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의사결정 지원(Decision Support)'이란 시장이 크게 열리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주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직 한국IBM 왓슨사업본부장이었던 이강윤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 8월 31일 서울 코엑스 투이컨설팅의 AI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인공지능과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현재 가천인공지능연구소 왓슨칼리지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세미나 강연을 통해 '산업 전문가' 또는 'DS' 역할이 AI 발전의 주요 방향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가 전 직장인 한국IBM에서 했던 일도 인지컴퓨팅 시스템의 대표 브랜드 왓슨을 각 산업분야 전문가 시스템으로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AI 전문가는 의료영상분석, 금융자산관리, 법률자문, 영양학과 식문화, 패션산업과 의상디자인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공통점은 인간 전문가가 물리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규모의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참조, 종합해 더 정확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AI에 많은 영상의료 데이터를 주고 어느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가르치면 지난해 국내 도입돼 올해 5개 이상 병원이 사용 중인 왓슨온콜로지처럼 AI가 차이를 분석해서 조언하는 형태의 영상의료가 가능해진다"며 "이미 우리가 다 읽지도 못하는 논문 자료를 가르치고 있고 여기에 기존 전자의무기록(EMR)을 결합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 면에서도 (왓슨의) 결론을 바탕으로 우리가 (치료를)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AI를 실현하는 5가지 핵심기술로 자연어처리(NLP),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 지식표현 및 추론(Knowledge Representation & Reasoning), 일정 및 계획수립(Schedule & Planning)이 꼽혔다. 이미 여러 요소기술을 조합한 AI서비스가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다. 대화문을 구성한다든지, 주어진 언어 기반 자료의 감정을 파악한다든지, 문서의 표현 형식을 바꾼다든지, 음성과 문자를 서로 변환한다든지, 이미지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동작이 가능하다.
AI 발전의 연장에서 기업을 위한 DS 솔루션 수요도 커진다. DS 솔루션은 기업의 자체 프로젝트 문서 및 협업 도구 등에 담긴 '내부 데이터'와, 산업 분석 보고서나 인터넷 웹사이트 및 커뮤니티와 소셜서비스 등에 나오는 '외부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교수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DS 분야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2조달러 규모에 달해, 2020년까지 1조4천억달러 수준이 될 전통적 IT시장을 압도할 전망이다. 분야별 DS 시장 비중을 보면 인더스트리얼프로덕트(24%),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12%), 리테일 및 CPG(12%), 차량 및 우주항공 국방(12%), 금융서비스(11%), 통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9%), 기타 업종(20%)으로 전방위 수요가 기대된다.
그는 이어 "앞으로 소셜서비스 비정형데이터와 (현업의) 유지보수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을 기존 ERP와 CRM 정보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가 의사결정 기반이 될 것"이라며 "과거 우리의 고민이 ERP와 CRM을 바라보며 우리가 생산한 물건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하는 생산성에 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고객이 지금 뭣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서 과연 이 물건을 살 것인지, 우리는 얼마에 팔지, 이런 걸 고려하는 의사결정 관련 시장이 크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IT시스템에 기반한 DS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현재 실현, 확산되고 있는 머신러닝과 AI 기술이 과거 기업들에게 제공되던 것 이상의 DS 시나리오를 열어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도 과거의 순차적 의사결정(파이프라인) 모델에서, 기업과 고객을 둘러싼 생태계와 연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플랫폼비즈니스' 모델로 변화할 전망이다.
파이프라인 중심 비즈니스모델은 제조업을 예로 들면 제품이 생산돼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과정을 핵심으로 두고 그 각 단계마다 조직의 담당 부서가 개별적,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를 띤다. 우선 제품을 설계, 연구개발, 소재부품조달한다. 생산한다. 이어 유통, 마케팅, 사후지원 활동 체계를 갖춘다. 고객이 제품을 소비한다. 각 단계에서 앞단계는 전달돼야 하는 정보와 데이터를 걸러내는 일종의 '게이트키퍼'로 간주된다.
관련기사
- 한국어 배운 IBM 인공지능 왓슨 9월 출시2017.09.01
- IBM, 클라우드 시장 뒤집기 노린다2017.09.01
- 인공지능, 스포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만든다2017.09.01
- SK㈜C&C, 고대의료원과 의료AI 공동 개발·사업 계약2017.09.01
플랫폼비즈니스모델은 활동에 필요한 데이터와 정보의 공급을 파이프라인의 앞단에 의존하지 않고 전방위로 나선다. 시장 전체를 '생태계'로 두고 그 안에서 조직 바깥의 고객과 파트너로부터 데이터를 얻고 상호작용하면서 기업 스스로 플랫폼 역할을 하는 모델이다. 플랫폼화를 거쳐 파트너를 맞이해 새로운 생태계를 지향하면 파트너의 고객을 자신의 고객으로 끌어안고 다른 생산 주체와의 네트워크 효과를 얻어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 교수는 이런 'AI 플랫폼 시대'를 준비할 기업에 4가지를 당부했다. 미래기술 융합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강력한 혁신리더십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시장전략 차원에서 생태계와 플랫폼 기반의 빠른 의사결정을 추구하라고 덧붙였다. AI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데이터셋을 갖춰 자산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와 서비스의 확대, 융합을 위한 시스템 혁신과 학습을 지속하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