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광고 비수기인 3분기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꾸준한 성장과 안정성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는 두 회사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9일 3분기 매출 5천154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네이버 역시 3분기 매출 1조2천7억원으로 18.5% 성장을 이뤄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천121억원과 2천158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는 474억원과 39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의 성장폭은 네이버가 10.6%, 카카오가 57%로 나타났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네이버가 약 26%, 카카오가 9.2%다.
■ 네이버, 검색광고ㆍ메신저ㆍ간편결제 꽉 잡아
네이버가 3분기에도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했던 비결은 검색ㆍ쇼핑 광고가 포함된 비즈니스플랫폼이 큰 폭으로 성장한 덕분이다.
3분기 네이버의 비즈니스 플랫폼 매출은 5천486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46%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7% 성장률을 보였다.
지상파와 오프라인 중심의 광고 시장이 미디어 소비 변화에 따라 온라인과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또 중소상공인들의 가성비 높은 광고 채널로 네이버 검색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일본과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장세도 네이버 실적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3분기 4천5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성장했다. 라인 및 기타플랫폼(캠프모바일, 스노우 등)이 네이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다.
라인의 탄탄한 사용자들이 스티커, 게임, 커머스 등에서 꾸준한 매출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노우의 성장도 네이버의 기타플랫폼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네이버는 ‘N페이’로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페이를 비롯, IT서비스, 클라우드, 웍스로 구성된 IT플랫폼 부문 3분기 매출은 약 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1% 증가하며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네이버 계정 하나로 검색-쇼핑-결제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는 N페이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의 입지를 탄탄히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기업이 주도했던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도 하나씩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 부진 딛고 성장세로 돌아선 ‘카카오’
최근 몇 년 간 부진한 실적 탓에 시장에 불안감을 키웠던 카카오는 지난 분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성장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특히 매출 상승을 일으키며 외형 확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3분기 5천154억원 매출은 역대 분기 최대 매출로, 광고를 비롯해 콘텐츠와 커머스 전 사업이 고른 성장을 보였다.
광고 부문의 경우 포털 사이트 다음이 네이버 만큼 광고 플랫폼으로서 제 역할을 못함에도, 이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알림톡, 브랜드 이모티콘 등이 뒷받침 하면서 전분기 대비 소폭 성장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9% 올라, 한 때 내리막길을 걸었던 카카오의 광고 매출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탈 카카오게임 현상으로 우려가 높았던 게임 콘텐츠 매출도 시장의 부정적 전망을 씻어냈다. 펄어스비스가 개발한 ‘검은사막’이 해외 시장에서 계속 선전하고, 모바일 게임 ‘음양사’ 출시 효과 등으로 3분기 카카오 게임 매출은 전분기 대비 19%,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939억원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는 지난해 초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조8천700억원을 주고 로엔을 인수한 당시만 해도 인수가 적정성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카카오의 선택은 옳았다. 로엔의 3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로, 전분기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28% 성장한 1천221억원을 기록했다.
판매 9분 만에 1만5천대가 완판된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가 이 같은 추세대로 판매고를 올린다면 로엔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가입자도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카카오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웹툰 콘텐츠에서도 적지 않은 덕을 봤다. 3분기 기타 콘텐츠 매출은 45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분기 대1l 18%, 전년 동기 대비 87%나 뛴 결과다. 카카오페이지 국내 일평균 거래액 5억원, 일본 1억원 성과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카카오는 커머스 부문이 포함된 기타 플랫폼 부문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었다. 전분기 대비 24%,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하며 3분기 매출 1천24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와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한 소비가 늘면서 카카오의 커머스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 두 회사의 미래와 과제
불안한 경제 상황과 움츠려든 사용자들의 소비에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는 흐름에 잘 올라탄 것으로 보인다.
광고, 콘텐츠, 커머스, 게임, SNS 등에서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으며 국내ㆍ외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두 회사의 고민은 AI 시대 고민에 집중돼 있다.
자동차, 아파트, 산업현장 등 전 영역에서 구글이나 아마존 등에 시장을 뺏기지 않고 AI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노력과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당분간 영업이익에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출시한 AI 스피커 ‘프렌즈’(네이버)와 ‘카카오미니’(카카오)의 초반 판매량이 기대보다 높아 이와 연결된 새로운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이와 연관된 수익 모델이 생길 가능성도 엿보인다.
네이버의 경우 라인이 우세한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카카오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국내에서 AI 생태계의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검색, 배송, 콘텐츠, 커머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들이 AI 플랫폼을 통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양대 포털 사업자들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는데, 네이버는 앞선 선진화된 기술력과 고도의 전문성을, 카카오는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확장성을 주 무기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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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네이버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로봇 개발에 뛰어 든 만큼 이로 인한 효용성을 입장하고 장기적 관점의 시장성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네이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률을 높여가면서,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적인 투자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