기본료로 나뉘어있던 것을 통합했고, 3분류로 구성된 것을 9분류로 세분화했다”며 “고가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중저가요금제에서는 평균 10%p 이상 인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 알뜰폰 중저가 요금 얼마나 싸질까

고가요금제의 도매대가 평균 인하율이 1.7%p에 그쳤지만 중저가요금제에서는 11.7%p 인하돼 향후 알뜰폰의 중저가요금제는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도매대가 인하로 원가절감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1.2GB와 3.5GB의 데이터가 제공되는 중저가 요금제의 도매대가가 각각 16.2%p, 13.1%p로 가장 많이 낮아져 이 구간에 해당하는 경쟁력 있는 요금제 출시가 기대된다.

현재 SK텔레콤을 기준으로 1.2GB와 3.5GB의 데이터가 제공되는 요금제는 각각 월 3만9천600원과 5만1천700원이다. 따라서 이들 가입자를 타깃으로 한 중저가 요금제의 출시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알뜰폰 업계가 새로 바뀐 도매대가로 인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원가절감이 발생했는지를 파악하고 새 요금제를 내놓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존에 분배율과 기본료로 나뉘어 있던 도매대가가 통합돼 실질적인 인하효과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원가절감이 됐는지는 지난 7월부터 새 도매대가로 소급적용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원가절감이 이뤄진 것은 분명한 만큼 요금이 인하된 새 요금제를 내놓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수익배분 도매대가 외에 LTE 정액요금제라는 별도의 도매대가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인하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알뜰폰 LTE 가입자의 절반 정도가 이를 기반으로 한 가입자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요금인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