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또 한 차례 역전 승부를 노리는 삼성에 악재가 등장했다.
미국 법무부가 삼성이 요청한 상고신청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취지의 법정조언자 의견을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고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엘 프란시스코 미국 법무부 송무차관(Solicitor General)은 대법원 제출 의견서를 통해 삼성이 상고신청 근거로 제시한 세 가지 모두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부가 법정조언자 의견을 제출한 것은 연방대법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2016년 개정기 마감 직전인 지난 6월말 법무부에 삼성의 상고 신청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 "법적 자명성 등 세 가지 이유 모두 기각해야"
법무부 송무차관이 상고허가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삼성과 애플 간의 2차 특허소송이다. 디자인 특허가 쟁점인 1차 소송과는 별개 사안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데이터 태핑(647특허), 밀어서 잠금해제(721), 단어 자동완성(172) 등 애플 실용 특허 세 건이다.
삼성은 이 소송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승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 항소법원 전원합의체(en banc)가 항소심 판결을 다시 뒤집으면서 애플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삼성은 지난 3월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 신청을 했다. 디자인 특허가 쟁점인 1차 특허소송 때 대법원 상고 신청에 성공했던 삼성으로선 또 다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삼성은 상고신청서를 접수하면서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법적 자명성 부분이었다. 미국 특허법 103조는 특허권을 부여받기 위해선 선행기술과의 차이가 그 분야 통상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보기에 자명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은 쟁점이 된 애플 특허권이 이 부문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번 상고 신청의 최대 쟁점이나 다름 없다.
두번째로 문제 삼은 것은 전원합의체 진행 과정이었다.특히 특허침해 배상 판결을 받으려면 특허침해 행위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간에 긴밀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데 항소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분을 간과했다는 게 삼성 주장이었다.
세번째 상고 신청 이유는 침해범위 문제였다.
특허 청구항 모두를 침해했을 경우에 한해 특허침해가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이전 판례였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부분을 간과했다고 삼성이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세 가지 상고 이유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권고를 했다.
■ "주로 절차상 문제…대법원, 어떤 결정 내릴 지 몰라"
미국 대법원이 상고 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법무부 의견을 요구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오라클과 구글 간 자바 소송 때나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소송 때도 모두 법무부 의견을 요구했다.
미국 법무부는 삼성과 애플 간의 1차 소송 때는 상고를 받아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물론 대법원이 법무부 의견을 그대로 따를 의무는 없다. 그냥 참고 자료 중 하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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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에 상고 허가에 반대한 근거 역시 주로 절차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상고 신청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인 ‘법적 자명성’ 부분과 관련해 삼성이 1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법원의 배심원 지침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을 주로 문제 삼았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 역시 “대법원이 법무부 송무차관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면서 “애플에겐 중요한 중간 승리임엔 분명하지만 대법원이 다른 결정을 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