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가전 메카' 꿈꾸는 LG 창원R&D센터

1천500여 핵심 브레인 모여…프리미엄 가전 개발 박차

홈&모바일입력 :2017/11/07 10:13    수정: 2017/11/07 14:41

"한국의 가전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핵심 인력을 육성하고 있는 실천의 장입니다. 창원에 최첨단 연구개발(R&D) 역량을 한 데 모은만큼 공정 자동화와 지능화를 이룬 스마트 공장이 구축되면 세계적으로 명실상부한 가전 사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송대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 6일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1사업장에 위치한 창원R&D센터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이 곳에서는 냉장고, 정수기, 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제품을 연구개발해 170여개국에 공급한다. LG 주방가전의 산실인 셈이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창원R&D센터는 1천500억원을 투입해 2년 반 만에 완공됐다. 연면적 약 5만1천제곱미터(m2)에 지상 20층, 지하 2층 규모 건물로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연구시설로는 가장 크다. 제품별로 흩어져 있던 각 연구조직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았다. 연구원 1천500여 명이 실제 사용되는 주방 공간의 관점에서 융복합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을 발굴한다.

LG전자가 창원R&D센터를 본격 가동한다.(사진=LG전자)

이곳에서 개발된 프리미엄 주방 가전은 경남 창원을 비롯한 중국, 폴란드,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 각 지역별 거점에서 생산돼 전 세계 고객들이 사용하게 된다. LG전자는 쾌적한 근무 환경의 창원R&D센터가 연구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주방 공간’을 구성하는 제품들이 개발 단계에서 1개의 연구소에 모이게 돼 주방가전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창원R&D센터가 개별 제품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빌트인, 인공지능 주방가전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2023년까지 창원1사업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재건축해 공정의 모듈화, 지능형 자율 생산 등 생산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송 사장은 "R&D센터에 이어 4차산업혁명에 맞춰 몇 년 전부터 검토해 온 스마트공장 구축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며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커넥티비티, 스마트홈 솔루션, 오픈 플랫폼과 지능형 생산시설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LG전자의 브랜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첨단 설비로 무장…프리미엄 가전 경쟁력 강화

창원R&D센터 4층으로 들어서자 4대의 3D프린터가 로봇 팔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개발 단계의 제품 모형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플라스틱을 녹여 한층한층 겹겹이 쌓겄나 UV 광선을 통해 제작한다. 설계 파일을 기반으로 냉장고뿐 아니라 식기세척기 빌트인 가전 등을 모두 제작한다. 큰 모형을 제작하는 프린터기는 대당 8억원, 소형 부품용 프린터기는 7천만원에 이른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전에는 외주로 모형을 제작했지만 자체 장비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30%, 비용은 연간 7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냉장고 부품의 경우 전체의 80%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오차는 ±0.1~0.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3D프린터실에서 제작된 모형을 기반으로 가전제품 시료가 만들어진다. 시료들은 건물 지하 1·2층에 모두 보관된다. 시료는 개발 단계에 있는 테스트용 제품으로 대부분 출시되기 전 단계의 제품이다. 연구원들은 이 곳에서 개발단계에서 필요한 시료 제품을 찾아 각 제품을 비교해 아이디어를 얻고 신제품을 기획한다. 각 제품에는 시료관리 이력표가 붙어있다.

LG전자는 제품 개발단계에서 제품 외관을 디자인하거나 신규 부품을 적용하는데 3D프린터를 사용해 제품 모형을 제작한다.(사진=LG전자)

지하1층으로 내려가자 400평 공간에 냉장고 시료 500대 가량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남은 공간까지 총 750대를 보관할 수 있다. 지하 2층에는 200대 가량이 보관되어 있다. 이 곳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개발 기획할 때 참고할 만한 제품들이 한 곳에 모아져 있어 엘레베이터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며 "제품군별로 분류됐고 1년 이전 제품들은 다른 곳에서 영구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국가별 혹은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를 갖는 주방 공간, 고객들이 주방 공간에서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패턴, 다양한 융복합 기술 등을 연구한다. 예컨대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 형태도 소득 수준과 주거 형태에 따라 과거 2도어 일반 냉장고에서 대용량 프렌치도어 등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변화해 왔다.

이렇게 개발된 냉장고 완제품은 창원1공장 5개 생산라인에서 생산된다. 각각 북미향 제품, 김치냉장고, 얼음정수기 냉장고, 빌트인 냉장고 등으로 분류된다. 품질 이슈를 모니터하기 위해 F프루프(proof)시스템을 적용해 전수공정을 진행한다. 품질 반성회 모니터에서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이 곳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6% 증가했으며 글로벌은 11% 증가해 연간 940만대가 생산된다.

LG전자는 1963년(당시 금성사) 냉장고 개발을 시작하며 주방가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1965년 국내 최초 냉장고 개발에 성공하며 국산 냉장고 시대를 열었다. 이어 1984년 세계 최초로 뚜껑식 김치냉장고, 2001년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이 곳 제조관리팀 이문태 책임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품질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고 아침부터 함께 필드 이슈를 모니터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해 품질을 높인다"며 "오는 2023년까지 창원1사업장을 친환경 스마트 공장으로 만들어 현재 연간 20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3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LG전자 직원이 6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전자 창원1사업장 냉장고 생산라인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사진=LG전자)

연구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1인에게 제공하는 최소 전용면적도 높아졌다. 10제곱미터(약 3.0평) 수준이던 1인당 근무 면적을 14제곱미터(약 4.2평)로 40% 늘렸다. 층간높이도 4.5미터(M)로 높였다. 워터 소믈리에, 요리 레시피 연구원, 김치 유산균 연구원 등 이색 업무를 하는 연구원들도 근무한다.

요리 레시피 연구원은 화덕, 상업용 오븐, 제빵기, 야외용 그릴 등 다양한 조리기기들을 갖춘 글로벌 쿠킹랩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들을 직접 조리하며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쿠킹랩에는 다양한 크기의 오븐 등 가전 제품들이 나열됐다. 조리법을 개발하고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고은 선임은 "이 곳에서는 지역별로 현지 메뉴를 함께 개발하며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담백하게 요리하는 조리법을 개발하고 있다"며 "예컨대 디오스 광파오븐의 경우 전용 앱을 통해 142개 코스를 추가하면 손쉽게 총 272가지 요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23년 R&D 기반 '스마트 공장'으로 탈바꿈한다

LG전자는 창원사업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창원R&D센터가 위치한 창원1사업장에 총 6천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창원R&D센터는 단순히 새로운 연구소가 아닌 창원1사업장이 스마트 공장으로 변화하기 위한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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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공장의 통합 생산 시스템은 제품의 주요 부품들을 몇 가지의 패키지로 구성하고 서로 다른 모듈들을 조합해 여러 종류의 모델을 만드는 ‘모듈러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창원R&D센터는 제품 기획, 개발 단계에서 스마트 공장의 ‘모듈러 디자인’ 전략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송 사장은 "창원R&D센터는 주방가전 제품들 간의 시너지를 보다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전진기지"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방가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