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포털에 대한 불편한 얘기 ‘창작자의 나라’

[신간소개] 김인성 작가 “데이터 독립, 검색 수익 분배해야”

인터넷입력 :2017/06/13 15:57

김인성 작가가 쓴 ‘창작자의 나라’(홀로깨달음)는 국내 통신사와 포털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가 담긴 서적이다.

책에서 그는 국내에서 콘텐츠 창작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실의 원인으로 통신 3사와 포털사,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잘못을 지목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종속되지 않고 창작자들이 콘텐츠 생산자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수익을 얻는 나름의 해법도 제시한다.

■ 데이터 독립을 쟁취하라

창작자의 나라. 김인성 지음. 홀로깨달음. 1만6천원.

최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망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의 대립이다.

인터넷 망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콘텐츠 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페이스북에 망 사용료 지불을 요구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협상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망 사용료 부담에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이슈는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 망 사용료 과금 문제로 번졌다.

이에 김인성 작가는 창작자의 나라를 통해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통신사의 망 사용료 요구는 ‘이중과금’이란 입장을 피력한다. 사용자에게 데이터 명목으로 요금을 받으면서, 콘텐츠 사업자에게까지 망 사용료를 받는 행위를 가리켜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악행’으로 규정한다.

또 인터넷 길목을 지키고 선 대기업 통신사들의 갑질로 비판한다. 과도한 망 사용료, 유튜브와 같은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등으로 국내 동영상 업체들이 보는 피해도 꼬집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작가는 방송사와 콘텐츠 회사들의 ‘데이터 독립’을 주문한다. 통신사 데이터센터로부터 독립하는 노력과 이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통신사에 대적하는 힘을 모으기 위해 회사 간의 연합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국내 인터넷 회사들이 유튜브나 구글처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에 따른 수익으로 결국 통신사들도 살찌울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 검색 수익을 분배하라

김인성 작가는 창작자의 나라가 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네이버와 같은 거대 포털과, 페이스북과 같은 공룡이 된 소셜미디어에도 쓴소리를 가한다.

먼저 페이스북에 대해 그는 “창작물 내부 쌓기에만 몰두하고, ‘좋아요’와 ‘댓글’을 받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기대와 실망을 갉아먹고 사는 서비스”라고 정의한다. “네이버 보다 훨씬 더 악독한 콘텐츠 독점 기업”이란 비판도 주저 하지 않는다.

이어 김 작가는 네이버를 가리켜 창작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수익 달성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한다. 포털이 ‘관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콘텐츠 저장소’로 전락했고, 검색 결과를 포털 내부 자료 위주로 배치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검색은 공정해야 한다. 광고보다 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원본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유튜브처럼 콘텐츠 창작자의 수익에 도움을 주는 수익 분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색 광고를 통해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기여도만큼 창작자에게 수익을 일정 부분 나누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포털사들의 광고 수익이 일시 줄어들 수 있으나, 결국 창작물의 증가로 더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고 포털사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다. 이 같은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김인성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말미에 잘 정리돼 나온다.

그는 “재벌, 통신사, 포털들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수익 잔치를 벌이는데 창작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며 “통신사의 횡포를 막아 인터넷 공정성을 회복하고, 포털이 창작자와 콘텐츠 수익을 나누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로 이상적인 창작자의 나라를 제시한다.

약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에서 그는 통신사와 포털 등 대기업의 횡포와 과도한 이익 추구를 직설적인 화법으로 비판한다. 대부분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나, 때로는 자신이 취재한 바에 따라 추정과 짐작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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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설득력이 부족한 주장과 의견도 있지만, 창작자들이 존중받는 나라를 위한 김인성 작가의 깊은 고민과 통찰력, 나름의 해법이 인상적인 책이다.

저자인 김인성 씨는 엠파스 검색 시스템을 구축한 시스템 엔지니어.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다.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당시 국정원의 디지털증거 조작을 밝혔으며, 세월호에서 인양된 휴대폰과 CCTV를 복구했다. 민주당 모바일경선진상조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IT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