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C 시장 메가톤급 설(說)로 들썩들썩

신세계 발표·11번가 파트너·쿠팡 투자

유통입력 :2017/08/25 14:53

SK플래닛 11번가 매각설과 알리바바의 쿠팡 1조 투자설까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메가톤급 소문과 소식들로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에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11번가 인수 검토 사실을 인정하며 연말 전자상거래 관련 깜짝 소식을 예고해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 정용진 신세계 “11번가 검토...연말 깜짝 발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4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4일 스타필드 고양점 개점 기념식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11번가 인수를 내부에서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11번가 외에도 다수의 온라인 채널 관련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그룹의 형식적인 메시지와 달리, 11번가 인수 검토 사실을 그룹 오너가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정 부회장은 “연말 안에 신세계의 전자상거래 진출과 관련해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해 업계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정용진 부회장의 말은 그 동안 오프라인 강자였던 신세계가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급성장 중인 온라인 유통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일종의 출사표로 풀이된다.

물론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으로 지난해 매출 8천560억원, 4분기 온라인 영업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이는 아직 전자상거래 시장에 겨우 발을 담근 정도다. 올해 전망되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70조원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11번가를 인수 또는 협력하거나,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쪽에 가능성을 두고 있다. 단순히 SSG닷컴에 투자를 늘려 더 키우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전국에 신세계가 구축한 이마트와 편의점,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 등의 오프라인 거점과 입점 업체들을 활용해 하나의 온라인몰로 통합하는 그림도 가능해 보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의 발언은 온라인 유통과 관련된 여러 검토 사안 중 하나로 11번가 역시 검토해본 사실이 있다는 차원의 원론적인 발언이었다. 인수 검토까지는 아니었다"며 "깜짝 놀랄만한 발표가 있다는 말은 전자상거래 사업과 관련해 여러 검토안들이 연말쯤 정리되니 이를 알리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정용진 부회장이 약간의 쇼맨십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11번가 인수와 같은 내용이 아니라, 전자상거래 사업 강화 차원에서 준비 중인 일들을 조금 과장된 표현으로 말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고 해석했다.

■ 11번가, 신세계 롯데 줄다리기…결론은?

11번가가 입주해 있는 서울스퀘어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 11번가는 신세계뿐 아니라 롯데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전자상거래 규모를 더 키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오히려 롯데와 더 긴밀히 협의 중이란 소식도 있다. 다만 양사가 서로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한 줄다리기 탓에 협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한 언론을 통해 롯데그룹이 11번가 측에 경영권을 양도하지 않을 경우 합작사 설립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경영권도 없이 아직 적자를 보고 있는 11번가에 단순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 롯데 측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도 비슷한 문제로 11번가와의 협력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소식은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나왔다.

11번가는 지난해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와 1조3천억원가량의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했으나, 사드 악재 등의 영향으로 딜이 무산됐다.

SK플래닛 입장에서는 11번가가 계속 거래액이나 매출이 큰 증가 추세에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거래액 격차를 크게 좁혔지만, 대규모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수익 악화가 문제였다.

중국 투자가 사실상 깨지면서 SK플래닛은 롯데나 신세계와 지분을 구성하는 방식의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회사를 완전히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내주는 방식은 선택지에서 뺐다.

서성원 SK플래닛 대표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에게 “분사 후 매각이라는 옵션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부인했으나, 롯데나 신세계와의 논의 자체까지 부정하진 않았다.

확실한 사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11번가와, 온라인 유통에서도 성과를 내야하는 신세계, 롯데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 간의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만약 11번가가 신세계나 롯데와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을 새 투자처로 끌어들일 경우 지마켓과 옥션 중심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양쪽의 입장이 상반돼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만만치 않다.

11번가 측은 “경영진이 밝혔듯 회사를 다른 대기업에 매각할 의사는 없다”면서 “대형 오프라인 유통 업체와 협력해 사업을 더 키우고자 하는 방향이지 경영권을 내주는 조건의 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쿠팡 대규모 유치, 성공할까

쿠팡 잠실 사옥.

하반기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쿠팡의 투자 유치 여부다.

쿠팡은 2015년 5천470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5천6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총 투자 받은 1조6천억원에서 손실금액을 빼면 3천600억원정도의 현금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쿠팡도 경쟁사인 위메프와 티몬과 마찬가지로 곧 자본잠심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들이 쏟아졌다.

여기에 쿠팡맨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이 쏟아지면서 회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우울한 평가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 경제지에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쿠팡에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희망찬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그랬듯, 1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거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놨다. 이에 쿠팡 측은 "전혀 개연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직전에는 쿠팡이 물류센터를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하고 3천억원의 대출을 받는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현금 흐름을 원활히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쿠팡이 보유한 3천600억원의 현금에, 3천억원의 추가 자금이 생긴 셈이다.

굳이 부동산 자산을 묵힐 필요 없이, 이를 활용해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쿠팡이 추구하는 배송과 물류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 셈이다.

종합하면 쿠팡은 일단 올해까지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또는 내년 초까지는 대규모 자금 수혈이 가능한 신규 투자처를 찾아야 안정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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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꾸준한 매출 성장과 30~40대 여성 고객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새 투자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범석 대표가 쿠팡의 성장세와 비전을 제시해 소프트뱅크 투자를 이끌어냈듯, 또 다른 빅딜을 성사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계속된 적자에 고심이 깊지만,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크게 증가하고 꾸준한 성장이 확실한 탓에 많은 전통적인 유통 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11번가와 대형 유통 기업이 실제로 손을 잡게 되고, 쿠팡이 또 한 번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