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0만 계좌…카뱅, 제2 도약 방안은?

유니버셜포인트·오픈API·자체 신용평가 등 주목

인터넷입력 :2017/08/25 07:55    수정: 2017/08/25 10:58

손경호 기자

지난달 27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카카오뱅크가 한 달여 만에 291만명으로부터 신규 계좌 개설을 유치하며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초기부터 운영 상 문제로 지적됐던 신용대출 불통 등은 여전히 해결 해야할 과제로 남아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새로운 은행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감이 컸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카카오뱅크의 최우선 해결 과제가 서비스 안정화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보다 주목되는 것은 인터넷 기업 DNA를 가진 카카오 인력을 대거 영입한 이 모바일뱅크의 다음 행보다.

지난 4월5일 이 은행은 본인가를 받는 자리에서 현재 서비스에 더해 영업개시 이후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들을 공개했다.

현재 서비스는 기존 은행업무와 비교해 계좌개설, 이체 등에서 편의성을 개선하고, 복잡한 금리우대 조건을 간소화하며 손쉽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사용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모바일뱅크로서 사용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카카오뱅크'스러운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은행이 영업개시 이후 서비스 안정화를 거친 뒤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 중 주목되는 것은 '유니버셜포인트'와 '오픈API 기반 개방형 금융 플랫폼', 결제대행(PG)사나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 카카오뱅크앱을 통한 간편결제다. 내부에서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도 볼만한 포인트다.

■카카오뱅크를 보다 카카오스럽게 '유니버셜포인트'

"유니버셜포인트는 협력업체나 관련 주주사들이 많이 늘어나는게 중요하다. 고객수가 많아지고 구성원들이 확장된다면 포인트를 다른 쪽에서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7월27일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이용우 공동 대표가 한 말이다.

유니버셜포인트는 카카오뱅크가 다른 은행과 비교해 상당한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는 포인트로 꼽힌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와 비교해 포인트를 여러 제휴사에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카카오 주요 서비스를 카카오뱅크 사용자들이 이자 대신 받는 포인트로 쓸 수 있게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다음웹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택시, 멜론 등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서비스가 카카오뱅크와 연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제휴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카카오뱅크측은 "은행 내외에서 온오프라인으로 현금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픈API…카카오뱅크가 하면 다를까

국내 주요 은행들이 외부 핀테크 기업들과 금융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API를 열어주고, 은행들이 여기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금융권 공동 오픈플랫폼은 현재 생각보다 비싼 수수료, 쓸만한 API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핀테크 기업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카카오뱅크가 하면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은행은 고객이 많이 쓰는 모바일앱에서 카카오뱅크의 금융상품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핀테크 오픈API를 열어둔다는 구상이다.

P2P대출, 송금, 크라우드펀딩에 더해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 서비스를 제공 중인 핀테크 기업들이 카카오뱅크와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내게 될 지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다.

■PG사 없는 소비자-판매자 연결 기대

신용카드, 체크카드 가맹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수수료다. 일부 소매상에서 싸게 줄테니 현금으로 달라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뱅크는 앱을 통해 결제대행(PG)사나 카드 단말기를 공급하는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앱 간 결제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수수료를 최대한으로 낮춰 가맹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신 소비자들에게는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주는 등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와 롯데그룹이 유통, 금융 부문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영화관, 하이마트 등에서 카카오뱅킹앱을 활용한 앱 간 결제를 구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미 국내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에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가 보급된 상황인 만큼 카드수수료를 부담스러워 하는 중소자영업자를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금융서비스의 꽃, 자체 신용평가모형 쓸만해질까

은행은 예적금을 받고, 이를 다시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해주고 이자로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를 본질로 한다.

이를 위해 은행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신용평가모형이다. 대출신청자들의 소득수준이나 직장 정보, 성향 등을 파악해 보다 정확하게 신용도를 평가할수록 연체 등으로 인한 손해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예금 대비 대출 수익을 얻는다.

카카오에 포진한 많은 IT 인력들을 대거 흡수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다음포털 등이 사용자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축적한 상당 부분 기술이 녹아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이나 외부 신용평가기관이 대출 신청자들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과는 다른 노하우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자체 개발 예정인 스코어링 시스템과 관련 택시운전사를 예로들어 설명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주주사가 가진 사용자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전과 다른 형태로 신용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45세 택시운전사 A씨가 있다면 기존 신용평가사를 통한 신용등급이 7등급인 탓에 저축은행서 대출을 받을 경우 19% 금리를 부담해야한다.

이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자체 스코어링 시스템을 통해 카카오택시 운행 이력 중 고객평가점수, 사고이력에 더해 지마켓 상품구매내역에 자녀교육관련 용품 구매 내역이 남아있고, 예스24에서 재테크 관련 도서 구매 내역이 있다면 이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카카오뱅크자체 신용등급을 5등급으로 보고 6% 금리만 부과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호영 대표는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스코어링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은행이 쓰는 나이스 신용평가정보 등을 활용하고 있다"며 "그 위에 고객들이 많이 와서 다른 데이터들이 쌓이면 우리가 하고 싶은 모바일 라이프가 잘 녹아든 스코어링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별도로 빅데이터 전담 부서를 두고 관련 아키텍처를 설계해 데이터 활용 방안을 구상하는 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은행은 기존 시중은행들처럼 외부 신용평가기관, 국민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신용등급을 토대로 대출을 집행하는 중이다.

카카오뱅크 이용우, 윤호영 공동대표는 "제품 판매(Selling The Product)가 아니라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문제 해결(Solving The Problem)에 집중할 생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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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로드맵에서 발표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당장 언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기 보다는 고객 수요에 따라 출시시점 등을 정할 계획"이라며 "당장은 서비스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