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적대적 M&A…퀄컴 주주 흔들기?

"28% 프리미엄 인정"…위임장 대결 유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11/07 10:35    수정: 2017/11/07 19:15

통신칩 전문업체 미국 브로드컴이 퀄컴에 인수합병(M&A)를 제안했지만, 퀄컴 측은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제안의 핵심은 대주주와의 협의 없이 진행되는 '적대적 인수합병'이어서 향후 협상에 귀추가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 파이낸셜타임즈(FT) 등은 6일(현지시간) 브로드컴이 보도자료를 통해 퀄컴에 1천300억 달러(144조8천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통신칩 전문업체 미국 브로드컴이 퀄컴에 인수합병(M&A)를 제안했지만, 퀄컴 측은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씨넷)

■ 브로드컴 여론전…"일반 고객 찬성 자신"

업계는 이번 브로드컴의 M&A 제안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인수합병 주체가 상호 합의와 정해진 절차에 따라 M&A를 추진하는 우호적 인수합병과 달리, 적대적 M&A는 대주주의 협의 없이 이루어지는 기업지배권 탈취를 말한다.

브로드컴은 자사에 우호적인 이사들을 퀄컴에 앉히고 내년 3월 열리는 퀄컴 주주총회에서 위임장 대결을 펼치는 등의 방법으로 적대적 M&A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퀄컴 경영진이 인수 제안을 거부하더라도 브로드컴 측에서 위임장 대결을 통해 M&A를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일반 고객들이 이번 합병을 받아들일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면 이번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합병안 통과에 대해 자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현재 퀄컴이 애플 등 여러 소송건에 휘말려 있고, 또 최근 몇년간 주가 상승률이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 되어 있다는 점도 일반 주주들이 브로드컴의 제안에 동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브로드컴이 공개 인수제안 전에 퀄컴과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주주친화적인 기업 지배구조인 퀄컴은 이 같은 제안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들은 퀄컴이 브로드컴의 M&A 제안을 일단은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체적으로 전망했다. (사진=BROADCOM)

주가에 28% 프리미엄 얹은 인수가에도…퀄컴 "가격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들은 퀄컴이 브로드컴의 M&A 제안을 일단은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의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퀄컴은 브로드컴이 제시한 인수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같은 이유로 "퀄컴이 브로드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신들을 종합해보면 퀄컴은 '브로드컴 측 제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론 인수가격이 낮다는 입장이다.

브로드컴이 지난 2일 퀄컴 종가에 28%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 인수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퀄컴은 아직 브로드컴의 M&A 제안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퀄컴은 이사회가 이 제안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고, 그 전까진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퀄컴 측은 "브로드컴으로부터의 M&A 제안을 받았고, 이사회 재무·법률 고문과 협의할 것"이라며 "제안 평가는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한국, 중국과 대만 등에서 특허료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주가가 낮게 책정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진=씨넷)

■ 퀄컴 "現 주가 수준 저평가 됐다"…왜?

업계는 퀄컴 측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현재 주가 수준이 저평가돼 있음을 지적한다.

알젤로지노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현재 퀄컴의 주가는 애플과의 소송 등의 이슈로 평가절하된 상태"라며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을 거절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퀄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에서, 이를 기준으로 산정된 인수가가 퀄컴의 눈에 찰리 없다는 것이다.

퀄컴은 중국과 대만 등에서 특허료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60억9천만 위안(약 1조500억원), 대만에서 235억 대만달러(약 8천800억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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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퀄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이 이동통신 특허와 모뎀 칩셋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또 퀄컴은 최대 고객인 애플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애플은 올 초 퀄컴의 칩 특허료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어 애플은 지난달 "퀄컴 칩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