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뜯긴 우리 이야기

[신간소개] 인기 팟캐스트 엮은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인터넷입력 :2017/09/01 16:10    수정: 2017/09/01 16:40

“연봉 협상이 연봉 통보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인구 감소가 재앙이고, AI로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던데 정말?”

“내 스마트폰은 2년이 되면 왜 알아서 고장나줄까?”

“아반떼를 샀는데 찻값은 왜 쏘나타일까?”

“기름값은 왜 오를 땐 빠르고, 내릴 땐 느릴까?”

이 같은 고민과 궁금증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빈티지하우스, 이국명·박성훈 지음)를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다.

10년 넘는 기자 생활을 하다 경제 분야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로 변신한 이국명, 박성훈 저자는 30~40대 직장인들이 그 동안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깊이 파보지 않았던 10개의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씩 파헤친다.

“오늘 밤에도 통장에 월급이 스치운다”라는 풍자시처럼 이것저것 세금 내고, 다달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통신비, 공과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월급은 딱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남는다. 이 마저 없을 때도 많다.

이에 저자들은 기득권들이 쳐놓은 근면성실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세뇌돼 오늘도 야근에, 주어진 휴가마저 눈치 보여 쓰지 못하는 적나라한 현실을 나열, 오늘날의 직장인들을 위로한다.

저자들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또 교묘히 숨어있는 도둑들을 찾아내고 현실의 문제를 들춰내는 것뿐 아니라, 나름의 해법도 제시한다.

연봉협상이 아닌 연봉통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너 말고 일할 사람 많다는 조직의 거만한 시선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조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착한 직장인 콤플레스’에서 빠져 나와 정시에 퇴근할 것을 권한다.

특히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일자리 부분이다.

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에 나섰지만, 일자리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과, 구직자들이 들어가고 싶은 직장의 눈높이 사이에서 발생되는 미스매칭 현상은 10년도 넘게 반복되는 문제라면서 “구직자가 눈높이를 낮추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노동자를 길들이기 위해 일부러 완전고용을 피하고 실업을 유지하려는 이유 때문에 아무리 눈높이를 낮춘다 해도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논문도 인용한다.

이어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저자들은 위기가 아닌 기회란 시각이다. 인간이 단순노동에서 해방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기본소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저자들은 “오히려 나쁜 정보와 나쁜 주장이 나쁜 일자리를 만들고 있진 않은지 의심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에 나온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는 ‘계획적 노후화’에 대한 얘기다.

대우전자가 ‘탱크주의’를 내세우며 제품의 내구성을 높여 시장 선두를 한 때 달렸으나, 이 같은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된다.

또 교체 주기가 2년도 채 되지 않는 스마트폰이 타이머를 맞춰 놓은 듯 알아서 버벅 거리고, 조금 더 튼튼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도 한 번 떨어뜨리면 고장 나버리게 만드는 제조사들의 ‘보이지 않는 손’에도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저자는 어차피 1~2년에 한 번 교체해야 한다면, 이 주기로 스마트폰을 교체하되 최상급 모델이 아닌 가성비 좋은 모델을 사용하라고 제안한다.

책에서 30~40대 남성들이 크게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는 ‘새 차 옵션질’에 대한 부분이 있다.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 이국명, 박성훈 지음 / 빈티지하우스/ 1만5천원.

결정 장애를 일으키려는 듯 교묘한 방법으로 옵션 선택을 유도하고, 결국 생각했던 것보다 찻값 예산을 부풀리는 자동차 제조사들과 딜러들의 교묘한 속임수를 비판한다.

저자들은 선택지를 많이 줌으로써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뒤 뒤통수를 치는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에 속지 말고, 차라리 경쟁 차종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이 밖에 비행기 유류할증료에 숨은 꼼수, 기름값에 잔뜩 붙어있는 세금 문제, 공포심을 조장해 보험 등 의료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생활 속 숨은 도둑들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친절히 알려준다.

관련기사

이국명, 박성훈 저자는 “우리는 너무나 쉽게 경제라는 시스템에 속아왔다. 기업과 정부, 언론은 경제에 무지한 국민들을 너무 쉽게 속이고 우리 돈을 뺏어갔다”면서 “앞으로 우리를 속이려는 경제주체의 행동을 의심하고 행동해야만 돈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1천만 청취자가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을 통해 귀 기울인 내용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된 만큼, 누가 내 돈을 훔치는지 알고자 하는 현대인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