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또 갑질…"근절 위해선 강력제재 필요"

방통위, 제작비용 전가 업체에 '시정조치+과태료 1천만원'

유통입력 :2017/09/14 13:53

TV홈쇼핑 업계의 끊이지 않는 '갑질'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재승인 심사 강화 같은 강력한 제재 조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전체 회의에서 TV홈쇼핑사의 방송법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안을 의결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GS홈쇼핑, CJ오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공영홈쇼핑은 상품 판매 방송 제작 비용을 납품업체 측에 부당하게 전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쇼핑 업계는 이전부터 납품업체에 판촉비용·수수료 전가, 경쟁사 거래 정보 및 계약서 상에 없는 비용 요구 등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선 방송 인허가 철회 등의 강력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홈쇼핑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홈쇼핑, 또 갑질…영상 제작비 '을'에 부당 전가

방통위는 이날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공영홈표핑 등 7개 TV홈쇼핑 사업자를 대상으로 방송에 송출된 상품을 대상(2016년 6월~10월 방송분)으로 조사한 결과, 납품업체 측에 판매영상 제작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했다고 밝혔다.

판매영상 제작 비용을 전가한 케이스는 ▲TV홈쇼핑사가 납품업자의 상품을 매입해 직접 재고책임을 지고 판매(직매입 상품)하는 상품 743건 ▲TV홈쇼핑사가 상표권을 보유한 상품 754건으로 총 1천497건이다.

이에 방통위는 영상 제작비의 부담 내용을 명시하는 등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또 개선 대책을 3개월 내 제출하고, CJ오쇼핑의 경우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과태료 1천만원을 부과했다.

갑질 논란은 홈쇼핑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지난 2014년 검찰은 홈쇼핑 황금시간대에 출연시켜준다며 납품업체에 로비를 요구한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과 전 대표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전처의 생활비를 대라고 하거나 부친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하는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지디넷코리아)

공정위는 지난 2015년 납품업체 대상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등 6개 홈쇼핑사에 시정명령과 총 143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서면 미교부, 구두 발주, 경영정보 부당 요구, 판촉비 부당 전가, 정액제 부당 강요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재 내용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보해 재승인 심사에 불공정 행위 내용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거듭 반복되는 홈쇼핑 업계의 갑질 문제에 대해 정부는 작년 9월 'TV홈쇼핑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TV홈쇼핑 재승인 시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토대로 '과락제'를 적용하고, 1억원 내로 부과되던 과징금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식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도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내용에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 시 3배의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또 내년 TV홈쇼핑과 대형슈퍼마켓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래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벌…업계 "사회적 책임 져야"

롯데홈쇼핑

홈쇼핑 업계의 갑질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시정조치나 납품업체 피해에 비해 미약한 과태료 등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범죄 연루 자료를 채점 과정에서 누락했음에도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이를 문제삼은 미래부가 작년 5월 6개월간 프라임 시간대(오전·오후 8~11시) 방송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으나 작년 9월 사법부는 롯데홈쇼핑이 미래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제재가 보류된 상태다.

홈쇼핑업체가 납품업체 측에 영상 제작비를 부당 전가한 것을 두고 유통업계는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처럼 판매 상품 영상을 많이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영상 커머스를 제작할 때는 보통 자신들이 제작비를 전부 부담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이 백화점만큼 수수료가 높고, 온라인 유통업체 평균인 약 10%에 비하면 3배 수준"이라며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비까지 떠넘겼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처리"라고 지적했다.

방송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만큼 홈쇼핑 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신업계도 망이라는 공공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크게 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에서 올렸다"며 "똑같이 공공재를 사용하고 인허가제로 운영되는 홈쇼핑업체도 사회적 책임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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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근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 활동 내역도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홈쇼핑업체들은 시류에도 뒤떨어지는 갑질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자성해야 한다"며 "인허가 철회 등의 강력 제재도 모자라지 않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책임 공시 의무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12일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