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D "1천500억엔 출자해 도시바메모리 인수"

의결권 없는 형태로…컨소시엄서 SK하이닉스·베인캐피탈 제외될 듯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8/25 11:40    수정: 2017/08/25 11:41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데 1천500억 엔(약 1조5천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WD가 전환사채(CB) 등 의결권이 없는 형태로 이같이 출자하는 방안을 도시바에 제시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도시바와 WD 간 협상이 진척됨에 따라 당초 한미일연합의 일원이었던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은 도시바메모리 인수 협상 테이블서 제외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데 1천500억 엔(약 1조5천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WD)

■ 다 된 밥상에 재 뿌린 '新미일연합'…"총 1조9천억 엔 출자할 것"

앞서 23일 WD는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가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신(新) 미일연합'이라고 불리는 이 컨소시엄은 총 1조9천억 엔(19조7천300억원) 규모를 출자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계획이다.

신미일연합엔 WD와 INCJ를 비롯, 일본정책투자은행(DBJ)과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일본유초은행 등이 참여한다.

이 중 INCJ와 DBJ, KKR 등은 각각 3천억 엔(약 3조990억원)을, 일본유초은행은 300억 엔(약 3천100억원)을 보태고, 도시바는 1천억 엔(약 1조330억원)의 지분을 남기기로 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시바와 WD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최종 계약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도시바는 전날(24일) 임시 경영 회의를 열고 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반도체 메모리 사업의 매각 협상의 축을 당초 '한미일연합'에서 WD 진영으로 옮긴 이유는 WD의 대립을 해소해야 내년 3월 말까지 매각를 완료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도시바)

■ 도시바, 'SK하이닉스→WD' 변심한 이유는?

도시바가 반도체 메모리 사업의 매각 협상의 축을 당초 '한미일연합'에서 WD 진영으로 옮긴 이유는 WD의 대립을 해소해야 내년 3월 말까지 매각를 완료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채무 초과' 상태에 놓인 도시바로선 하루 빨리 사업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반독점 심사는 완료까지 반년 이상 소요될 예정이다. 신문은 도시바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도시바가 “이 달 말까지 계약을 성사하지 못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 매각 협상이 시작될 무렵엔 WD와 KKR 컨소시엄에 INCJ, DBJ 등이 더해진 '미일연합'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졌다.

그러나 동종 업종인 WD가 인수에 참여함으로써 불거진 반독점 심사 문제를 비롯, 무엇보다 WD의 경영 주도권을 탐탁지 않게 여긴 도시바가 난색을 표해 미일연합의 인수 가능성은 옅어졌다.

지난 6월 21일, 일본 경제산업성(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 주도 하에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또 다른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참여하는 한미일연합이 우선협상대상에 선정됐지만 협상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SK하이닉스)

이에 지난 6월 21일, 일본 경제산업성(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 주도 하에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또 다른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참여하는 한미일연합이 우선협상대상에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전제로 한미일연합에 참여했다.

이 때 WD이 반도체 협력사인 도시바가 자사와 상의 없이 사업을 매각한다며 기업 간 분쟁을 조정하는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며 만약 법원이 WD의 손을 들어준다면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도시바는 'WD와의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했지만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결국 사업 매매 계약 체결 시한에 가까워지면서 도시바의 주요 거래 은행들이 이달 중 계약할 것을 사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수세에 몰린 도시바가 한미일연합을 등지고 반독점심사 WD와 재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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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시바는 각국의 반독점심사를 통과한 후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해 채무초과 상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독점 심사에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안에 매각 계약을 완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