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IT 핫이슈는 아이폰X였다. 아이폰 탄생 10주년 기념폰으로 더 유명한 제품. 애플은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잡스를 추억하는 멋진 행사를 연출해냈다.
같은 시간 스포츠 독자들도 깜짝 뉴스에 놀라고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 류현진과 ‘야구 여신’으로 통하는 배지현 아나운서가 열애 중이란 뉴스였다.
인증샷과 함께 공개된 둘의 열애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보냈다. 한 때 류현진과 한화에서 같이 선수생활했던 정민철 해설위원이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하루 종일 화제가 됐다.
아이폰X가 공개된 날 터진 류현진과 배지현의 열애 소식. 사실 공교로울 것도, 또 연관성도 없는 뉴스다.
그런데 난 왜 굳이 두 소식을 연결하는 칼럼을 쓰는 걸까?
하루에 두 소식을 동시에 접하면서 ‘뉴스란게 뭘까?’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 얘길 잠깐 해보려고 한다.
■ 6하원칙 뒤에 숨어있는 통찰과 지혜를 어떻게…
몇 년 전 난 ‘비욘드 뉴스’란 책을 한 권 번역한 적 있다. 디지털 시대 뉴스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었다.
저자인 미셸 스티븐스는 “더 이상 단순한 소식을 전해주는 것만으론 경쟁력을 갖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가 내세운 대안은 ‘지혜의 저널리즘’이다. 사건을 단순히 전해주는 선에서 머무를 게 아니라 분석과 통찰을 전달해줘야 한단 얘기다.
왜 그럴까? 이런 가정을 해보자. 해변에서 엄청나게 많은 포장마차들이 있다. 다들 시원한 음료와 간단한 먹을 거리를 팔고 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비슷한 포장마차를 하나 더 열면 어떻게 될까?
지금 뉴스 시장이 딱 그런 상황이란 얘기였다. 그러니 남들은 제공하지 않는 ‘분석’과 ‘통찰’이 담긴 뉴스를 전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또 어찌보면 통찰력이 담긴 진단이었다.
난 어제 하루 종일 장안을 시끄럽게 했던 아이폰 출시 소식과 류현진-배지현 열애 소식이 비슷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둘은 IT와 스포츠/연예 뉴스로 영역이 다르다. 하지만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진 주지의 사실이란 점에선 크게 다를 게 없다.
아이폰은 두껑이 열리기 전에 이미 루머가 나올 대로 다 나왔다. 사전에 거론된 것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 점에선 류현진-배지현 열애 소식도 마찬가지였다. ‘지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소식지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됐던 뉴스다. 또 주변 사람들은 이미 알만큼 알려져 있었던 사안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두 뉴스를 가벼이 취급할 순 없다. IT 기자라면, 아이폰 관련 뉴스를 어떻게 전해야 할 지 깊은 성찰이 필요했다. 스포츠 기자라면 포스트 시즌LA 다저스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류현진 선수의 열애 소식을 어떻게 소화할 지 꽤 고민을 했음직하다.
■ 기자의 경쟁자는 기자가 아닐 수도 있다
아이폰 같은 경우 전문가 뺨치는 일반인들이 세세하게 분석해줬다. 하지만 기자들은 조각뉴스들을 속보로 쏟아내기에 바빴다. 물론 나도 그랬다.
내가 그렇게 정신 없이 기사를 쓰고 있을 때 한 지인은 A11 칩이 애플의 향후 전략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성찰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자신 있게 "페이스ID나 겉모양 변화보다는 A11 칩이 갖는 의미가 훨씬 더 크다"고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난 뉴스를 쫓기에 정신 없는 기자들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얘길 들으면서 참 많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휘발성으로 사라져버리지 않을 ‘나만의 뉴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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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류현진 선수 소식을 전하는 스포츠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배지현 아나운서와의 열애 소식을 비롯한 류현진 관련 뉴스들의 경쟁자는 전문가 뺨치는 일반인들이다. 그들의 눈높이를 채워줄 기사를 쓰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뉴스를 전해줄 때 통찰과 분석이란 새로운 키워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그 때문이었다. 내가 아이폰과 류현진-배지현 열애 소식을 비슷한 비중으로 보게 된 것 역시 비슷한 고민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